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월간중앙

동서양 귀신 이야기가 주는 교훈, 어떻게 다를까?

여름하면 생각나는 것이 있다. 바로 온 몸을 오싹하게 만드는 '괴담' 이야기다. 사전적 의미로 '괴담'은 무섭거나 해괴한 것을 느끼게 만드는 얘기'로 정의할 수 있다. 이러한 괴담은 여름만 되면 여러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사람들의 등을 오싹하게 만든다.

괴담도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권역별로 동양과 서양으로 나뉠 수 있다. 지금은 서로 괴담이 섞여 구분할 수 없지만 역사적으로 올라가보면 동과 서의 괴담은 각자의 영역을 고수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라마다 문화와 풍습이 다르기 때문에 괴담도 다를텐데, 어떤 점에서 차이가 날까? 괴담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오늘 글을 유심히 읽어보도록 하자.

스토리텔링

△서양의 공포는 힘을 바탕으로 한 폭압성에서 찾을 수 있다.
지옥은 육체적 고통과 같은 물리적 현상에 기초한 곳으로 받아들여졌다.




근본적으로 동ㆍ서의 괴담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다르다. 첫 번째는 주인공의 성별이다. 동양 괴담의 주인공은 대부분 여성인데 반해, 서양 괴담의 주인공은 남성이다. 미국 영화 '13일의 금요일'에 나오는 제이슨(Jason), '나이트메어'에 등장하는 프레디 쿠르거, 드라큘라 백작, 프랑케인슈타인 등 서양 괴담은 대부분 주인공이 남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동양 괴담에서는 한을 가진 여인이 주인공을 가진 경우가 많다.

두 번째는 무차별성, 폭압성에 있다. 서양 괴담의 주인공은 잔인하고 무차별하게 사람들을 살해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제이슨의 경우 전기톱을 이용해 아무 연관이 없는 인물들을 살해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는 미국에서 주기적으로 등장하는 뉴스에서 살펴볼 수 있는데, 2007년 4월 버지니아 공대에서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사건에서도 살해 대상은 원한의 대상이 아닌, 무차별 살인이었다. 이처럼 미국 사회의 무차별 살해가 괴담에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권선징악

△여우는 한·중·일 등 아시아 괴담에 자주 등장하는 주인공 중 하나다


하지만 동양 괴담은 원한의 대상에게 기운이 표출된다. 대부분 자신에게 해를 가한 인물이 공격 대상이 된다. 물론 구미호 괴담처럼 무차별 살인 괴담도 존재하지만 대부분 동양 괴담은 특정 인물, 배경에 대해 원한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서도 중국발 괴담과 한국ㆍ일본 괴담이 약간 다르다. 중국발 괴담의 경우 특정 인물에 대한 원한이 많은 반면, 한국이나 일본은 불특정 다수를 공격하는 괴담도 상당히 많다. 같은 동양 괴담이지만 그 대상도 약간씩 차이를 보인다.

세 번째는 괴담의 주인공 형상이다. 서양 괴담의 주인공은 살아있을 때와 귀신이 된 후 모습이 별반 다르지 않다. 단순히 무섭게 하거나 추하게 만드는 선에서 그치지만 동양 귀신은 다르다. 세상을 떠날 때의 모습으로 나타나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원흉의 대상에게 공포감을 준다. 특이한 점은 제3자가 바라보면 무섭지 않은데 가해자가 보면 무서운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또 다른 특징은 동양 귀신의 경우 그림자가 없고 발이 없다는 것이다. 걷지 않고 날아다니는 형상을 띠고 있다. 필자의 일방적인 판단이지만, 귀신의 발이 없는 이유는 동양 관습과 관련이 있을 듯 하다. 중국 관습에 의해서이지만, 원래 동양 여성에게 발은 성(性)의 상징을 나타냈다. 전족(纏足)은 중국, 나아가 아시아의 전근대성을 상징한 대표적인 인습이었다. 여기에서 발이 없는 귀신이 나오지 않았을까.


일본괴담

△일본 괴담 중 하나인 '요츠야 괴담' 그림


일본 에도시대 당시 사람들이 죽으면 그냥 강에다가 버리는 것이 풍습이었다. 그 시대 인구는 약 100만 명을 넘어섰는데, 당시 파리가 75만, 런던이 50만 인구였던 것에 반해 인구로 보나, 인구 밀집도로 보나 그 시절 도쿄는 '넘버1'의 도시에 해당했었다. 인구가 많아지고 경제가 급변하면서 범죄율도 급증하고 인륜에 어긋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면서 권선징악 스토리 괴담이 늘어났고, 세태를 꼬집었던 것이다.

권선징악을 축으로 한 괴담은 우리나라에도 굉장히 익숙하다. 장화홍련전이나 콩쥐팥쥐 등의 스토리는 권선징악 스토리로 유명하다. 장화홍련전은 억울하게 죽은 두 자매가 계모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를 압축하고 있다. 계모는 언니인 장화가 낙태한 것처럼 속여서 남편에게 이른다. 남편 배좌수는 시집도 가지 않은 딸이 낙태를 했다고 연못에 버린다. 동생 홍련도 계모에 대한 사실을 알고 자살을 한다. 이후 두 자매의 원귀가 세상을 떠돌면서 억울한 사정을 알리려고 노력하고, 사또가 그 사정을 알고 계모를 심판하면서 이야기의 막이 내린다.


장화홍련

△<장화홍련전>은 영화로 6차례나 만들어졌을 정도로 한국인에게 익숙한 괴담이다.

장화홍련의 원한이 풀리고 계모는 벌을 받는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권선징악에 해당하는 괴담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불교의 윤회설과도 비슷해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남에게 피해를 주면 자신에게 언젠간 돌아온다는 내용이다. 이와 반대로 서양의 괴담은 권선징악이나 기타 교훈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동양의 괴담이 어린이들에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나쁜 짓을 하게 되면 언젠간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교훈을 어릴 때부터 확실히 알게 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위치가 불안하고, 주변이 살벌하게 느껴질 때에는 괴담을 읽어볼 것을 권유한다. 서양의 죽이고 잔인한 괴담이 아니라, 공포의 요소를 개입시켜 만든 권선징악 괴담 말이다. 괴담 속의 악당이 행하는 반인륜ㆍ반도덕적인 행동을 자세히 지켜보고 우리 주변이나 내 자신에게는 그런 모습이 없는지 돌이켜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더불어 그 악당에게 닥칠 귀신의 복수, 하늘의 천벌을 확신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