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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폭식증 극복하려면? 정시에, 천천히, 함께 먹어야...

현대인은 매일 다양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고 있다. 또한 미의 기준이 지나치게 왜곡되면서 여성들은 끊임없이 다이어트를 시도하기도 한다. 이런 결과, 폭식증을 경험하는 여성들이 증가하는 데 폭식증을 극복하고 건강을 지키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 사진 : GETTY IMAGES BANK

 

그녀는 최근 남친과 헤어졌다. 대학 시절 만나, 둘 다 원하는 직장에 입사해 1년이 될 때까지 꼬박 5년 간 사귀었다. ‘아주 오래된 연인들’ 가사처럼, 저녁이 되면 의무감으로 전화를 하고, 주말엔 습관적으로 약속을 하다가 자연스레 이별을 맞았다. 직장 스트레스가 이별의 주요 원인이 되었던 것 같다. 이별을 후회하는 것은 아닌데, 어떤 것에도 의욕은 생기지 않는다.

그녀는 요즘 먹는 게 좋아졌다. 먹을 때는 의욕이 넘친다. 진공청소기가 먼지를 빨아들이듯 눈앞에 있는 아이스크림·케익·피자·콜라 등을 혼자서 순식간에 해치워버린다. 새로운 남자친구를 사귀려면 살이 쪄선 안된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오히려 음식에 더 손이 가게 한다. ‘지금이 아니면 먹을 수 없어’ ‘어차피 지금만 먹고 나중엔 안 먹을 거니까’라는 생각으로 먹는다. 눈앞의 음식이 다 사라질 즈음, 배가 아파오기 시작할 즈음, 정신을 차린다. 그리곤 후회한다. ‘왜 또 먹었지’ ‘미친 거 아냐’ 등 여러 생각으로 우울해진다. 불현듯 묘안이 떠오른다. 원하는 대로 먹을 수 있고, 또 미모도 유지할 수 있는 절충안을 발견한 것이다. 그것은 먹고 토하는 것이다. 화장실로 달려간다. 처음엔 참기 힘들 정도로 메스껍다. 하지만 이내 심신이 편안해진다. 이 방법이라면 절대 미모가 훼손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에게 뭔가 심각한 문제가 생겼음을 느낀다. 이별로 인한 외로움과 허전함을 먹는 것으로 해결하고 있는 자신이 싫다. 음식에 대해 조절 능력을 상실한 자신이 너무나 바보같이 느껴진다. 평생 이렇게 살게 되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에 두려움도 크다. 이전처럼 건강했던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다.

 

음식조절장애이자 강박장애


폭식증은 음식 조절장애다. 단시간에 많이 먹고 토한다. 혼자서 몰래 엄청난 양을 먹고, 배가 아프면 토한 후 다시 먹는다. 이뇨제를 복용하거나, 과도한 운동에 매달린다. 수치감·죄의식·무기력에 잘 빠진다. 폭식증은 음식 강박장애다. 체중과 체형에 집착한다. 날씬한 체형을 선망하고, 몸매에 대해 비뚤어진 시각을 가진다. 온종일 음식에 집착하고, 다이어트 강박에 시달린다. 폭식증은 식욕중추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포만감을 주는 세로토닌과 행복감을 주는 엔도르핀이 떨어져 있다. 우울증·불안증·중독이 잘 동반된다.


폭식증이 급증하고 있다. 젊은 여성의 20%에서 폭식증을 경험한다. 과거에는 살찐 게 미(美)의 기준이었다. 중국 최고 미인 양귀비의 초상화나 중세 귀부인 조각상의 여인은 모두 통통하다. 현대에는 마른 게 미(美)의 기준이다. TV에 등장하는 아이돌 스타들은 하나같이 날씬하다. 19세에 결혼한 다이애나도 10년 동안 폭식증에 시달렸다. 그녀는 찰스 왕세자로부터 ‘좀 통통하네’라는 말을 듣고 상처를 받았다. 다이애나는 이렇게 고백했다. “처음 폭식한 후 토했을 때 가슴이 설렜다. 오히려 압박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폭식증은 무리한 다이어트에서 온다. 우리는 매일 음식의 유혹에 빠져 산다. 먹거리가 풍부하고, 맛있는 게 너무 많다. 한국인은 먹는 것을 유난히 좋아한다. 우리는 매일 음식의 절제를 요구받는다. 다이어트는 현대인의 일상이다. 수많은 식단, 운동법, 보조제, 식욕억제제가 유행한다. 여성의 90%가 다이어트를 한다. 1년 내내 다이어트를 하기도 한다. 식욕·성욕·수면욕은 3대 욕구다. 모든 욕구는 자연스럽다. 억누르면 커지고, 충족되면 작아진다. 지나치게 억압되면 폭발한다. 식욕을 억제하면 결국 충동적으로 먹게 된다. 반복되는 절식·과식·단식·금식은 결국 음식 조절능력의 상실로 이어진다.

폭식증은 과도한 스트레스에서 온다. 우리는 매일 스트레스에 젖어 산다. 누구나 힘들면 많이 먹게 된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식욕을 올린다. 야식증후군, 저녁에만 하루 음식의 절반 이상을 먹는 현상이다. 반복되는 야근·회식·잡무가 한몫한다. 야식은 포만감을 주는 렙틴과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을 떨어뜨린다. 충분히 못자고 계속 먹게 된다. 탄수화물 중독, 단맛에 중독되는 현상이다. 현대인은 몸보다 머리를 더 쓴다. 뇌는 에너지원으로 당분만 사용한다. 단맛은 행복감을 주는 도파민을 올린다. 지나친 당분 섭취는 인슐린 과다 분비로 저혈당을 일으켜, 당분 허기증에 빠진다. 충분히 먹고도 계속 먹게 된다.

폭식증은 애정 결핍에서 온다. 애정 결핍은 사랑에 목마른 상태다. 어릴 때 사랑을 못 받거나 거절과 학대로 정서가 메마른 경우다. 나이 들어 부모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음식을 통해 채우려 한다. 외로움·공허함·두려움을 배고픔으로 느낀다. 심리적 허기증이라 부른다. 음식으로 감정을 해소한다. 화나면 위가 아프도록 먹고, 허전함을 음식으로 채운다. 두려울 때 음식으로 안정시키고, 외로움을 음식으로 달랜다. 음식과의 관계가 나쁘다. 배가 안 고파도 먹고, 배불러도 먹는다. 배가 터지게 먹고, 토하고도 먹는다. 토하면 시원하고, 뭉친 응어리도 풀린다.

자, 그녀에게 돌아가자. 그녀에게 탁월한 처방은 무엇인가? 첫째, 정시에 먹자. 아무 때나 먹으면 폭식하기 쉽다. 하루 세 끼 정시에 먹자. 우선 먹고 싶은 대로 먹어도 된다. 식탐이 사라지면 저절로 폭식이 줄어든다. 차츰 절제력이 생기게 된다. 토하고 싶어도 꾹 참자. 토하는 것이 습관으로 굳어지면 안 된다. 혹 실패하더라도 자책하지는 말자. 차츰 인내력이 길러질 것이다. 에너지의 20%을 남기면서 살자. 누구나 힘들면 마구 먹게 된다. 피곤하지 않은 저녁을 맞이하자. 차츰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운명철학자 남보쿠는 이렇게 말한다. “음식을 절제하면 운명이 바뀐다.”


음식을 절제하면 운명이 바뀐다


둘째, 천천히 먹자. 빨리 먹으면 폭식하기 쉽다. 식사 시간을 넉넉히 잡자. 일하면서 먹으면 빨리 먹게 된다. 패스트푸드나 자극적인 음식도 폭식으로 간다. 식사 시간이 짧다면 간단히 먹어야 한다. 음식 한 입 후 물 한 모금을 하자. 먹는 양과 속도를 줄일 수 있다. 입안이 물로 씻기면 색다른 음식 맛을 느끼게 된다. 젓가락이나 티스푼만 사용해도 효과적이다. 능력의 80%만 쓰면서 살자. 누구나 힘들면 빨리 먹게 된다. 완벽하게 하려고 하자 말자. 명심보감에 이런 말이 있다. “먹는 것이 담백하면 정신이 맑아진다.”

셋째, 함께 먹자. 혼자 먹으면 폭식하기 쉽다. 누군가와의 식사를 계획하자. 나쁜 습관은 드러내야 고칠 수 있다. 혼자라면 탁 트인 식당에서 먹자. 강아지라도 같이 하면 도움이 된다. 음식에 감정을 넣지 말자. 안 고픈데도 먹고 싶다면 가짜 식욕이다. 배부른데도 먹고 싶다면 감정이 문제다. 지금 나를 지배하는 감정은 무엇인가? 음식보다 대화에 집중하자. 욕구는 채워질수록 커지고, 쾌락은 고통으로 대치된다. 육체적인 쾌락보다 정신적인 쾌락을 추구하자. 쾌락주의자 에피쿠로스는 이렇게 말한다. “빵과 물만 있다면 신(神)도 부럽지 않다. 그 이상의 욕심은 고통만 안겨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