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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올해 풀리는 토지보상금 24조원은 어디로?

공공택지를 개발할 때 정부는 사업지를 현금을 주고 사게 되지요. 이를 현금보상이라고 해요. 다만 현금 대신 땅으로 받을 수도 있는 대토보상이라는 제도도 있어요. 이번 3기 신도시 개발을 발표하면서 대토보상을 활성화하겠다고 했어요. 이에 따른 이점과 문제점은 무엇인지 알아보았어요.

 

신도시 등 공공택지를 개발하려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사업 시행자가 사업지를 매입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원주민 등 토지 소유자에게는 시행자가 현금을 주고 토지를 사들이게 되는데, 이를 보상이라고 한다. 신도시 등 공공택지 조성을 위해 토지를 수용할 때는 현금보상이 원칙이다. 토지 소유자가 갖고 있는 토지를 LH 등이 현금을 주고 사들이는 것이다.

 

 

다만, 토지주가 원하면 사업지 내 공동주택용지 등 택지로도 받을 수 있다. 이를 대토보상이라고 하는데, 2007년 처음 도입했다. 대토보상은 여러모로 이점이 많다. 원주민의 재정착에 도움을 주고, 정부는 현금보상금액을 낮춰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정부가 3기 신도시 개발을 발표하면서 대토보상을 활성화하겠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대토보상은 현금보상보다 번거롭다. 대토보상은 사업지 내 공동주택용지를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받는 형태이기 때문에 용지를 받아 실제로 아파트를 짓고, 이를 분양하기 위해서는 대토보상자끼리 모여 조합을 결성해야 한다.

 

이후 주민끼리 아파트 등 개발사업을 직접 해나가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전문 시행사의 도움을 받지만, 그만큼 수입은 줄어들게 된다. 아파트 개발 사업을 해서 수익률을 나눠 갖는 것이 현금보상보다 더 이익이라고 단정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대토보상 비율은 높지 않았다.


수도권 중심으로 대토보상 증가

 

 

LH에 따르면 2008~2014년 보상이 진행된 전국 공공택지에서 대토보상을 선택한 비율은 1~3%를 넘지 못했다. 이후에는 아파트 값이 뛰면서 공공택지가 인기를 끌자 조금씩 늘어가는 추세다. 2015년에는 이 비율이 15%까지 상승했고, 2017년 17%에 이어 지난해에는 29%까지 증가했다.

 

LH의 한 관계자는 “공공택지가 주거 환경이 좋고 이로 인해 주택 수요자에게 인기를 끌면서 대토보상에 관심을 보이는 토지 소유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토보상 비율은 아무래도 수도권에서 높은 편이다. 공공택지 중에서도 주택 수요가 많은 수도권 공공택지가 단연 인기가 높기 때문이다. 아파트값도 주변 지역에 비해 높게 형성되는 편이다.

정부가 대토보상을 늘리려는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현금보상금이 다시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 부동산시장이 들썩이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부동산개발정보회사인 지존에 따르면 지난해 토지보상금으로 16조4000억원이 풀린데 이어 올해에는 24조원이 집행된다.

 

일산 테크노밸리·방송영상문화 콘텐츠밸리(약 1조원)와 고양시 장항지구(약 1조732억원), 김포시 풍무지구(약 7000억원) 등지는 이미 토지 보상에 착수했다. 연간 단위로는 2010년 25조4000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이 중 14조원 정도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이렇게 단기간에 수십조원의 보상금이 풀리면 보상금이 부동산시장으로 재유입돼 집값·땅값이 들썩일 수 있다. 실제 노무현 정부 당시 세종시를 비롯해 혁신도시·기업도시·공공택지 등이 잇따라 개발되면서 토지보상으로 풀린 자금이 부동산 시장의 부메랑이 된 바 있다. 2002년 1㎡당 5만원이었던 보상 단가가 불과 3년 만에 2배가 넘어 11만원으로 뛰기도 했다.

 

경기도 판교신도시가 개발된 2006년에는 토지보상금 29조9000억원 가운데 38% 정도인 11조원가량이 수도권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면서 집값·땅값이 급등했다. 정부가 대토보상 활성화라는 카드를 들고 나온 것도 집값을 잡기 위한 신도시 개발이 과거와 같은 ‘유동성 부메랑’으로 되돌아오는 것을 막겠다는 의미다.

정부가 대토보상을 장려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은 크게 두 가지다. 보상 받을 대토의 면적을 부지 조성 전으로 앞당기고, 대토보상 리츠(부동산투자회사)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지금은 보상 때 대토보상을 신청하더라도 공공택지 시행자가 부지 조성 공사를 끝내야 용지 매매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대토보상 신청자는 보상 받을 땅이 어디에,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대토보상을 선택하는 셈이다.

 

부지 조성 공사가 끝나도 제때 땅이 공급되지 않거나, 공공택지 내에서 가장 인기가 없는 용지가 공급된 예도 있었다. 이 때문에 경기도 과천시 등지의 공공택지에서는 사업 시행자와 대토보상 신청자 간 잡음이 일기도 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보상 받을 대토의 면적을 부지 조성 전으로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존의 문제를 다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불확실성을 줄일 수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토보상 리츠는 대토보상 신청자의 권리(대토보상권)를 리츠에 현물출자하면, 리츠가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이후 수익을 출자자에게 배분하는 방식이다. 대토 신청자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고, LH 등 전문기관이 사업을 추진해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대토보상 리츠는 2014년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서 처음 설립됐다. 지난해 평택시 고덕국제신도시에서도 대토보상 리츠가 영업인가 승인을 받았다. LH도 최근 이천시 중리지구에서 처음으로 대토개발 리츠 사업을 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대토보상 리츠가 활성화하면 대토보상이 시행사의 먹잇감으로 전락하는 것을 상당부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도권 일부 공공택지에서는 시행사가 전매가 금지된 대토보상자에게 웃돈을 주고 사들이는 등 시행사의 용지 확보 수단으로 변질돼 논란이 일었다. LH 관계자는 “개발 이익을 토지 소유자 등 원주민이 가져갈 수 있고, 시행사의 과당 경쟁 등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금보상도 나올까


하지만 이 같은 대토보상 확대만으로 정부 의도대로 수십조원에 이르는 유동자금을 분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LH가 검토 중인 연금보상 등 다양한 보상 제도를 개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LH 관계자는 “현금보상액을 연금형식으로 분할 지급하는 것은 연구용역에서 도출된 제안일 뿐 실현이 가능한지는 더 검토해야봐야 한다”며 “시장 안정을 위해 국토부 등과 다양한 대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연금보상 방식은 이미 도시재생뉴딜사업에 도입해 운영 중이다. LH는 도시재생뉴딜 및 혁신성장 확산을 위한 비축토지 매입과 빈집비축 시범사업에 연금방식을 도입했다. 연금방식을 신청한 소유주는 약정기간(5·7·10년) 동안 국고채 평균금리 수준의 이자를 더해 월정액으로 매매대금을 수령할 수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3기 신도시 개발이 본격화하고 있는 만큼 시중 유동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쏠리지 않도록 다양한 보상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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