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막강한 지도자 시진핑은 향후 1~2세대 안에 중국을 확고한 경제·군사 강국으로 발전시키고 싶어 한다. 인도 또한 중국만큼 막강한 상승을 원한다. 제왕적 권력을 누리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왕국을 확실한 글로벌 강국으로 발전시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이들 국가가 온전히 알지 못하는 사실이 있다. 확실한 성공을 위해선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바로 안정적 통화 가치와 낮은 세율이다. 아주 단순한 원칙이지만, 거창한 꿈을 가진 지도자들이 이해하기엔 버거워 보이는 개념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어보도록 하겠다.
▷▶ 네덜란드
1500년대 초반, 네덜란드는 스페인 제국 안에서 독립을 가장 간절히 원하는 작은 속국 중 하나였다. 1568년 네덜란드는 결국 반란을 일으킨다. 소규모 반군으로도 독립에 성공한 네덜란드는 암스테르담이 세계적 금융도시로 부상하며 전 세계를 아우르는 제국으로 변모한다. (적어도 당시 기준에 따르면) 개인의 권한을 존중하고 금만큼 확실한 화폐와 함께 경제 친화적 과세 제도를 내세운 덕분이다.
▷▶ 영국
1600년대 후반만 해도 영국은 기껏해야 2류 국가들 사이에서 큰소리치는 수준이었다. 재산권('집을 가진 사람은 성을 가진 것과 마찬가지')과 개인권 존중, 작은 정부 지향 등 위대한 경제 도약을 위해 필요한 환경은 갖추고 있었지만, 앞서 말한 성공의 두 가지 요소는 제대로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폐 주조국을 총괄하던 아이작 뉴턴이 파운드화와 금을 연동하기로 결정하면서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뉴턴이 설정한 파운드-금 교환 비율은 200년 이상 유지됐고, 유럽 대륙에서 홀로 떨어진 작은 섬나라 영국은 산업혁명의 시작점, 역사상 가장 큰 제국을 이룬 대영제국으로 부상했다.
▷▶ 미국
독립 당시만 해도 미국은 파산 상태에 몰린 대서양 연안 13개 주 연합일 뿐이었다. 그러나 조지 워싱턴 대통령의 현명한 지원을 등에 업은 알렉산더 해밀튼 재무부 장관은 낮은 세율을 기반으로 안정적 재정 체제를 구축했다. 그 중심에는 달러-금본위제가 있었다. 1세기 후, 영토를 미 대륙 전체로 넓힌 미국은 산업대국으로 성장했다. 인구는 급증했고, 국민의 생활 수준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해밀튼이 만든 달러-금본위제는 1970년대까지 지속되다가 리처드 닉슨 대통령 때 '잠정적으로' 중단됐다.
시장은 측정 단위가 고정되어 있을 때 가장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화폐가 고정 가치를 유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금은 어떤 화폐보다 안정적인 내재 가치를 유지한다. 완벽하진 않지만, 지난 4000년간 제시된 다른 어떤 대안보다 우월하다. 금값 변동은 사실상 그 값을 표시하는 통화 가치의 변동일 뿐이다.
닉슨의 결정으로 "금이 열어준 창문이 닫힌 후", 미국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3분의 1이나 급락했다. 이전 경제성장률을 유지했다면 미국의 경제 규모는 지금보다 50% 더 성장해 있을 것이다.
안정적 통화 수급과 납세자 친화적 과세 체계는 삶의 기준을 최대한 개선하기 위한 필수 요소다. 미국과 같은 리그로 진입하려는 국가라면 이를 제대로 알고 이해해야 한다.
미국이 장기적 쇠락기에 접어들었다고 희망하거나 걱정하는 전문가나 글로벌 지도자가 많은 걸로 알고 있다. 미국식 경제 실험이 앞으로 얼마나 더 버틸지를 두고 소위 '배웠다'는 사람들은 40년 주기로 자신의 의심을 떠들어대곤 했다. 균형을 잡지 못한 건 사실이지만, 적어도 과세 정책에 관해서 미국은 이제서야 올바른 방향을 잡았다.
반면 통화 체계에서는 아직 해밀튼의 진리를 깨닫지 못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진정한 기회를 줄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