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을 에는 듯한 추위에 차가운 강물 속으로 다이빙을 하는 이들이 있다. 얼음 아래 깊은 물속 세상, 용기가 있다고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수준급의 다이버들에게만 허락되는 아이스 다이빙... 두터운 얼음을 뚫고 들어오는 햇살이 그들을 환상적인 판타지 세상으로 이끈다. 경기도 가평에서 열리는 국제 아이스 다이빙 축제에서, 다이버들이 겨울강의 색다른 아름다움을 즐기고 있다.

 

겨울 강은 두터운 얼음을 온몸에 두른다. 60cm가 넘는 두께로 사람의 접근을 완강히 거부하는 듯하다. 그러나 그 속살은 어느 때보다 아름답다. 고요한 내막이 희미한 햇살을 받아 빛난다. 겨울 강의 참맛을 즐기러 세계 각국의 다이버가 경기 가평군 북한강 지류에 모였다.

 

▎바깥세상과 겨울 강의 물속을 잇는 통로는 삼각형의 얼음 구멍뿐이다. 물속으로 쏟아지는 햇빛이 마치 다이버를 따뜻하게 감싸 안은 것처럼 보인다. / 사진:황상철

 

"부릉부릉 윙윙”. 전기톱 소리에 맞춰 하얀 얼음 톱밥이 공중으로 날렸다. 다른 쪽에선 15~16명의 다이버가 영차영차 리듬을 타며 줄을 잡아 당겼다. 빙판위로 올라온 정삼각형으로 잘린 얼음의 두께는 60㎝가 넘었다. 한 변 길이 2m의 정삼각형 모양을 한 세 개의 얼음 구멍이 경기 가평군 목동리 북한강에 뚫렸다.

 

다이버들이 얼음 속 탐험에 나설 구멍이다. 2월 3일 이곳에서 열린 ‘2018 국제 아이스 다이빙 축제’에는 국내는 물론 홍콩과 대만, 중국, 러시아 등에서 100여 명의 다이버가 참가했다.

 

▎대회 참가자들이 전기톱으로 잘라낸 얼음 덩어리에 줄을 매단 뒤 바깥으로 끌어내고 있다.
 


러시아 다이버까지 유혹한 ‘강원도 동장군’


아이스 다이빙은 중상급 이상의 실력이 돼야 도전할 수 있다. 0℃에 가까운 수온은 호흡을 힘들게 하고, 시야는 두껍게 얼어붙은 얼음 탓에 일반 다이빙 때보다 훨씬 좁다. 게다가 천장이 막혀 있어 자칫 잡고 있던 줄을 놓치기라도 하면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얼음 위에는 물속의 다이버들이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방향 표시를 해둔다.
 

 

그러나 얼음을 뚫고 내려오는 햇빛은 아이스 다이빙의 최대 매력으로 꼽히기도 한다. 얼음을 통과하며 산란된 햇빛은 물속을 그야말로 몽환적인 분위기로 연출한다.

 

하루 종일 기온이 영하에 머문 이날 행사에 참가한 다이버들은 영상 2℃ 안팎의 물속에서 15~20분 동안 머물며 아이스 다이빙의 매력을 만끽했다. 대만에서 참가한 요욱명(65)씨는 “해마다 겨울이 되면 한국으로 원정을 온다”며 “아이스 다이빙은 극한 체험은 물론 동료의식과 팀워크를 키우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축제에 참가한 다이버들이 얼음 천장 아래서 아이스 다이빙을 즐기고 있다.
 

 

이날 처음 아이스 다이빙에 도전한 이유리(31)씨는 “아이스 다이빙용 장갑을 미처 준비하지 못해 7분 만에 나왔다”며 아쉬워했다. 그럼에도 이씨는 “얼음을 뚫고 내려오는 오묘한 빛이 너무 신비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아이스 다이빙에서는 ‘프리 플로우(free flow)’ 사고가 가장 빈번하게 일어난다. 산소통과 연결된 호흡기에서 공기가 확 새 나와 버리는 현상이다. 영하의 온도에서 호흡기가 얼어붙어 발생한다.

 

빙판 아래의 다이버가 쥔 통신수단은 안전요원과 연결된 줄이 유일하다. 줄을 두 번 당기면 ‘줄을 더 풀어 달라’는 신호이고, 한 번 줄을 당기면 ‘OK’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세 번 줄을 당기면 위급신호다.

 

만약 물속에서 줄을 놓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오경철 트레이너는 “줄을 놓치면 얼음 천장으로 몸을 붙인 뒤 구조를 기다리라”고 조언한다. 입수한 구조요원은 안전요원과 연결된 줄을 잡고 5m씩 거리를 늘여가며 ‘원형 탐색법’으로 얼음 천장을 수색해 조난자를 찾아낸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SDI·TDI·ERDI 코리아’는 초보에서 구조요원 수준의 전문가까지 다이빙 기술을 가르치는 전문 교육기관이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이 행사는 단순히 아이스 다이빙 기술을 배우는 수준을 넘어 각국에서 온 다이버들 간의 우애를 다지는 행사로 거듭나고 있다.

 

ⓒ 사진·글 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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