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테이블웨어 시장의 여성 파워를 만났습니다. 지난 2011년부터 한국로얄코펜하겐을 이끌고 있는 오동은 대표인데요. 244년 전통을 자랑하는 덴마크 왕실 도자기 브랜드를 국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주인공과 함께 한국 명품 산업의 미래를 전망해봤습니다.

오동은 대표


로얄코펜하겐은 덴마크를 대표하는 고품격 테이블웨어 브랜드다. 1755년 율리아나 마리아(Juliana Maria) 황태후의 후원으로 로얄코펜하겐 최초의 덴마크 왕립 자기 공장이 설립됐다. 로얄코펜하겐 로고 속 왕관은 왕실과의 밀접한 관계를 보여준다.


브랜드 설립 초기부터 로얄코펜하겐이 지켜온 슬로건은 ‘일상에 럭셔리를 담다’다. 핸드 페인팅의 전통을 현재까지 이어오며 예술적인 가치를 지닌 명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블루 하프 레이스’ 접시 한 점을 기준으로 붓질을 1197번이나 할 정도로 섬세한 과정을 거친다.


로얄코펜하겐은 덴마크 디자인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는 데 가장 크게 이바지한 회사로도 유명하다. ‘믹스앤매치’라는 디자인 철학을 바탕으로 해마다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덴마크 식물도감의 이름을 딴 ‘플로라 다니카’, 브랜드 최초의 디너웨어 라인인 ‘블루 플레인’, 로맨틱한 느낌의 티웨어 라인인 ‘프린세스’, 동양적인 여백의 미가 돋보이는 ‘블루 팔메테’, 네덜란드 예술가 바우터 도크와 협업해 탄생한 ‘블롬스트’ 등이 대표적이다.


로얄코펜하겐


덴마크 왕실문화 전파하는 명품 전문가


한국에는 1994년 첫선을 보였으며, 현재 직원 60여 명이 전국에 16개 백화점 매장과 3개 프리미엄 아울렛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2013년에는 브랜드 최초로 한국 고객을 위한 맞춤형 식기를 출시했고, 현재까지 총 7가지 라인에서 한식기를 선보이고 있다. 2019년에는 한국 진출 25주년을 기념해 한국의 야생화를 모티브로 한 리미티드 에디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11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한국로얄코펜하겐 본사에서 오동은(54) 대표를 만났다. 그는 “진정한 명품이 되기 위해선 브랜드 설립 초기의 철학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지난 240년간 일관된 철학을 계승해온 로얄코펜하겐은 그런 조건을 충족하는 브랜드”라고 말했다.


“로얄코펜하겐은 문화와 예술로 인지되는 브랜드입니다. 로얄코펜하겐의 장인들을 페인터라 부르지 않고 아티스트라 부를 정도죠. 무엇보다 240년 이상 브랜드를 지속했다는 사실에 의미를 두고 싶네요. 

문화와 예술로서 고객들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이 수백 년을 지탱해온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세대를 거쳐 자연스럽게 계승될 수 있었던 바탕에는 공감이라는 키워드가 자리하고 있어요. 공감은 결국 문화를 대변하는데요. 부모들이 쓰던 찻잔이나 식기와 함께 그들의 라이프스타일도 물려받는 거죠.”


2005년 헬싱키 경제대학원에서 글로벌경영 MBA를 취득한 오 대표는 지난 30년간 글로벌 테이블웨어 브랜드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명품 전문가다. 1989년 사회생활을 시작해 2008년 한국월드키친 이사 자리에 오른 오 대표는 2010년 한국월드키친 부사장, 2011년 한국월드키친 사장을 거쳐 2011년 한국로얄코펜하겐 대표에 취임했다. 

오 대표는 “20년간 한 회사에서 무역, 마케팅, 세일즈 등을 두루 거치면서 명품 비즈니스를 경험할 수 있었다”며 “그동안 명품 시장에는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명품을 대하는 주체와 명품이 주는 의미가 달라진 부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처음에는 소수의 여유 있는 계층만 향유할 수 있다는 소유 개념이 무척 강했죠. 그러다 보니 남들이 갖지 못한 제품을 찾는 데 관심이 많았어요. 그만큼 시장 자체가 좁았다는 의미인데요. 

명품 브랜드에서 바라보는 시장이나 소비 주체가 지극히 제한적이었습니다. 소비 방식도 원웨이였죠. 제품을 구입하고 혼자 감상하고 과시하는 경향이 강했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지금은 굉장히 역동적으로 변했어요. 명품을 소비하는 주체가 달라졌기 때문이죠.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을 기반으로 명품에 대한 거리감이 없어지는 추세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 명품은 나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바뀌고 있어요. 소유 개념에서 나를 대변하는 개념으로 바뀌고 있는 거죠. 원웨이에서 투웨이 형태로 진화하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런 명품 시장의 역동성이 우리에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는 고객들이 우리의 메시지에 귀 기울이기를 원해요. 우리 제품이 그들만의 방식으로 사용되고 소화되길 바라죠. 그래야만 일반적인 명품 시장은 물론 세분화되고 있는 니치 마켓에서도 우리 제품을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보다 좀 더 다양한 고객과 함께 브랜드의 스토리를 만들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240여 년간 우리가 만들어낸 풍성한 스토리에 고객들의 스토리를 얹는다면 새롭게 거듭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브랜드


현지화 전략으로 브랜드 외연 확장


2011년 취임 이후 오 대표가 가장 주력한 부분은 현지화를 기반으로 한 브랜드의 외연 확장이다. 지난 8년간 덴마크 전통문화를 한국 문화에 접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2년에는 김수영 유기장(중요무형문화재 제77호)과 함께 유기 티스푼을, 2013년에는 정봉섭 매듭장(중요무형문화재 제22호)과 함께 예단 박스매듭을 개발했다. 

또 ‘로얄코펜하겐, 한국의 오색을 담다’라는 전시회를 개최해 이종덕 소반장(중요무형문화재 제99호), 서신정 채상장(중요무형문화재 제53호)과 컬래버레이션 작품을 선보였다. 

아울러 김장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후원하기 위해 김장문화의 역사와 사회적 의미를 담은 영문도서 『Kimjang; Making and Sharing Kimchi』 제작을 지원하기도 했다. 

오 대표는 “로얄코펜하겐을 매개로 한국 문화의 소중함을 알려나가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며 “우리 제품과 한국의 전통 제품들이 조화롭게 사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한국의 식문화를 대변하는 밥그릇과 국그릇을 만들어낸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244년 로얄코펜하겐 역사에서 유례가 없는 일인데요. 

그 바탕에는 존중 문화가 있다고 할 수 있어요. 한국 문화를 존중하는 의미로 밥을 가장 밥답게 먹을 수 있는 그릇을 만들었죠. 보온을 유지하기 위해 뚜껑을 만들고 수저 사용을 돕기 위해 라운드 형태로 모양을 냈습니다. 로얄코펜하겐의 DNA를 유지하는 동시에 한국적인 정서를 잘 살려낸 제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 덕분에 한국 고객들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오리지널리티를 지속적으로 확산하기 위한 혁신적인 시도들 덕분에 지난 25년간 한국 고객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세대가 바뀌면 니즈도 달라집니다. 브랜드의 DNA를 유지하면서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충족해주는 것이 중요하죠. 다시 말해 설득력 있는 재해석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것이 바로 명품이 갖춰야 할 조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명품은 초창기에 설정한 핵심 철학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어요. 일종의 탄생 스토리라고 볼 수 있죠. 명품의 탄생 스토리가 곧 철학이에요. 철학에 대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스토리텔링을 하며 고객들과 소통하는 거죠. 

그렇다고 모든 제품을 똑같이 만들지는 않습니다. 혁신으로 변화는 도모하되 DNA를 계승하는 것이 핵심이에요. 젊은 고객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 대표가 전망하는 한국 명품 산업의 앞날은 밝은 편이다. 피라미드의 꼭짓점에 있던 명품 시장이 비약적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 트렌드도 명품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상황에 잘 대처하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브랜드만이 시장에서 오랫동안 명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한국 고객들은 이제 각자가 스스로 콘텐트를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콘텐트들이 차곡차곡 쌓인다면 한국뿐만 아니라 주변 국가는 물론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해요. 

로얄코펜하겐도 예외는 아닙니다. 우리 고객들은 하나의 스토리를 주면 두 개, 세 개의 스토리를 만들어내는데요. 그것을 모티브로 우리는 또 다른 제품을 구상합니다. 이런 역동적인 시장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어요. 로얄코펜하겐 본사에서 한국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이기도 해요.”

한국적 정서 살린 제품으로 승부수


우리의 식문화를 상징하는 한식기 라인업을 완성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하는 오 대표에게 한국 명품 산업의 발전 방향에 대한 조언을 부탁했다. 

그는 “우리 명품업계가 지금보다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세계적인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브랜드가 많이 나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는 명품으로 거듭날 수 있는 브랜드가 분명히 있습니다. 특히 우리 업계에는 그런 브랜드가 더욱 많아요. 그런데 그들은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명확한 정리가 부족해요. 로얄코펜하겐이 명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건 자신들이 누구인지, 지금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가 명확했기 때문이에요. 

품질도 좋고 디자인도 좋고 준비는 다 돼 있는데 포지셔닝이 명확하지 않다면 명품으로 거듭나기가 결코 쉽지 않을 거예요. 현재 포지셔닝이 피라미드의 중간 지점이라면 분명히 명품 자리에 오를 수 있다고 봐요. 그런데 그 꼭짓점에 오르려면 스스로 바꾸고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죠. 다시 말해 잘하는 건 더 잘할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하고, 못하는 건 과감하게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예요. 

창의력과 개발력을 비롯해 조직의 모든 역량을 잘하는 쪽에 집중해야 합니다. 모든 것을 다 잘하려다 보면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죠. 위로도 못 가고 아래로도 못 가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누구인지, 무엇을 잘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발전해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최근 한국 작가들의 뛰어난 작품을 많이 보게 되는데요. 그들이 국내에만 머물지 않고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모색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조선시대 달항아리를 모티브로 한 제품이라면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이미 명품으로 거듭날 수 있는 조건들을 다 갖고 있습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리고 고객들과 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물론 개인 차원에서 이런 부분들을 풀어나가는 것이 쉽지는 않죠. 거대 자본에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작가연합회 같은 자생적인 시스템을 모색하거나 제도적인 지원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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