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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bes Korea

베어브릭, 더니 등 억소리나는 키덜트 토이의 세계

키덜트(Kid와 Adult의 합친 신조어)가 최근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장난감을 예술로 승화시킨 '아트 토이'로 요약되는데, 단순히 장난감이 아니라 예술, 명품 브랜드로 다시 탄생하기도 한다. 어른들이 아이처럼 동심을 간직하고 있다고 해서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예술성과 희소성을 모두 가지고 있어 무시할 수 없는 가격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이 아트 토이의 세계를 들여다보자.


서울시 강남구에는 '킨키로봇'이라는 아트 토이 매장이 있다. 그곳에서 약 1000만원에 호가하는 곰돌이 인형 '베어브릭(Be@rbrick)'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이 인형은 일본 메디콤 토이가 직접 디자인한 블럭 타입의 피규어이다. 베어브릭은 '곰(bear)'과 '벽돌(Brick)'을 합친 이름으로 전 세계에 있는 모든 아트 토이 수집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또한 기본 디자인은 유지하면서 명품 브랜드, 아티스트와 함께 협업해 다양한 베어브릭들이 탄생하고 있다.

이처럼 단순한 장난감이 고가를 형성하는 이유는 바로 '예술성'과 '희소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물건이든 구하기 힘들수록 가격은 올라가며 유명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했다고 하면 역시나 가격이 올라가기 마련이다. 여기에다가 어른들이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분도 느끼게 해주는 등 다양한 요소가 인기의 비결이라 할 수 있다.

베어 브릭


△카리모쿠 베어브릭.일본 장인이 손수 호두나무를 깎아 소량만 제작한다.


킨키로봇에서 판매하는 '카리모쿠 베어브릭'은 일본 가구회사인 카리모쿠와 협업으로 극소수량만 제작한 제품인데, 처음 선보인 5개가 한 달 만에 모두 팔렸다. 890만원이라는 가격이었지만 전부 팔릴 수 밖에 없던 이유는 일본 장인이 호두나무를 직접 깎아 손수 제작해서 4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킨키로봇 신사점 국내 판매 담당 장은진 매니저는 "제품 수량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구매자가 늘어날 수록 가격이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아트 토이는 1990년대 생활고에 시달리던 홍콩 예술가들이 중국 공장에서 생산되던 '퀴(Qee)'라는 플라스틱 곰인형에 자신들의 디자인을 입혀 팔기 시작했던 것에서 유래되었다. 그리고 퀴의 뒤를 이어 일본의 베어브릭과 큐브릭이, 미국에서는 더니와 어글리돌 등이 아트 토이를 이어갔으며 연이어 히트를 쳤다. 이제 아트 토이 시장은 일본 6조원, 미국 14조원 규모까지 성장했다.

아트 토이


△미국의 아트 토이 디렉터 '크리스 릭스'가 디자인한 더니. 가격이 50만 달러(약 5억원)를 호가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박상배 커피빈코리아 대표가 세운 '킨키로봇'이 선두주자다. 시장 규모는 연간 7000억 가까이 되며 매년 20% 정도 성장하고 있을 정도로 반응이 좋다. 아트 토이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소재와 디자인을 바꿔 원하는만큼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아트 토이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는 이유가 아닐까. 역대 가장 비싼 가격에 팔린 베어브릭은 중국에서 약 120만 위안, 우리나라 돈으로 1억9600만원에 이르는 가격이다. 중국 현대미술작가 4대 천왕으로 꼽히는 웨민쥔의 작품이었으며, 모든 수익은 중국 난치병 어린이들을 돕는데 사용됐다.


홍콩 출신 마이클 라우는 아트 토이의 창시자라 불리는 피규어 작가이다. 어릴 때부터 장난감 만들기가 취미였던 그는 화가, 광고대행사, 쇼윈도 디스플레이 디자이너 등을 거쳐 예술적 감각을 키웠다. 그는 1998년 홍콩에서 발행되는 주간지 '이스트 터치'에 '가드너(Gardener)'란 제목의 만화를 연재했다. 만화가 인기를 끌자 캐릭터를 피규어로 제작하였고,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아트 토이가 됐다.

라우는 2008년 포브스가 선정한 '유행을 선도하는 세계 20인'에도 들었으며 소니, 맥도날드, 나이키, 에어워크, 디젤 등과 협업도 진행하였다. 그가 만든 아트 토이는 개당 수천만원에 호가했으며 지난 6월에는 온라인 경매사이트 이베이에서 약 3만4950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355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베어 브릭


△(왼쪽부터) 명품 브랜드 샤넬, 펜디와 협업해 만든 샤넬 베어브릭과 펜디 베어브릭.
일본 가구업체 카리모쿠사와 협업해 만든 카리모쿠 베어브릭.

뿐만 아니라 명품 브랜드와 만나 몸값을 높인 아트 토이도 있다. 명품 브랜드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가 2006년 디자인 한 '샤넬 베어브릭'이 대표적이다. 베어브릭에 샤넬의 상징인 진주목걸이, 선글라스, 머리장식을 착용시켜 1000개 한정판으로 일련번호까지 매겨 제작하였다. 

샤넬에서는 이 베어브릭을 매장에 비치하거나 패션쇼에 등장시켰다. 국내 가수 지드래곤의 뮤직비디오에도 등장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2008년, 명품 브랜드 '펜디'도 '바게트백' 출시 10주년을 맞아 베어브릭을 제작했다. 1998년부터 2008년도까지 연도를 새겨넣은 10가지 색상의 베어브릭을 1000개 한정 생산해서 바게트백 구매자들에게 선착순으로 지급했다.

아트 토이는 마니아들 사이에서 주식 못지 않게 가치있는 투자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마니아들은 이 장난감들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을 느끼기 때문에 제테크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는 적다. 장난감을 좋아하는 어른이라면 창피해하지 말고 주저없이 아트 토이를 구매해보도록 하자. 분명 가치있는 취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