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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가 혹시... 은둔형 외톨이?

히키코모리는 1990년 중반 일본에서 유행한 대인관계 기피증의 하나예요. 그리고 우리나라도 요새 이와 비슷한 은둔형 외톨이가 유행하고 있어요. 낮에 자고 밤에는 게임만 하는 등의 이른바 폐인 같은 삶을 사는 것이지요. 이러한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또한 이를 치료하기 위해선 어떡해야 할까요?

 

 

그녀는 요즘 고민이 깊다. 하루 종일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외동아들 때문이다. 아들의 칩거는 벌써 6개월이 넘었다. 내성적이고 소심해 학창시절 인간관계가 원만한 것은 아니었지만 별다른 사고는 없었다. 머리가 좋아 단번에 유명 대학에 입학했고, 졸업 전 구직에 성공한 아들은 2년여 직장에도 잘 다녔다. 그때까진 아들 때문에 속을 끓였던 기억은 없다.

서른 나이에 내가 이기면 누군가는 지고 상처 받아야 하는 끊임없는 경쟁에 신물이 난다며 퇴사를 선언했을 때, 그녀와 남편은 걱정이 됐지만 아들의 선택을 지지했다. 고위 공직자인 아버지와 교사인 어머니의 능력을 믿고 과감히 퇴사를 결심한 듯했다.

 

아들은 처음엔 인간관계가 필수적인 조직생활보다, 혼자 일할 수 있는 전문가가 되겠다며 회계사 자격증 취득을 위한 공부를 시작했다. 자격증 취득이 여의치 않자 한동안 아들은 재취업을 위해, 또 아르바이트를 한다며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그러더니 언젠가부터 집 밖으로 나가는 일이 없다. 일자리를 찾기 힘든지 아니면 찾고 싶지 않은지, 취직은 아예 포기한 듯하고 만날 친구도 없는 모양이다.

벌써 서른 다섯. 아들의 미래가 걱정이 되어 대화를 시도하지만 번번이 거부당한다. 최근에는 부모와의 접촉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듯 잠만 잔다.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다. 모두가 잠든 후 일어나고, 밤새 인터넷 게임에 몰두한다. 나이가 더 들수록 사회에서 더 멀어질 텐데, 혼자서만 지내려는 아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


모두 잠든 후 깨서 인터넷 게임에 몰두


은둔형 외톨이는 최근 6달 동안 사회생활을 거부하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사람이다. 친구가 하나도 없고, 전혀 일하지 않는다. 혼자 있는 것을 괴로워하면서도, 가족 이외는 만나지 않는다. 낮에는 잠을 자고, 밤에 일어나 TV나 인터넷에 몰두한다.

 

우울증·강박증·분노조절장애 등 정신질환을 동반하기도 한다. 1990년 중반 일본에서 유행한 ‘히키코모리’와 유사하다. 최근 한국에도 인터넷 보급, 나홀로 문화, 청년실업 등으로 급증하고 있다. 현재 잠재적 은둔형 외톨이가 2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외톨이는 고독하고 외로운 사람이다. 활동형, 은둔형, 반사회형의 세 부류가 있다. 활동형 외톨이는 사회생활은 잘 하지만 인간관계에 얽히는 것을 싫어한다. 여가 시간에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능력 있는 전문가나 유명인에게 많다. 은둔형 외톨이는 인간관계를 원하지만 사회적응에 실패해 칩거한다. 청년에 실업자가 되어 부모에 의존해 살거나, 중년에 실패와 좌절로 인생의 의미를 상실해 혼자 숨어서 산다. 반사회적 외톨이는 범죄와 같은 반사회적 행동을 일삼는 사이코패스에 해당한다.

한창 나이에 은둔형 외톨이는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첫째, 자라온 환경에서 온다. 어린 시절 가정불화, 왕따, 인터넷 게임 중독 등에 노출된 경우다. 우울증·조현증·자폐증 등 정신질환과는 구분된다. 둘째, 나홀로 문화에서 온다. 1인가구가 500만을 넘었다. 청년 둘 중 하나는 나홀로족이다. 나홀로족은 타인에게 무관심하고 자신에만 집중한다. 스마트폰과 SNS로 연결된 관계 가운데, 고독이 찬양된다.

셋째, 각박한 사회에서 온다. 경기 침체와 청년실업이 장기화되고 있다.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다. 무한경쟁, 성과중심, 실패 불허의 분위기가 한몫한다. 가치가 무너지고, 희망이 사라지고, 의욕이 바닥난다.

니트족이 급증하고 있다. 니트족은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무업자다.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줄임말이다. 일할 의지가 있는 실업자나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프리터족과 다르다. 최근 조사에서 15~39세에서 한 달 동안 ‘쉬었음’으로 답한 사람이 70만 명에 달한다.

 

최근 통계에서 15~29세의 청년실업률이 10%, 청년실업자의 수는 40만 명을 웃돈다. 공시족(공무원 시험 준비생)과 니트족을 합쳐 180만 명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니트족의 경우 3분의 1이 은둔형 외톨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은둔형 외톨이라고 모두 적응에 실패하지 않는다. 철학자 칸트는 은둔형 외톨이다. 평생 혼자 살았다. 56세 교수가 된 후 20년 이상 한 곳에서 살았다. 음식은 가정부가 차려주었다. 평생 규칙적으로 살았다. 항상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산책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칸트는 행복의 조건으로 일과 사랑과 희망을 강조한다.

 

고대의 현인 노자도 은둔형 외톨이다. 그는 이렇게 읊조린다. “나는 세상 사람들과 거리가 멀다. 사람들은 웃으며 즐겁게 사는데, 나는 혼자 텅 빈 가슴으로 고요하다. 욕망은 낌새조차 안 보이고, 나른하고 고달파서 돌아갈 곳이 없다. 내 마음은 아무 분별도 하지 않고 흐리멍덩하다. 모두가 쓸모 있는데, 나만 혼자 어리숙하고 완고하다.”

자, 은둔형 외톨이를 위한 탁월한 처방은 무엇일까? 첫째, 최대로 관심을 가지자. 그의 칩거는 가족의 무관심에 기인한다. 관계를 원하지만 스트레스 때문에 피하고 있다. 대안 없이 게임을 못하게 하면 안 된다. 위험하다. 아들은 게임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 쌓인 분노가 간섭하는 당사자에게 폭발할 수 있다.

대안 없이 SNS를 못하게 하면 안 된다. 위험하다. 아들은 SNS로 대인관계를 하고 있다. 최소한도의 대인관계마저 소멸될 수 있다. 대안 없이 의식주를 차단하면 안 된다. 위험하다. 아들은 부모만 믿고 살고 있다. 자살이나 범죄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

둘째, 억지로 환경을 바꾸자. 그는 나가는 것을 엄두도 못 낸다. 그냥 놔두면 점점 더 틀어박힌다. 억지로 아들과 함께 운동하자. 운동을 하게 되면 밖으로 나가게 된다. 그러면 외부와 소통하게 된다. 억지로 아들과 함께 쇼핑하자. 멋진 양복과 넥타이, 구두를 사 주자. 옷이 날개다. 누구라도 좋은 옷이 생기면 기분이 좋아지고 나가고 싶어진다.

 

억지로 다른 곳으로 이사하자. 이사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접촉을 하게 된다. 묵은 것을 버리고 새 것을 사게 된다. 새로 시작하는 과정은 기분전환이 된다.


약물치료도 동반질환에 도움


셋째, 강제로 치료를 시작하자. 그는 사람 만나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대로 놔두면 점점 더 심해진다. 강제로 정신과에 데려가자. 의사를 만나면 뭔가를 얘기하게 된다. 약물치료가 동반질환에 도움이 된다. 규칙적으로 다니면 상태가 점검된다. 강제로 상담 받게 하자. 아들이 좋아하는 상담사를 찾아야 한다. 어떤 대화라도 도움 된다. 정규적으로 만나면 관계가 이뤄진다. 강제로 입원시키자. 이도저도 아니면 정신과 병원에 맡겨야 한다. 병원은 공동체 생활을 제공한다. 혼자만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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