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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가볍고 작아 더 위험한 초미세먼지

지난 달 서울에서는 처음으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했다. 반복되는 미세먼지 흡입으로 인해 시민들의 건강이 위협받는 것을 우려해 일정 농도 이상 위험수준이 되면 내려지는 조치이다. 초미세먼지는 1급 발암물질을 포함한 독성물질로 크기가 매우 작아 세포, 혈관까지 침투하므로 심각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미세먼지

▎ 미세먼지 농도가 ‘보통’인 1월 21일 오후 서울 남산 일대 모습(왼쪽)과 ‘나쁨’인 1월 18일 오전의 모습. / 사진:연합뉴스

 

요즘엔 날마다 대기오염 정보(미세먼지 농도)를 체크하는 것이 일상화됐다. 하지만 정작 그 위험성에 대한 인식은 낮은 편이다. 입자의 크기가 작아지면 차원이 달라진다. 초미세먼지는 미세먼지(PM10, 지름 10㎛ 이하)보다 작은 2.5㎛ 이하의 입자(PM2.5)다. 초미세먼지는 크기만 작은 것이 아니다. 미세먼지(PM10)의 주요 성분은 자동차·발전소·공장에서 배출된 물질과 자연의 토양 성분이다. 이 물질이 대기 중에서 반응해 2차 오염 물질을 생성한 것이 초미세먼지(PM2.5)다. 질산염·황산염을 비롯 탄소화합물과 금속화합물을 포함한다. 충북대 수의학과 최경철(한국독성학회 사무총장) 교수는 “초미세먼지는 1급 발암물질인 석면·납 같은 중금속을 함유하는 데다 가볍고 작아 신체 말단까지 이동 가능한 독성 물질”이라고 강조했다.

 

초미세먼지는 미세먼지보다 더 멀리 이동한다. 그래서 영향을 미치는 범위도 더 넓다. 몸 속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대기 중의 이물질은 코로 들어온 후 기도를 거쳐 폐로 들어간다. 상대적으로 덩치가 큰 미세먼지는 멀리 가지 못하고 폐입구에서 가라앉는다. 더 가볍고 작은 초미세먼지는 폐 깊숙한 곳인 세기관지(폐포) 끝까지 이동한다. 바로 모세혈관과 맞닿아 있는 곳이다. 모세혈관의 지름은 8~10㎛ 정도다. 초미세먼지를 걸러내지 못한다. 서울성모병원 직업의학과 명준철 교수는 “초미세먼지는 눈 깜짝할 새 세포 사이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거나 염증 반응을 일으키면서 혈관에 침투한다”며 “혈액에 들어온 후에는 마치 돛을 단 배처럼 전신을 순환하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 심장협회지에 실린 한 연구에 따르면 코로 흡입된 초미세먼지는 1분 만에 혈액까지 이동한다. 벨기에 등 다국적 연구팀이 진행한 이 연구에서는 건강한 남성 5명이 방사성 동위원소를 포함한 안전한 미세 입자를 3~5회 흡입했다. 이 물질은 1분 후 혈액에서 포착됐고 5분 후에는 간·방광에서 감지됐다. 이후 10~20분 동안 최대 방출 수치를 기록했다. 연구팀은 “이 실험을 통해 초미세먼지가 폐에서 혈관을 거친 후 빠른 시간 내 다른 장기로 퍼진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건강 위험

 

혈관에 침투한 초미세먼지는 각종 심뇌혈관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초미세먼지 연관 질환만 뇌졸중·심근경색·부정맥 등이 있다. 명준철 교수는 “초미세먼지는 세포 유전자를 변형시키거나 손상을 줘 면역체계를 약화시키고 각종 질병을 일으키기 쉽다”고 말했다. 고대구로병원 심혈관센터 나승운 교수는 “초미세먼지가 혈관에서 염증 반응을 일으키면서 동맥경화나 혈전(피딱지) 생성을 가속화한다”며 “염증이 빠르게 악화해 급성 심정지까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의 한 연구 결과 초미세먼지 농도가 하루 평균 50㎍/㎥ 이상인 날은 10㎍/㎥ 이하인 날보다 급성 심정지 발생률이 13% 높았다. 국내 기준으로 안전 범위(좋음)에 해당하는 10~15㎍/㎥에서도 심정지 위험이 10㎍/㎥이하일 때보다 높았다.

 

초미세먼지는 작은 크기 덕분에 뇌로 가는 지름길까지 확보했다. 최근 영국의 한 연구팀은 사람의 뇌 1g에서 수백만 개의 초미세 광물 입자를 발견했다. 이 물질은 주로 산업 현장, 발전소,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성분이었다. 연구팀은 “지름 0.2㎛ 이하인 초미세먼지가 코로 흡입된 후 코 위쪽의 후각 신경구를 타고 직접 뇌에 들어간 것으로 추측된다”며 “이 물질이 뇌에서 반응해 치매와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같은 신경성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