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00대 기업의 CEO는 어떤 사람들일까요? 어떤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큰 그룹을 이끌어가는지, 그들의 성별, 출생지, 학력, 전공을 알아보았어요.
100대 기업 CEO, 그들은 누구인가. 이번 ‘2019 대한민국 100대 기업의 CEO’에 선정된 CEO는 총 135명이다. 금융감독원 공시자료를 바탕으로 각 기업별로 대표이사가 복수인 경우를 반영했다. 이들의 성별·출생지·학력·전공 등 인적사항을 조사했다. 공개된 자료를 기본으로, 미공개 정보는 기업이 제출한 자료를 통해 보강했다.
10명 중 7명이 50~60대
서울에서 태어나 경영학을 전공한 50대 후반이 국내 100대 기업 최고경영인(CEO)의 전형이었다. 100대 기업 CEO의 평균 나이는 59.9세로 3년 전 본지가 진행한 100대 기업 CEO 조사 때보다 0.5세 많았다. 1930년생인 이삼열 국도화학 회장이 최고령 CEO로 이름을 올렸다. 1939년생 손경식 CJ제일제당 회장, 강병중 넥센 회장이 뒤를 이었다. 100대 기업 CEO 중 30대는 없었고 성래은 영원무역홀딩스 대표이사가 41세로 가장 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올해 57세인 1962년생 대표이사가 가장 많았다. 박정원 두산 회장, 임병용 GS건설 사장, 허민회 CJ ENM 총괄부사장 등 12명이 포함됐다. 세대별로는 50~60대 CEO가 109명으로 전체의 80.7%를 차지했다. 50대가 60명으로 가장 많고, 60대가 49명으로 뒤를 이었다. 40대 CEO는 10명으로 70대 이상 CEO(16명)보다 적었다. 다만 40대 CEO 10명 중 정우진 NHN 대표이사를 제외한 9명은 모두 오너 2~3세로 나타났다.
이승찬 계룡건설 사장, 최문규 한신공영 사장, 강호찬 넥센 부회장, 윤석빈 크라운해태홀딩스 대표 등이 대표적인 경영승계형 CEO다. 이와 달리 70대 이상 CEO 16명 중에선 6명이 전문경영인이었다. 서용원 한진 사장, 곽선기 서희건설 사장, 김석만 무림페이퍼 사장, 태기전 한신공영 사장, 이재규 태영건설 부회장, 고규환 아세아 사장 등이 상대적인 고령에도 전문경영인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전체 135명의 CEO 중 여성 CEO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성래은 영원무역홀딩스 사장, 김선희 매일유업 사장 등 3명이며 이 중 전문경영인은 김선희 사장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100대 기업 CEO는 서울 출신이 주를 이뤘다. 전체 135명 중 51명(37.7%)이 서울생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상훈 한솔제지 사장이 대표적이다. 이 회장은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 서울대를 나왔다. 다음으로 부산·경남(PK)과 대구·경북(TK) 출신이 뒤를 이었다. PK와 TK 출신 100대 기업 CEO는 각각 24명(17.8%), 13명(9.6%)이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과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등이 PK 출신,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등이 TK 출신 CEO다. 광주와 전남·전북 출신 CEO는 12명으로 TK에 이어 네 번째로 많았다. 대전·충청이 10명으로 그다음이었다. 인천·경기 출신 CEO는 5명, 강원 출신 CEO는 4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완재 SKC 사장이 강원도 원주 출신이다. 조원태 한진칼 회장처럼 해외 출신 CEO는 4명으로 전체의 약 3%를 차지했다.
출신 고등학교별로 분류해보면 서울 경기고와 경남 마산고 출신이 6명씩 분포해 가장 많았다. 손경식 CJ제일제당 회장, 이순형 세아제강지주 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석태수 한진칼 사장, 장인화 포스코 사장, 안건희 이노션 사장 등이 경기고 출신이다. 마산고 출신은 강병중 넥센 회장, 이재규 태영건설 부회장,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이홍열 롯데정밀화학 사장, 허민회 CJ ENM 총괄부사장, 공기영 현대건설기계 사장 등이다.
그 다음으로는 경복고 출신이 많이 포진했다. 정몽혁 현대상사 회장, 김익래 다우데이타 회장, 동현수 두산 부회장, 손동연 두산인프라코어 사장, 차정호 신세계인터내셔날 사장 등이 경복고 출신 CEO다. 마산고를 비롯해 부산 경남고(4명), 경남 진주고(3명), 경북 포항고(3명) 등 영남지역 학교에서 100대 CEO를 많이 배출했다.
출신 대학(학부 기준)에선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이른바 SKY 출신이 강세를 보였다. SKY 출신은 모두 58명으로 해외서 대학을 나오지 않은 100대 기업 CEO 2명 중 1명은 SKY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SKY 58명 중에선 서울대를 졸업한 CEO가 33명으로 가장 많았다. 고려대와 연세대는 각각 15명, 1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SKY 다음으로는 한양대(9명), 부산대(6명), 서강대·성균관대(5명) 순이었다. 서울을 제외한 지방대학 비중은 16.3%(22명)이었다. 외국에서 학사학위를 받은 CEO는 13명으로 이들 중 절반이 넘는 7명이 오너 일가다.
경영대학원 MBA 출신 CEO를 석사로 분류하면서 최종 학력 기준 석사 출신이 전체의 43%(58명)를 차지했다. 학사 학위를 가진 100대 기업 CEO 비율(39%)보다 석사 출신 CEO 비율이 4%포인트많았다. 윤재춘 대웅 사장과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이 각각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과 울산대학교산업경영대학원을 나온 석사 출신이다.
학사 학위 CEO는 52명이었다. 박사 학위를 가진 CEO는 24명으로 전체 CEO의 18%를 차지했다. 특히 한미약품 공동대표인 우종수 사장과 권세창 사장 모두 박사 출신이었다. 우 사장은 충남대학교 대학원에서 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권 사장은 서울대학교 대학원 동물자원과학 박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졸 출신 CEO는 이경재 오리온 사장이 유일했다. 1977년 배명고를 졸업하고 오리온에 입사해 줄곧 영업직에서 근무한 이사장은 2007년 베트남 법인장으로 발탁됐다가 2015년 사장직에 올라 오리온의 실적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전공은 경영학〉경제학〉전기·전자공학 순
전공별로는 예상대로 경영학도가 가장 많았다. 학부 기준 경영학과를 졸업한 사람이 38명으로 전체의 4분의 1을 넘는다.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이 8명으로 가장 많고, 서울대 경영학과(7명), 연세대 경영학과(3명) 순이다. 경영학에 이어서는 경제학(13명)이 뒤를 이었고 전기·전자공학 전공이 10명으로 세 번째로 많았다.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에는 모두 전기·전자공학 전공자가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또 허연수 GS리테일 사장과 차정호 신세계인터내셔날 사장은 전기·전자공학 전공자인데, 유통 업체를 이끌고 있어 눈길을 끈다. 4번째로 많은 전공은 법학(8명)이며, 화학공학, 건축공학 등 이공계 전공이 뒤를 이었다.
전통적으로 이공계에선 기계공학을 전공한 CEO가 많았지만 이번 집계에서는 이홍열 롯데정밀화학 사장과 김영두 한국가스공사 기술부사장 두 명뿐이었다. 많은 제조기업이 실적 부진을 겪으며 100대 기업에 오르지 못한 영향인 것으로 풀이된다.
최윤신·배동주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