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조원 규모로 급증한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칼을 빼 들었다. 지난 6월 한 달 동안만 8조원이 늘어난 가계부채를 이대로 둘 경우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뀐 정부 정책에 가계부채의 종합관리방안은 무엇일까?
지난 7월 22일 발표한 가계부채 종합관리대책에 따르면, 대출원금은 만기에 일시 상환하고 평소엔 이자만 갚는 방식의 은행 주택담보대출을 내년부터는 받기 어려워진다. 이자만 내다가 대출 원금 만기 이전에 팔아 차익을 올리던 부동산 거래는 줄어들 전망이나, 장기 고정금리 분할상환대출엔 우대금리 혜택을 주는 당근책을 제시했다.
정부는 그동안 주택담보대출 구조를 고정금리·분할상환 방식으로 바꾸는 데 정책을 집중해왔다. 이번 정부에서 새로 도입한 공유형모기지나 안심전환대출은 각각 고정금리·분할상환 방식으로 신규 대출을 받거나 변동금리·만기상환 방식으로 대출을 전환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공유형모기지의 경우 1%대의 낮은 이율로 장기간 빌려주는 대신 원금과 이자를 1년 또는 3년 거치 후에 분할상환하도록 했다. 안심전환대출은 변동금리·만기상환 대출을 고정금리·분할상환으로 전환할 경우 낮은 금리를 보장해주는 상품이었다. 하지만 그 규모는 약 38조원으로 전체 주택담보대출 439조6천억원(6월 말 기준)에 비하면 미미하다.
▒ 분할상환에 당근, LTV·DTI 규제완화는 1년 연장
정부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지난 7월 나온 가계부채 종합관리 방안에선 기존 주택 보유자뿐만 아니라 집을 사기 위해 새로 대출을 받는 차입자로 적용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 비중을 2017년 말 45%로 올릴 계획이다. 대신 분할상환 대출자에겐 우대금리를 적용해주기로 했다.
이번 대책으로 담보인정비율(LTV)과 DTI 규제가 강화되는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부동산시장 침체를 막으면서 동시에 가계부채 뇌관도 제거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부동산시장이 가라앉는 걸 막기 위해 정부는 LTV·DTI 규제완화를 내년 8월까지 1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향후 주택가격 하락이나 금리 상승에 따른 차입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올 12월부터 유한책임대출을 시범적으로 도입하는 방안도 담겼다. 빚을 갚지 못해 부도가 나면 채무자의 상환 책임을 해당 담보물로 한정하는 제도로, 대출자가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가 돈을 갚지 못하게 됐을 때 책임 범위를 담보로 제공한 주택에만 한정하는 의미다.
▒ 대출 계획 있다면 올해 안에 받자
당장 주택을 구입할 의향이 있는 수요자들은 이번 대책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실수요자의 경우 대출 시기를 앞당기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당장엔 이자만 갚고 원금 상환은 3~5년 뒤로 미뤄야 하는 상황이라면 올해 안에 대출받아야 거치기간을 3년 이상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득 증빙이 어려운 자영업자나 주부 등은 소득이 아니라 지금처럼 담보물 위주의 대출심사 평가를 받아야 금리를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다. 올해까지 은행들은 기존 관행대로 주택담보대출 심사 기준에서 담보물 상태를 90% 이상 반영할 수 있다.
또한 이번 대책으로 중소형 아파트 비중이 높고 전세입자의 매매 전환수요가 많은 서울 강북권과 강서 지역에선 기존 주택 거래가 둔화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고가의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몰려있는 서울 강남권 요지는 이번 대책에 영향을 덜 받는다. 주택 구매자의 평균 소득이 높은 데다 대출에 의존하는 정도도 덜하기 때문이다.
집값 수준이 낮은 지방 중소도시에선 이번 정부 대책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주택 매매가격 자체가 낮아 대출 부담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구와 부산 등 최근 3년간 부동산시장 활황을 이끌었던 지역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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