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코노미스트

[엇갈리는 달러화 전망] 약세로 전환 vs 강세 유지

전 세계 국가들의 외환보유액에서 미국 달러화 비중이 4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었습니다. 반면 중국 위완화 보유 비중은 최대 규모로 늘었는데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국 정부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을까요? 앞으로 달러화의 가치는 약세로 전환하게 될까요? 아니면 강세를 유지할까요? 경기선행지수를 통해 알아봐요!

 

경기선행지수

 

연초에 비해 글로벌 경기 낙관론이 약해졌다. 선진국의 경기선행지수는 1년 전을 정점으로 하락하고 있고, 세계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지수(PMI)도 둔화되고 있다. 올해 진행된 감세와 재정지출 효과로 성장세가 뚜렷해진 미국 경제의 모멘텀도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연준(Fed)은 9월 26일 내놓은 전망 자료에서 미국의 2018년 경제성장률을 3.1%로 예측한 반면, 2019년과 2020년 각각 2.5%, 2.0%로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이나 일본은 각각 정치 리스크나 예정된 소비세 인상 등 탓에 세계 경제 성장을 주도하기는 어려운 환경이다. 중국도 미국과의 무역분쟁에다 당면 과제인 부채 리스크 관리로 분투하는 가운데, 양립하기 어려운 성장세 유지와 부채 관리 사이에서 균형을 잡느라 힘겨운 모습이다.

 

다른 신흥국들도 현존하거나 잠재하는 금융 불안에 대응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런 대외 환경은 수출 경기에 민감한 한국 경제에도 부담이 된다. 이에 ‘기업 환경이 어렵고 한국 경제의 활력도 둔화됐기 때문에 한국의 경제력을 대변하는 원화 가치도 하락(환율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환율은 상대 가격이다. 우리 시야에 들어오는 중·단기 환율의 움직임은 대내 여건보다 대외 환경에 좌우되는 것이 좀 더 일반적이다. 이를 감안할 때 원화보다 달러화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에서 말한대로 원화의 상대 통화인 달러화나 기타 통화가 약세로 이어질 수 있는 근거가 충분하다. 현재 다수의 기관들이 미국 경제가 정점을 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노골적인 달러화 약세 선호 성향도 외환시장의 심리에는 중요한 변수다. 이는 최근의 달러화 강세를 지탱했던 힘이 감소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단기적으로는 시장의 기존 포지션도 중요하다. 미국 경제의 호조와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 속에 주요 통화 간 거래에서 달러화 강세에 투자한 규모가 2년 내 최대로 확대된 상황이다.

 

미국 경제의 성장률 둔화 전망과 유로존의 통화정책 정상화 전망(2019년 하반기 금리 인상 기대)은 달러화 강세를 완화시킬 변수다. 투기세력이 포지션을 정리하는 시점에는 외환시장 전반에 달러화 약세 움직임이 가중될 수 있다. 이와 달리 달러화 강세를 전망하는 시각도 있다.

 

원화 대비 달러화 강세를 전망하는 시각은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글로벌 교역 위축 가능성 등 잠재적 파급 효과가 현재 과소 평가됐다고 판단하거나, 미국 경제와 금융시장을 좀 더 낙관적으로 바라본다는 뜻이다. 중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 시선도 달러화 강세론의 근거다. 현재의 현상이 미래에도 유효할 것이라는 시각인 것이다.

 

여기에 올해 여러 차례 최고치를 경신한 미국 증시의 강세장 지속 여부를 비롯해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 완화 여부, 북한 비핵화 관련 협상의 전개 등도 환율에 추가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미국 증시의 파급력을 감안하면 미국 증시의 강세장 지속 여부는 간과해서는 안 될 변수다. 과거에도 미국 증시가 오랜 강세장 이후 약세장으로 전환된 시기에는 안전자산인 달러화의 급등을 야기한 바 있기 때문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외환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