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코노미스트

그린벨트도 푼다? 정부 vs 서울시 신경전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가 부동산 시장을 넘어 정치권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정부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서울의 그린벨트를 일부 해제하려고 하지만 서울시의 생각은 다른데요.

그린벨트 해제로 집값을 잡을 수 없다며 풀 생각을 않고 있습니다. 학계와 시민단체도 반으로 갈렸습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훼손된 그린벨트를 제한적으로 풀어 전량 임대주택으로 공급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치솟는 서울 집값과  논란의 중심인 그린벨트에 대해서 알아볼까요?

 

그린벨트

 

그린벨트(greenbelt)는 무분별한 도시의 팽창을 막고 환경보호 역할을 한다. 그린벨트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띠를 형성하고 있는 녹지대로, 개발제한구역으로 불린다. 요즘 이 그린벨트를 두고 중앙정부와 서울시 간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급등세인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서울 도심 접근성이 좋은 서울의 그린벨트에 공공택지를 건설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그렇다고 아무 그린벨트나 풀겠다는 건 아니다. 보존가치가 낮은 3등급 이하 그린벨트를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린벨트 해제는 ‘녹지 보전’이라는 취지를 훼손시킬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거두는 경제적 효과도 미미하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당초 9월 21일 나온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 그린벨트 해제 지역이 담길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반쪽짜리 대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를 의식한 듯 정부 안팎에서는 국토교통부 장관의 그린벨트 직권 해제 가능성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신도시 건설하려면 훼손 불가피

 

서울시 그린벨트

 

정부가 9월 21일 내놓은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서 약속한 주택 물량을 내놓으려면 수도권의 그린벨트를 일부 해제해야 한다. 크고 작은 공공택지를 비롯해 4~5곳의 수도권 3기 신도시를 건설한다는 계획인데, 그린벨트를 건드리지 않고 330만㎡ 이상의 신도시를 건설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에 따르면 그린벨트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에 약 3846.3㎢가 남아 있다. 처음 지정 면적(5397.1㎢)과 비교하면 28.7% 정도 줄었다. 주로 국민임대·지역현안사업·집단취락·보금자리 등의 이유로 그린벨트를 해제했다. 이번에 정부가 밝힌 이른바 수도권 3기 신도시 건설 등으로 그린벨트 해제가 이뤄지면 이 면적은 더 줄어들 전망이다.

 

신도시 건설을 위해 보존가치가 없는 그린벨트를 해제하려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정부는 왜 서울시에 그린벨트를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걸까. 대규모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분당·일산신도시와 같은 수도권 1기 신도시나 판교·동탄2신도시와 같은 수도권 2기 신도시처럼 또 다른 신도시를 건설하면 된다.

 

 수도권 3기 신도시를 건설한다면서 굳이 서울 그린벨트까지 풀겠다는 이유는 뭘까. 이는 수도권 3기 신도시만으로는 서울 집값을 잡기 어렵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신도시 건설이 서울 주택 수요를 분산해 집값 안정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겠지만, 한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이미 공공택지를 건설키로 한 성남시 금토·복정·서현지구, 김포시 고촌2지구, 부천시 괴안·원종지구 정도가 서울로 출퇴근하는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수준이다.

 

시흥·화성·양주시 등지는 아직 서울 도심으로 출퇴근을 하기에는 교통시설이 부족한 편이다. 그런데 도심이 가까운 성남 금토지구(3400가구)·복정지구(4700가구)의 택지 규모로는 서울 집값을 잡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보전가치가 낮은 그린벨트를 포함해 수도권 내 모든 가용토지를 공공택지 지구 후보로 검토하기에 이른 것이다.

 

신도시 건설과 함께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풀어 도심에서도 주택을 공급한다면 굳이 그린벨트를 풀지 않아도 되지만, 정부는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규제 기조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풀면 집값을 잡기는커녕 폭등할 수 있는 등 여러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수요가 몰려 있는 도심에서 주택을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며 “하지만 재개발·재건축을 규제 기조를 바꿀 수 있는 상황도 아니어서 정부로서도 쓸 카드가 마땅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면적의 25%가 그린벨트

 

그린벨트 해제

 

이런 점에서 서울시의 그린벨트는 정부 입장에서 매력적인 대상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그린벨트가 많은 강남권을 풀면 강남·서초구 등 집값 급등 원인 지역을 곧바로 건드릴 수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그린벨트 면적은 19개 자치구 총 149.62㎢에 이른다.

 

 서초구가 23.88㎢로 가장 넓고 강서구(18.92㎢)·노원구(15.90㎢)·은평구(15.21㎢)·강북구(11.67㎢) 등지에 그린벨트가 집중돼 있다. 현재 국토부 안팎에서는 서초구 양재동 우면산 일대와 서초구 내곡지구 인근, 강남구 세곡동, 송파구 방이동, 강동구 둔촌동 등지가 그린벨트 해제 후보지로 꼽힌다.

 

서초구 내곡동은 잔여 그린벨트를 추가로 풀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송파구 방이동은 지하철 5·9호선 등 교통이 편리하다는 이유로 언급되고 있다. 강동구 둔촌동과 상일동 또한 후보지 중 하나다. 이 밖에 경기 고양 삼송지구 인접 지역, 강서구 김포공항 주변 지역 등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서울과 인접한 경기도 역시 정부로서는 눈독을 들일 만하다. 특히 경기도의 그린벨트는 전국 그린벨트의 30%가량인 1172.1㎢에 이른다.

 

정부와 여당은 보존가치가 낮은 3등급 이하 그린벨트 활용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그린벨트 평가등급은 1~5등급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환경적 가치가 낮은 3~5등급지를 해제해 주택을 공급하면 된다는 것이다. 여당 측 관계자는 “정부가 검토 중인 일부 그린벨트 지역은 훼손돼 녹지라고 보기 어려운 곳이나 이미 비닐하우스촌이 들어선 곳”이라며 “최근 집값 상승의 원인 가운데 하나는 특정 지역에 수요가 한꺼번에 몰린 것인데 그린벨트를 해제해 서울 도심에서 지속적으로 주택을 공급한다는 신호를 보내면 주택시장을 안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정부가 그린벨트를 마음대로 해제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에 따르면 30만㎡ 이하 그린벨트의 해제 권한은 시·도지사에게 있기 때문이다. 강남·서초구 등 서울의 그린벨트 해제를 위해선 서울시의 협조가 필요한 데, 서울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부 정책 방향엔 공감하지만 그린벨트 해제는 가장 마지막에 쓸 카드로 남겨놔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번 해제하면 다시는 녹지로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일명 ‘로또 아파트’ 논란도 반대 이유 중 하나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가 개발한 강남권 보금자리주택지구(그린벨트를 풀고 건설한 공공택지)는 도심 접근성이 좋은 곳에서의 주택 공급이라는 긍정적 측면보다는 로또 아파트 논란만 낳았다.

 

강남구에 건설된 보금자리주택지구인 세곡지구에서 2009년 분양한 LH푸르지오 아파트 84㎡(전용면적)형은 분양가가 3억4000만원대로, 당시 강남구의 인기 아파트 84㎡형보다 60%가량 저렴했다. 당연히 청약 경쟁이 치열했고, 아파트값은 현재 12억원을 호가한다.

 

이명박 정부의 ‘로또 아파트’ 논란


이는 땅값이 싼 그린벨트를 푼 공공택지인 데다 임대가 아닌 소유권이 이전되는 분양 아파트로 공급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이로 인해 주택시장에서는 갖가지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값싼 보금자리주택을 기다리는 수요가 늘면서 기존 주택 거래가 위축되고 전셋값이 치솟았다.

 

 공공재인 그린벨트 해제 혜택을 청약 당첨자에게만 준다는 비판도 일었다. 거주의무기간이 있는 데도 불법으로 임대를 하는 등 불법과 편법이 판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이후 정권이 바뀌면서 보금자리주택지구는 2013년 용도 폐기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린벨트 해제가 지역 개발 이슈로 묶여 땅값 상승이나 인근 지역 투기 수요를 불러들여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학계나 시민단체도 반으로 갈렸다. 양측의 주장은 정부와 서울시의 입장과 같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제한적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쪽이다. 이미 훼손이 심한 4~5등급의 그린벨트는 풀어 주택을 짓자는 것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그린벨트의 경우 도시공원이나 자연공원, 서울시 조례로 지정한 비오톱(다양한 생물종의 공동 서식지), 산지관리법에서 규제하는 보전산지 등은 행위제한이 엄격하다.

 

 녹지가 비교적 잘 보존돼 있다는 얘기다. 반면에 도로 주변이나 위락지, 등산로 주변의 그린벨트는 훼손된 곳이 적지 않다. 규제가 도시공원·비오톱 등지에 비해 덜한 데다 불법·편법까지 동원된 때문이다. 이 같은 4~5등급을 중심으로 주거지로 개발하면 불법·편법을 막고 주택 공급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무분별하게 그린벨트를 훼손해서는 안 되고 녹지가 없는 곳, 농지로써 효율성을 다 하지 못하는 곳, 잡종지 상태로 무분별하게 개발되는 곳 등 지만 제한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남수 신한은행 PMW도곡센터 PB팀장 “그린벨트 해제 혜택을 일부 사람에게만 몰아주어서는 안 된다”며 “이명박 정부 때의 보금자리주택지구에서는 소유권이 이전되는 분양 물량이 전체 물량의 60%가 넘었는데 (다시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주택을 공급한다면) 분양 물량 없이 임대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