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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의 재생에너지 관련 정책으로 시장이 계속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태양광 시장에서도 한국을 눈여겨보고 있다(글로벌 태양광 인버터 제조업체인 카코뉴에너지 한국법인의 랄프 게오르그 호프만 대표).” “중국 정부의 태양광 시장에 대한 ‘속도 조절’ 의지가 거듭 확인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중국 태양광 시장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 세계적으로도 제품 가격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
장밋빛 미래를 꿈꾸면서 온갖 어려움을 견뎌냈던 태양광 업계가 또 다시 술렁이고 있다. 한쪽에서 낙관론을 제시하면 다른 한쪽에선 비관론을 내놓는다. 최근 상황은 나쁘지 않아 보였다. 2008년 국내 최초로 태양광 발전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 개발에 성공하면서 현재 이 분야 국내 1위, 세계 2위인 OCI는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10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731억원으로 114.9% 늘었다.
폴리실리콘 수출액 전년 동기 2배 이상
앞서 OCI는 글로벌 업황 침체 속에 2011년 이후 6년 간 전체 직원의 18%가량이 퇴사할 만큼 힘든 시절을 보냈다. 이런 상황은 점진적으로 개선돼 2015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대비 9배에 달했던 순차입금 규모가 지난해 1.3배로 줄었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77.9%)과 순차입금 의존도(14.5%)도 과거보다 대폭 낮아질 만큼 재무구조가 개선됐다. 태양광 셀 생산량 세계 1위, 모듈로도 미국과 국내에서 점유율 1위 자리에 오른 한화큐셀 역시 1분기 영업이익이 331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3100만 달러로 76.1% 급증했다. 한화큐셀 지분 약 94%를 보유한 한화케미칼의 태양광 부문 실적도 자연히 크게 개선됐다(영업이익 35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흑자 전환).
한화큐셀은 올 초 미국 정부가 “한국에서 수입한 태양광 셀과 모듈에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히면서 위기론에 휩싸였지만 실적으로 우려를 불식했다. 물론 눈앞의 실적만으로 태양광 업황을 얘기하긴 어렵다. 예컨대 OCI의 최근 실적 개선은 태양광보다 화학 부문이 주도했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그렇다 해도 다른 지표가 낙관론을 뒷받침해준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한국의 폴리실리콘 수출액은 1억475만 달러로 전년 동기(4976만 달러)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었다. 올해 1~4월 도합 3억3893만 달러로 전년 동기(2억7766만 달러) 대비 증가세가 뚜렷했다.
낙관론자들은 이를 근거로 “글로벌 태양광 발전 수요가 충분한 상황이므로 여전히 전망이 밝다”고 강조한다. 폴리실리콘 수출액이 늘어난 것도 그래서라는 것이다. 강정화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하반기가 성수기인 중국 태양광 시장에서 기업들이 (성수기에 대비해) 폴리실리콘 대량 확보에 나선 결과 한국의 수출액도 증가했다”며 이를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했다. 중국은 현재 폴리실리콘 자급률이 60% 정도라 자국 내 태양광 수요가 뒷받침될수록 한국산 폴리실리콘에 대한 의존도가 그만큼 높은 상황이다.
국내 시장 분위기도 낙관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 태양광 발전 등을 국가 차원에서 장려하는 ‘재생에너지 3020’ 정책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돼서다. 도시형 태양광 보급 사업을 전국적으로 확대해 오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기업들로선 농어촌 지역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하기가 수월해진 한편, 수상 태양광 사업에도 탄력을 받게 됐다. 실제로 연내 전북 군산 비응도에 18.7메가와트(MW)급의 국내 최대 규모 수상 태양광 발전 시설이 준공될 예정이다.
문제는 세계 최대 태양광 수요처인 중국이다. 중국 국가에너지관리국(NEA)은 지난 6월 1일(현지시간) 태양광 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는데, 여기엔 태양광 발전 보조금을 6.7~9% 축소하고 신규 발전소 건설 속도를 조절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중국은 최근 3~4년 간 지속적으로 보조금 하향 정책을 내놓는 등 태양광산업 전반의 속도조절에 주력하고 있는 분위기다. 과잉 공급 위기론이 끊임없이 제기될 만큼 중국 내에서 태양광 발전에 대한 투자 과열 현상이 나타난 데다, 정부의 보조금 재원도 비교적 부족한 만큼 속도조절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해서다. 태양광 시장을 둘러싼 비관론이 끊이지 않고 제기되는 배경이다.
정연승 연구원은 “중국은 대규모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를 중단했고 올해 분산형 프로젝트 설치량도 10기가와트(GW)로 제한했다”며 태양광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을 제기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를 19GW 허용한 바 있다. 양형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태양광 셀과 모듈 모두 이미 과잉 공급 상태”라며 “중국 정부가 태양광 발전 시설의 설치 허가를 중단하고 보조금도 줄이면서 중국 시장에서 태양광 수요가 단기적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효율 제품과 수출선 다변화로 활로 모색
당초 세계적인 전력 수요 증가와 화력 등 기성 에너지 설비의 폐쇄, 태양광 발전 단가가 화석연료 발전 단가 수준으로 내려가는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 도달(업계에선 2020년으로 예상) 등과 맞물려 태양광 시장이 당분간 매년 20% 이상씩 성장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우세했지만, 그리드 패리티가 중국발 악재로 늦춰질 경우 태양광산업의 성장성에도 먹구름이 낄 수밖에 없다. 재무구조 악화를 감수하고서라도 오직 미래만을 보고 공격적인 선(先)투자에 나선 기업들로선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실제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태양광 설치량은 102GW로 2016년 75GW에서 지난해 98GW로 대폭 성장했던 데 비해 성장세가 둔화될 전망이다.
기업들은 중국 등 경쟁국 대비 높은 기술력에 기반을 둔 고효율 제품 생산·판매로 이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고순도 폴리실리콘 생산에 집중하고 있는 OCI가 대표적이다. 기업들은 또 수출선 다변화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도 나서고 있다. 유럽과 중남미 등 미국을 대체할 시장 개척에 나선 한화큐셀이 그렇다. 태양광 잉곳과 웨이퍼를 생산하는 웅진에너지 등의 기업들도 대응책 준비에 한창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와 중동 등의 지역에서 대규모 태양광 프로젝트가 본격화하는 등, 중장기 관점에서 태양광 수요는 여전히 낙관적”이라며 “중국발 악재로 단기간 조정이 있더라도 수요를 바탕으로 다시 제품 가격이 오를 것”으로 기대했다.
ⓒ 이창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