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에 구글 캠퍼스가 있는 곳은 서울이 유일해요. 그리고 서울의 구글 캠퍼스에는 세계적인 스타트업 어드바이저 그렉 네미스가 있어요. 그가 말하는 한국 스타트업의 생태계에 대하여 들어보았어요.

 

서울 대치동 구글 서울캠퍼스에는 한 미국인 ‘선생님(어드바이저)’이 상주하고 있다. 국내 학생(스타트업)들의 학업성취도를 평가하고 진로를 조언하기 위해서다. 선생님의 정체는 구글 본사에서 날아온 스타트업 어드바이저 그렉 네미스(Greg nemeth). 미국 컬럼비아대 재학 시절 수면 관련 스타트업 퍼펙트서드(Perfect Third)를 창업, 매각한 후 미국 최대 엑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Y-Combinator)’와 협업했다. 이후 미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하고 현재 구글 하드웨어팀 매니저로 활동 중이다. 그는 5월 10일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그 전에 학업 평가와 조언을 구하려는 스타트업이 줄을 서 있다. 네미스 어드바이저를 만나 한국 스타트업의 생태계와 창업자들에게 필요한 점 등을 들었다.

현재 구글에서 어떤 일을 맡고 있나.

“크롬캐스트와 구글홈·크롬북스 등 구글 하드웨어에 사용되는 서드파티(제휴사) 소프트웨어의 최적화를 돕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스타트업 멘토십 어드바이저로서 스타트업의 성공 경험 등을 공유하고 있다. 투자 전략에 대한 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구글의 세계 여러 오피스 중 굳이 한국을 선택한 이유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유일하게 서울에만 구글 캠퍼스가 있다. 한국은 지역 경제가 탄탄하고, 흥미로운 스타트업 생태계가 구축되고 있다. 나에게는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어느 수준인가.

“한국에 오기 전에는 초기 단계라고 들었는데, 막상 와보니 짧은 시간 동안 굉장히 많이 발전했다. 스타트업 생태계는 창업이 영예로운 일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한다. 여러 창업자들의 성공 경험이 대중의 인식 변화로 이어지며, 투자 역시 재무적 관점에서 기술적 관점으로 바뀐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 패러다임이 아주 빠르게 변하고 있다.”

 


투자의 관점이 바뀐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스타트업은 매출 등 재무적 모델로만 가치를 평가할 수 없다. 초기 기업은 창업자와 아이디어로 평가하게 된다. 창업자가 경영 환경의 변화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가 투자를 가르는 요인이 된다. 적은 양의 데이터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비즈니스에 잘 적용하는지가 중요하다.”

스타트업들이 가장 많이 겪는 시행착오는 무엇인가.

“임직원들이 원탁에 앉아 고객이 원하는 바를 고민하고 논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스타트업은 속도가 생명이다. 제품을 빨리 출시해 고객의 피드백을 받고, 이를 토대로 품질을 향상시키는 노력을 반복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다. 좋은 창업자는 적은 정보로도 직관·감각을 통해 결국엔 최상의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는다.”

우버·에어비앤비 등 성공한 스타트업 공통점은.

“고객의 피드백에 빠르게 반응했다는 점이다. 기업의 방향성을 스마트하게 바꾸는 것이 실력이다. 스타트업을 하면 많은 도전과 거절에 부딪힌다. 이를 극복하려면 자기 사업에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가설을 시험해야 하며, 고객 테스트를 통해 제품을 개선해야 한다. 최고의 스타트업은 빠른 대처와 운, 타이밍이 모두 맞아 떨어져야 한다.”

한국과 창업자들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세계적 수준의 엔지니어와 고난이도 기술, 다양한 솔루션 등을 갖고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완벽주의를 추구한다. 지나치게 높은 수준의 ‘최소 요건 제품(Minimum Viable Product, MVP)’을 희망한다. 자신이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제품만 출시하려 한다. 완벽주의적 성향을 내려놓고, 가급적 빨리 MVP를 내놓고 피드백을 얻는 게 중요하다. 완벽하지 않은 제품이 장기적으로는 더 도움이 된다.”

한국 창업자들의 문제점을 꼽는다면.

“아이디어를 지나치게 숨기려 한다. 엑셀러레이팅을 시작하면 기밀유지협약(NDA)부터 맺자고 한다. 스타트업은 피드백을 받고 아이디어를 정교화하고,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고도화 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과 얘기해야 한다. 누군가 아이디어를 흉내 낼 것으로 걱정하는데, 창업자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사업화 할 최상의 사람이어야 하며, 전문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창업자들은 곧잘 자기확신에 빠지곤 한다.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셀프테스트를 수시로 갖는 것이 좋은 출발 포인트다. 창업자는 아이디어가 많겠지만, 중요한 것은 실행이다. 내가 어떤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면, 이는 누군가 나와 유사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성공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은 실행이다. 제품을 빨리 만들고, 많은 사람과 얘기하고 피드백을 받으며 앞으로 가야 한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초창기 고객을 존중하고 과할 정도로 투명하게 소통해야 한다. 초창기 고객은 회사에 힘을 실어주는 우군이며 네트워크를 확산시켜 준다. 단순히 서비스를 잘 하라는 차원이 아니라, 고객의 의견을 소중히 다루고 제품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의미다. 고객 및 사용자가 내부 직원, 내지는 내부자인 것처럼 대해야 한다.”

스타트업 경영에 조언한다면.

“구글에는 ‘OKR(Objective Key Result)’이라는 목표 설정 프로세스가 있다. 6개월 후 장기 목표가 무엇인지를 설정하고 목표 값의 측정 방법, 정량화 수치를 설정하는 과정이다. 이 OKR을 창업자를 비롯해 모든 임직원이 공유해야 한다. 조직원 모두가 중요 목표에 대해 일치된 이해를 갖고 공유해야 골인에 달성할 집중력을 얻을 수 있다.”

정부의 과도한 지원 정책으로 수준 낮은 스타트업이 난립하는 것 아닌가.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지원하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다. 서울캠퍼스에 입주한 스타트업 중에도 정부 지원으로 전진하게 된 곳이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한국과 같은 지원을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의 재정 지원 덕에 많은 사람이 사업에 착수하고 있으며, 이들이 창출한 자금이 다시 재투자 돼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초반 자본 공급은 굉장히 중요하다. 한국의 인큐베이터·벤처캐피털의 자금이 증가하고 있어 미래를 낙관하고 있다.”

모빌리티처럼 거대 전환이 일어날 산업 분야는.

“컴퓨팅이 흥미진진한 시점에 있다. 모바일에서 인공지능(AI)으로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본다. 앞으로 인간과 컴퓨터와의 상호작용 방법은 음성 지원이란 영역으로 큰 변화가 올 것이다. 음성 지원이 되면 사용자의 기술 접근성이 크게 개선된다. 사용법을 배워야 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달리 언어는 자연스럽고 쉽게 컴퓨터와 상호작용할 수 있다. 기술과 애플리케이션을 이해하지 못해도, 전문성이 없어도 쉽게 쓸 수 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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