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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bes Korea

CEO 패션으로 보는 이미지메이킹과 경영전략


ceo 패션


옷은 나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좋은 도구다. 경영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패션을 통한 이미지메이킹을 시도하는 CEO들이 늘어나고 있다. 리더의 옷차림에서 그 사람의 가치관, 경영전략 혹은 직원들과의 관계까지 점쳐볼 수 있기 때문이다. 컬러 선택부터 작은 액세서리, 사소한 듯한 수트 핏까지. 경영에서 패션은 한 끗 차이로‘신의 한 수’ 혹은 ‘악(惡)수’가 될 수 있다.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는 똑같은 그레이 티셔츠만 20벌을 가지고 있다. 청바지와 편한 티셔츠, 후드티나 집업 등은 그를 대변하는 패션이다. 월스트리트는 지나치게 수수한 그의 차림새에 긴장했다. 자칫 투자자들의 미움을 살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이러한 ‘티셔츠 패션’을 고수한다. 


페이스북 창업 전 자신의 모습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이다. 실제 그는 소탈한 성격으로 알려졌다. 단지 ‘편해서’이러한 패션을 택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일관되게 같은 스타일을 고집하는 그에게서 애플 창업자 고(故) 스티브 잡스가 했던 것처럼 CEO 자신을 브랜드화하는 고도의 전략이 숨어있음을 동시에 짐작할 수 있다.

30대의 저커버그가 앞으로 어떤 패션을 선보일지 누구도 알 수 없지만 그의 옷차림에 맞춰 페이스북도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경영전략 없이 패션에만 변화를 줄 리 없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

글로벌 IT 기업 CEO들의 패션이 주목 받은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시작은 스티브 잡스의 ‘유니폼’으로 알려진 블랙 터틀넥과 청바지, 그리고 뉴발란스 운동화였다. 신제품 발표회에서 수많은 관중 앞에 보란 듯이 청바지를 입고 선 그를 보고 ‘취향대로 옷을 입었을 뿐’이라고 한다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그의 패션 전략은 큰 성공을 거뒀다. 그의 편안한 패션은 사람들이 딱딱하고 계산적일 것 같은 IT 제품을 감성적으로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반대로 권위를 중시하는 CEO는 정장을 고집한다. 이들은 노사 협상 자리에도 정장을 입고 가 협상을 망치곤 한다. CEO들이 생산 현장을 방문할 때 재킷을 벗고 점퍼를 입는 것 역시 현장 직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정태영 사장


국내 CEO 중에서는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 대표적인 ‘옷 잘 입는’ CEO로 꼽힌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대중과 활발히 소통하는 CEO답게 트렌드를 따르면서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한다. 블랙이나 그레이 컬러 수트에 노타이 차림이 대부분이다. 몸에 꼭 맞는 핏으로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스타일을 연출한다. 


때와 장소에 맞게 다양한 스타일을 선보이는 것도 그의 패션의 특징이다. 몇 년 전에는 공식 석상에 찢어진 데님과 셔츠를 입고 나타났다. 형식을 파괴한 현대카드의 마케팅을 몸소 실천한 것이다. 정 사장은 매번 중요한 시기마다 세련된 스타일로 현대카드의 이미지를 높였다. 대중의 구매욕구를 일으기고 획기적인 아이템으로 변화를 선도해온 현대카드를 자신의 스타일로 대변하는 것이다.


마리사 메이어


여성 CEO에게 패션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대부분의 여성이 남성보다 몸 치장에 대한 욕구가 강하고 자기 취향이 분명한 만큼 여성 CEO들의 옷, 헤어, 액세서리 하나의 디테일까지도 모두 CEO 자신과 기업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좋은 도구가 되어준다.


세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여성 중 한명인 마리사 메이어 야후 CEO는 여성적이고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메이어는 선명한 컬러와 화려한 패턴의 옷을 자주 입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몸매가 드러나는 원피스도 마다하지 않는다. 강한 남성들 사이에서 여성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한껏 과시하는 것이다. 지난해 8월 패션잡지 보그의 화보에도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깔끔하고 세련된 헤어 스타일에서 역시 CEO다운 빈틈없는 성격을 엿볼 수 있다.


김성주 회장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은 메이어와 반대의 스타일을 보여준다. 쇼트 커트와 각진 수트로 ‘김성주 표 비즈니스 웨어’를 탄생시켰다. 주로 바지를 입는 김 회장에게서 강한 카리스마와 활동성이 느껴진다. 레드·블루 같은 강렬한 원색의 수트를 고급스럽게 소화한다. 큰 리본이나 코르사주로 화려하게 포인트를 주기도 한다. 남들이 잘 소화하지 못하는 아이템을 선택한 데서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패션에서 컬러는 중요한 요소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은 전략적인 컬러 마케팅으로 유명하다. 대외적으로 중요한 공식 업무에 임할 때는 블루색 계열을 고집한다. 그는 “블루는 단정하면서 세련미를 표현하기 좋고 행복, 청결, 명예 같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아주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많은 정치인이 블루를 선호하는 이유기도 하다.

헤어 스타일에서도 그의 심리가 드러난다. 퍼스트레이디 시절에는 여성적인 단발머리를 고수하다 정치인으로 나서고는 진취적인 느낌의 커트를 고집했다. 각 역할에 맞는 일관된 헤어 스타일로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액세서리는 여성의 권위를 상징한다. 옷이 초라해 보일 때도 액세서리 하나로 이미지를 반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액세서리로 자신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인물로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이 있다. 그의 심볼은 브로치다. 여성 최초로 미국 국무장관이 된 올브라이트는 각국 정상을 만날 때마다 웃옷에 각기 다른 브로치를 달았다.

1994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참석했을 때는 자신을 뱀이라고 평한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에 항의하는 뜻으로 뱀 모양 브로치를 했다. 2000년 6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왼쪽 가슴에 햇살 모양의 브로치를 달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북한이나 러시아를 방문할 때는 독수리와 성조기 브로치로 미국의 힘을 과시했고, 고(故)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을 만날 때는 아프리카를 상징하는 얼룩말 브로치를 했다. 그저 장식으로 달기 시작한 브로치가 외교의 병기가 된 것이다.


가방 역시 여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아이템이다. 고(故)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핸드백을 카리스마 발산에 사용했다. 그가 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내며 나타나 핸드백을 책상에‘탁’ 올려놓으면 장관들이 겁먹었다고 한다. 핸드백 안에각종 정책과 관련한 서류가 잔뜩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시사 풍자 만화가들은 대처가 핸드백으로 각료들을 때리는 모습을 그리곤 했다. ‘공격적이다’ ‘자기주장이 강하다’는 뜻의 ‘핸드배깅(handbagging)’이란 단어가 쓰이기도 했다.

이처럼 리더의 패션은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조직의 마케팅 전략을 대신해준다. 공식석상에서 감정을 조절하는 방패로 이용되기도 한다. CEO는 살아있는 브랜드다. 그들의 패션에서 의미를 찾는 이유다.

사진: 매들린 올브라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