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은 대다수가 가족기업을 지향한다. 그러나 기업 역사가 짧은 탓에 벤치마킹할 만한 성공모델을 찾기 어렵다. 가족기업 분야의 창시자인 단코 박사는 대부분의 가족기업은 성장하지 못하고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파괴된다고 했다. 끊임없이 변하는 복잡한 환경에서 경영자들이 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결정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실패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기업이 실패하는 것은 오너 경영자들이 적절한 때 적정한 행동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기업이 2대까지 생존하는 비율은 30% 수준이다. 3대까지는 14%, 4대까지 생존하는 비율은 고작 4%이다. 기업이 세대를 거듭할수록 생존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적인 가족기업 전문가 존 워드(John Ward) 박사는 가족기업들은 세대교체를 전후해 가족기업 고유의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게 되는데, 경영자들이 이 같은 도전과제들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기업의 생존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했다. 그가 제시하는 경영자의 도전 과제로는 ①비즈니스 라이프 사이클의 성숙 및 시장 경쟁 심화 ②가족의 니즈와 비즈니스 성장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자본의 제한 ③약한 차세대 비즈니스 리더십 ④기업가의 유연성 부족 및 변화에 대한 저항 ⑤형제자매 간의 갈등 ⑥가족들의 서로 다른 목표와 니즈(Needs) 등이다.
이 같은 도전과제의 해결 능력을 갖추느냐 그렇지 못하느냐 하는 것이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6가지 원인 중 처음 네 가지 원인은 주로 비즈니스 문제와 관련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 2가지 원인은 가족과 관련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상의 6가지 원인 중 기업의 성장과 생존에 가장 위협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오너 경영자들에게 같은 질문을 해보면 대부분 마지막 두 가지 즉, 형제자매 간의 갈등과 가족들의 서로 다른 목표와 니즈(Needs)를 꼽는다. 둘 다 가족과 관련된 것으로, 오너 경영자들은 이미 가족의 문제가 기업의 미래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면 이상의 도전과제에 대해 경영자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살펴보자.
▶▷ 가족기업 생존을 위해 경영자들이 해야 할 일
첫째, 신선한 전략적 통찰을 유지해야 한다. 성숙기의 기업이 쇠퇴기로 진입하는 것을 피하고 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통찰이 필요하다. 기업은 지속적으로 제품을 개선하고 새로운 시장이나 유통채널 등을 탐색하며 고객가치 또는 차별화를 위한 새로운 방법을 창출하는 등 현재의 전략적 한계를 지속적으로 테스트하고 강화해야 한다. 기업의 전략은 몇 년마다 변화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기업 내 새로운 아이디어를 육성하고 환영하는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기업의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전략의 대가인 민츠버그 박사는 전략 개발을 촉진하려면 ‘전략예산’을 수립하라고 조언한다. 전략예산은 장래 시장 점유율을 늘리거나 새로운 비즈니스 라인을 구축하는데 활용하라는 것이다.
둘째, 장기적으로 자본을 축적하고 보존해야 한다. 경영자들의 사망 시 필요한 상속세와 가족의 재정적 필요 그리고 비즈니스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사전에 재원이 마련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재원은 하루아침에 준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장기간의 전략을 세우고 배당이나 급여정책 등을 통해 꾸준히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상속세를 줄이는 데 있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일찍부터 상속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상속계획이 빠르면 빠를수록 합법적으로 다양한 절세방안을 수립할 수 있다.
셋째, 후계자의 리더십을 개발해야 한다. 승계 후 기업 성장의 기회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후계자에게 특별한 능력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부모세대의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후계자가 변화에 유연한 문화를 정착시키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그런데 변화는 과거나 전임자에 대한 비판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크게 성공한 부모일수록 후계자가 조직을 변화시키기 어렵다. 하지만 경영자가 미래 회사의 성공에 가장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자녀가 기업의 성장을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성장 단계에 따라 적정한 권한을 위임하고 자녀들이 실패를 통해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후계자에게 책임과 통제권을 넘기는 기한을 사전에 정해놓는 것이 좋다. 그럴 경우 전임자는 차분하게 자신의 은퇴 준비를 할 수 있고, 후계자는 비즈니스를 성장시킬 수 있는 리더가 되기 위해 더 많이 헌신하게 된다.
넷째, 유연하고 혁신적인 조직을 만들어라. 끊임없는 전략적 실험을 위해서는 유연하고 혁신적인 조직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정보가 공유되어야 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대부분의 가족기업 경영자들은 정보를 개방하고 공유하는 것을 꺼리는데, 그러면 임직원들의 독창성과 충성도가 제한된다.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가족기업들은 관리자 간에 중요한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성장한다. 그리고 창의와 혁신을 위해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장려하고 팀워크를 강조하며 실패를 용인하는 기업문화가 조성되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변화에 대한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개인별 성과 평가 프로세스 및 보상시스템, 정보시스템, 조직의 구조와 역할 등을 체계화하는 등 전문적 매니지먼트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형제자매의 분쟁 예방과 가족 간의 서로 다른 목표를 통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성공적인 장수기업들은 다음 2가지 사실을 확실히 알고 있다. 첫째, 모든 가족기업은 문제와 갈등을 가지고 있다는 것. 둘째, 사람들은 같은 문제를 자신의 관점이나 입장에 따라 서로 다르게 본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에 그들은 가족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갈등을 예방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족들이 서로 얘기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정기적인 가족회의를 통해 가족들이 정직하고 솔직하게 서로의 생각을 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과 견해가 다르더라도 함께 합의하여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따르게 되고, 공정하다고 생각되면 자신에게 불이익이 생기더라도 상황을 받아들인다. 특히 가족들 미래의 꿈과 비전을 공유하고 창업자의 철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체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