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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bes Korea

CEO의 가장 좋은 경영지침서는 매일 쓴 일기

기업을 경영해 나가다보면 많은 난관에 부딪히고, 그 안에서 새로운 길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경영은 단순히 사업을 성공시키는 것에서 나아가 직원들과 협력사, 그리고 나라의 경제와 사회를 선순환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과정입니다. 그러다보니 CEO들은 자신만의 경영 방법과 노하우를 갖고 있습니다. 



데크플레이트 생산 · 유통업체인 덕신하우징 김명환 회장은 맨주먹으로 시작해1000억원의 연 매출을 올리는 기업을 일궈냈으며, 올해 9년 만에 주식상장의 꿈도 이뤘습니다. 그의 경영지침은 무엇일까요?


덕신하우징 김명환 회장에게는 습관이 하나 있습니다. 현재 50년 넘게 습관처럼 일기를 쓰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기는 그의 재산이자 덕신하우징의 성장 동력입니다. 미국의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과 잭 웰치 전 GE 회장은 메모하는 습관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사업을 확장시켜 나갔습니다.



그는 좋은 일보다 힘들었던 일, 고쳐야 할 점, 잘못한 일을 위주로 일기를 적고 있습니다. 멈추지 않고 성장하려면 일기를 써야한다는 것이 김회장의 지론입니다. 이런 그는 어떻게 일기 예찬론자가 되었을까요? 그의 이력서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이력서에 쓸 학력이 단 한줄 밖에 없습니다.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농사일을 거들었죠. 유난히 짖궂어 사고도 많이 쳤습니다. 그런 그가 달라진 건 열여덟살 때였습니다. 


덕신하우징


“그동안 쓴 일기를 차분히 읽어 봤습니다. 제 행동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깨달았죠. 순간 너무 부끄럽더라고요.”


달라져야겠다고 결심했지만 딱히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일기장을 활용했죠. 매일 한자와 영어 단어 3개씩 쓰고 외웠습니다. 그리고 날짜 옆에 큼지막하게 목표를 적었어요. 그때부터 일기장은 그의 ‘드림노트’가 되었습니다. 



김 회장은 스물네살에 군대를 제대한 후 건축자재를 취급하던 동신상사에서 잡역부로 일했습니다. 직장 잡기 어려울 때라 잡역부 한 명을 뽑는데 수십 명이 몰렸지요. 김 회장은 높은 경쟁률을 뚫고 취업에 성공했지만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위기에 처했습니다. 발목 인대가 끊어지는 사고였습니다.


하지만 병원에서 치료 받고 그가 향한 곳은 집이 아닌 회사였습니다. 무릎을 꿇고서라도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찾아다녔습니다. 일이 없을 때는 책상 정리를 하고 사무실 청소도 도맡아했지요. 어렵게 구한 일을 잃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 김회장의 회상입니다. 이 사건은 지금의 김명환 회장을 만드는 사건이 됩니다.


이 일을 계기로 그는 정희상 동신상사 대표의 눈에 들게 되었습니다. 정희상 대표는 그에게 성공을 하고 싶다면 사업을 하라고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점심을 걸러가며 모은 사업자금 300만원으로 김명환 회장은 덕신 하우징의 모체인 1980년 1월에 덕신상사를 차렸습니다. 데크플레이트 유통업이었습니다. 가설구조물인 거푸집의 단점을 보완한 데크플레이트는 바닥구조에 사용되는 건축자재입니다.



정희상 대표가 소개해준 고객들을 발판으로 사업은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자 김 회장은 1994년 제조업에 뛰어들었습니다. 데크플레이트 생산이죠. 그는 회사 설립 초기에 고용창출이 가능한 사업을 하자고 결심을 했었습니다. 제조업은 공장 하나만 운영해도 100여명의 직원이 필요해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었죠.


술술 잘 풀리는가 싶더니 1997년 외환위기라는 복병을 만났습니다. 2년 전부터 추진해온 사옥이 문을 열었지만 입주업체들이 모두 계약을 파기했습니다. 자식처럼 키워온 사업장을 버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1998년 새해가 밝자마자 부도를 내기로 했습니다. 최종 부도일을 10월30일로 잡고 마무리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사업을 접기로 했지만 쉽지는 않았습니다.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중소기업진흥원에 자문을 구했습니다.


“이력서를 A4용지 5장에 써오라고 하더군요. 초등학교만 졸업해 딱히 쓸게 없다고 했더니 사업 시작부터 지금까지 일을 상세하게 적으라고 하더군요.”


20일 후 진흥원에서는 ‘창업 정신으로 돌아간다면 회생 가능성이 보인다’는 답변이 왔습니다. 그는 그 말에 희망을 얻었습니다. 창업정신이란 결국 가진 게 없던 시절로 돌아가라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는 가진 것을 모두 다 버렸습니다. 집, 차, 골프채 등 그동안 누리던 걸 다 놓아버렸죠. 그랬더니 놀랍게도 도움의 손길이 그에게 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덕신하우징을 다시 살리는데 6년이 걸렸습니다. 



위기를 극복하면서 회사도 크게 성장했습니다. 2002년 덕신하우징의 주력 상품이 된 일체형 데크플레이트를 개발한데 이어 2004년에는 기능을 개선시킨 ‘스피드 데크’를 내놓았습니다. 지난해에는 신개념 데크플레이트 ‘에코 데크(Eco Deck)’를 선보였습니다. 기술 개발에만 5년이 걸렸습니다. 


스피드 데크


기존 제품과 달리 거푸집 역할을 하는 하부강판과 상부의 철근 구조체가 분리됩니다. 에코 데크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입니다. 지난해 250억원을 투자해 생산설비를 확충했는 데도 부족해 올해 말까지 150억원을 추가 투자해 증설할 계획입니다.


최근에는 한국로봇융합연구원과 함께 데크플레이트의 볼트를 해체하고 하부강판을 떼어내 정리하는 산업용 무인로봇 개발에 나섰습니다. 천장에서 작업할 수 있는 건설로봇과 철강재 생산설비 자동화를 위한 가공로봇 등을 개발할 예정입니다.


덕신하우징


덕신하우징은 8월 코스닥시장 상장을 목표로 막바지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상장 후 모집되는 자금은 기업 인수에 사용할 계획입니다.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회사 규모를 확장하고 사업을 다각화해야 합니다. 그방편으로 기업 인수합병을 모색하고 있지요.” 


해외 진출에도 적극 나설 계획입니다. 현재 덕신하우징은 베트남과 앙골라, 아랍에미리트(UAE)에 진출해 있습니다. 앞으로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지만 김명환 회장은 그의 꿈을 이루기까지 일기장을 몇 번이고 펼쳐보며 위기를 극복해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