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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서울 집값이 안 떨어지는 이유?!

집값이 또다시 들썩이고 있어요. 내 집 마련의 꿈은 점점 멀어져 가고 있지요. 성난 민심은 다음 총선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까요?

 

 

#장면 1. 6월 말, 서울 마포 사무실에서 만난 공인중개사 A는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나는 재산도 많고 빚도 많다. 아무리 빚을 져도 그 이상으로 부동산은 무조건 오른다.” 그의 중개소에 걸린 지도는 서울 도심부만 담은 정밀도였다. 그 바깥 지역은 투자 가치가 없다는 뜻 같았다. A는 종로와 공덕에 사놓은 아파트들이 폭등해 뿌듯하다. 이제 그의 시선은 주한미군기지가 평택으로 빠져나간 용산의 개발계획에 꽂혀 있다.

특히 한남동 재개발구역 투자를 권유했다. “뚜껑”이라는 전문용어(?)도 처음 들었다. 땅은 서울시 보유인데, 그 위에 지은 집만 구입하는 것을 ‘뚜껑을 산다’고 일컫는다. 향후 조합원 권리를 얻지 못할 위험성이 있음에도 그에게 불안은 없었다. ‘다주택 보유 시 보유세 폭탄을 맞는다’는 공포도 없었다.

 

“집값이 그 몇 배로 오를 텐데 대수냐”는 식이었다. ‘부동산은 멘탈로 한다’는 격언의 산증인인 A는 실패를 몰랐다. “정부 규제를 꼼꼼히 따졌다간 이렇게 값비싼 집을 여러 채 보유할 수 없었다”는 경험에 근거한 믿음은 견고했다.

#장면 2. 7월 2일,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3시 신도시의 딜레마 그 해법은?’에 관한 세미나를 열었다. 일산에서 온 시민들이 곧잘 눈에 띄었다. 1시 신도시였던 고양 일산, 2시 신도시였던 파주 운정은 3기 신도시(창릉)가 건설되면 집값하락이 예견된다.

질의응답 시간에 이현영 일산연합회(카페 회원수 1만 명) 회장은 절규하듯 말했다. “일산 30평대 아파트 최고가가 3억2000만원이다. 매매가 2억4000만원인데 전세가 2억3000만원이다.”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적을수록 그 아파트의 투자가치가 떨어진다는 뜻이다. 이 회장은 “우리가 (3기 신도시를 반대하면) 집단이기주의인가? 왜 서울의 공급 문제를 주택 보급이 이미 넘치는 일산에서 풀려고 하는가”라고 호소했다.

#장면 3. 7월 8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 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민간택지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풀어쓰면 ‘서울에서 재개발, 재건축 하지 말라’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김학렬(필명 빠숑) 더리서치그룹부동산연구소장은 “시장경제에서 나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규제”라고 평했다.

발표 이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주민 B의 소회를 들었다. “15년 전, 첫 결혼할 때 인테리어를 해서 은마에 들어왔다. 그때부터 재개발이 곧 되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흘렀다. 집이 노화됐어도, 주차가 힘들어도 여기를 떠날 생각은 없다. 옮기려고 알아볼수록 이만한 입지와 교육 인프라가 없더라. (재건축 기약이 없어졌으니) 다시 인테리어를 해서 살 거다.”


집값 눌러놓아야 표가 들어온다?

 

 

그 어떤 규제가 나와도 서울 집값은 오른다는 ‘불패 신앙’을 A는 실천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 양극화가 심화된 역설을 일산 민심의 이상기류로 알 수 있다. 강남 재건축을 겨냥한 분양가 상한제에 B로 상징되는 시장은 팔지 않고 버틸 태세다. 강남 부동산 업계는 “어차피 이곳 재개발아파트 소유주의 70%는 여기 안 산다”고 추정한다. ‘몸테크’ 부담도 없으니 정권이 바뀔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릴 수 있다는 냉소다. 문 정부에서 벌어지는 2019년 7월, 부동산 시장의 풍경이다.

2018년 9·13대책 이후 냉각된 줄 알았던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서울 주간 아파트값 변동률은 33주만(6월 24일 기준)에 하락세를 멈췄다. 이미 시중에 풀린 돈은 1100조원에 달한다. 이 와중에 늦어도 8월까지는 금리가 내려갈 것이란 예상이다. 3기 신도시 등에 관한 토지보상금 발생도 내년까지 40조원으로 예상된다.

집값을 자극할 불덩이가 밑에 있는데 규제로 덮어놓은 형국이다. 그리고 2020년 4월, 총선이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역대 선거에서 부동산 이슈가 부각된 사례는 흔치 않다. 그러나 국지적 영향을 미칠 순 있다. 가령 부동산이 과열됐던 지난해 8월, 문 대통령 지지율이 일시적으로 떨어졌다. 초강력 9·13대책이 나온 배경이다.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참여정부 시절 부동산 광풍 트라우마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청와대와 민주당은 적어도 총선까지 부동산 시장을 폭등도 폭락도 안 되게 유지하려 할 것”이라고 봤다. 김학렬 소장은 “(정부·여당이 진정 잡고 싶은 것은) 장기적 집값 안정이 아니라 단기적 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가 극약처방을 내놓았음에도 시장은 정부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는 징후가 뚜렷하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브랜드는 소득주도 성장과 부동산 규제 강화다. 전자의 대표선수가 장하성·김상조 전·현직 정책실장이라면, 후자의 아이콘은 김수현 전 정책실장이다.


김수현의 ‘부동산은 끝났다’는 말은 사실일까

 

김 전 실장의 부동산 철학은 2011년 저서 [부동산은 끝났다]에서 드러난다. ‘부동산 신화를 믿지 말라. 부동산 불패신화는 고도성장기, 우리 부모 세대들의 성공신화이기도 하다. 집은 생활수단이지 돈벌이 방법이 아니다.’ ‘집 사는 데 빌리는 돈은 연소득의 5배를 넘지 말자. 원리금 지출이 소득의 30%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결국 지난 40년 동안 우리를 부동산 인질로 묶어놓았던 집값 상승의 압력 자체가 확연히 꺾였다. 이제 집값에 떠밀려 허겁지겁 대증적 처방을 내놓던 데서 벗어나, 구조적 변화와 지속가능한 정책이 가능해진 것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민주당 서형수 의원실 진명구 비서관의 시각이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빚내서 (집 사라고 유인) 했다면, 지금 정부에서는 공공임대 포지션을 넓히고, 여러 규제가 나오고 있다. ‘투자의 대상이 아니라 거주하는 곳’이라는 집에 대한 기본적 철학에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고, (민주당) 정치 쪽도 따라가고 있다.”

 

김 전 실장의 책에 등장하는 ‘시장만으로는 안 된다. 주거복지 정책’ ‘부동산 정책은 정치·사회 쟁점이다’ ‘내 집이 아니어도 편안히 살 수 있도록’ ‘국가가 집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등의 문구는 여전히 문 정부 부동산 정책의 사상적 토대로 작동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017년 8·2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직후,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실과 가진 인터뷰는 주택 거래에 관한 이 정부의 생각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이번 부동산 대책의 특징은 집 많이 가진 사람은 불편하게 된다는 것이다. 꼭 필요해 사는 것이 아니면 파는 게 좋겠다. 내년(2018년) 4월부터 양도소득세를 중과하기로 한 만큼 그 전에 파는 게 좋다. (갭 투자는) 전세를 끼고 집을 사고, 대출을 끼고 집을 또 산다. 집을 거주 공간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투기 수단으로 보는 신종 수법이다. 앞으로는 마음 놓고 대출 끼고 집 사는 게 제한돼 지금처럼 자유롭게 할 순 없을 것이다.”

이래도 시장이 반대로 가자 2018년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강화와 대출규제에 방점을 찍은 9·13대책이 나왔다. 이어 2019년 7월 민간 분양가 상한제까지 등장했다. 정책 실효성을 떠나서 이를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근본적 이유는 기존 주택 공급 체계의 근간을 흔들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건설 메커니즘의 출발은 시행사(디벨로퍼)다. 시행사는 기획자다. 토지를 매입하고, 관(官)을 상대로 허가를 얻어야 한다. 건설사(시공사)도 데려와야 한다. 자금을 조달할 금융기관의 사업성 검토도 통과시켜야 한다. 이런 요인들이 다 충족될 때, 아파트 등 건물이 올라갈 수 있다.

그런데 아파트는 다 지어놓고 파는 물건이 아니다. 소비자는 미리 돈(분양금)부터 내고, 나중에 완공되면 입주할 수 있다. 만약 시행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생겨 건설이 중단되면, 소비자들이 돈을 떼일 위험성이 존재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국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라는 공기업을 만들었다. 일종의 보험 역할을 해주는 곳이다.

 

그 대가로 HUG는 시행사에 ‘분양가를 터무니없이 올리지 말라’고 주문할 수 있다. 그러니 강남이나 여의도 같은 노른자위 재건축은 HUG의 제약을 받고 싶지 않다. ‘HUG의 보증 없이도 투자자 모집 형태로 어떻게든 자금을 마련해 아파트를 다 지은 뒤 팔 테니 분양가 제한을 걸지 말라’는 후분양제는 이런 연유로 알짜 재건축 단지들의 지지를 얻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진보적 정부일수록 후분양제를 선호했다. ‘어떻게 다 짓지도 않은 아파트에 돈부터 내게 하느냐?’는 소비자 보호 명분이 있었다. 그러나 규제를 피해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시장은 후분양제를 역이용했다. 이것이 성공하면 집값은 천장을 뚫게 된다. 부동산은 ‘대장 아파트’가 가격을 선도하면, 주변 지역이 ‘갭 메우기(따라 오르기)’를 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책 내놓을수록 역주행하는 서울 집값의 역설

 

현 정부가 민간 분양가 상한제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필연에 가깝다. 금융권의 부동산 전문가 C는 부동산에 관한 문 정부의 사고 회로를 이렇게 정리했다. “집으로 너희가 번 돈은 너희의 것이 아니다. 불로소득이다. 그런데 너희 집주인들은 나눠줄 줄 모른다. 그러니 우리 정부가 세금으로 걷어서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줄 것이다.”

2019년 상반기 공시가격이 올랐다. 그 여파로 보유세가 상승했다. 공시가격 9억 이상 주택은 종부세가 부과된다. 양도세 혜택 요건은 강화됐다. 다주택자 세금도 올라갔다. 대출은 막아 놨다. 한마디로 ‘투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C는 “대의명분이 많은 정책들이다. 부동산 부자들에게 세금 더 걷겠다는데 반대하는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라고 덧붙였다. 조세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으니 정치공학적으로 효과적이다. 그러나 정부의 선의가 현실 세계에서는 지옥으로 가는 지름길이 되고 있다. 서울 집값이 미친 듯 올라버린 것이다.

 

서울에 살고 싶은 수요는 넘치는데 공급이 못 따라온 결과다. 민간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면,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일반 분양분을 팔아 마련하는 사업비 충당이 안 되기 때문에 재개발, 재건축이 어려워진다. 이에 따라 도심의 신축 아파트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이고, 입지 좋은 구축으로 전파될 수 있다.

C는 “집값을 잡는다는 뜻은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상승폭을 완화시키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 정부는 인위적으로 공급을 막고 있다. 서울 주택의 절대적 공급 부족은 숫자로 알 수 있다. 공급을 막으니 당연히 가격이 튀어 오른다. 서울이 미어터지는데 경기도에 짓는다. 경기도 집값은 더 떨어진다.”

서울 외곽에 신도시를 개발해도 호응을 못 얻는 결정적 원인은 상가·도로·전철 등 기반시설이 확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것 없이 집부터 짓겠다고 하니, 서울을 떠나게 할 유인책이 못 된다. 이럴수록 사람들은 “집은 무조건 서울에 사야 한다”는 생각을 굳힌다.

그나마 서울에 집을 살 수 있는 계층은 소수의 현금부자뿐이다. ‘줍줍’(미분양 아파트를 무순위 청약으로 사는 것)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배경이다. 대출 없이 집 살 돈을 마련하기 어려워지자 그 기회가 현금부자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그 결과, 서울에 집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빈부격차가 더 벌어지는 ‘역설’이 빚어지고 있다.

9·13대책 이후 거래량이 급감했다. 지난 5월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2006년 이래 주택 매매거래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전·월세 거래량은 집계 이후 가장 많았다. 얼핏 집값이 잡힌 것 같은 착시가 생길 수 있다. 홍남기 경제 부총리는 7월 1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부동산 시장은 안정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 집주인들은 가격을 내려서 팔지 않고, 세금을 내고 버티는 쪽을 택한 결과에 가깝다. 8억원에 분양 받은 아파트가 15억원이 됐고, 향후 추가상승 여력이 있는데 보유세가 올랐다고 투매하지 않는다.

정창무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주택시장의 구조가 자동차시장처럼 바뀌었다”고 말했다. 메르세데스 벤츠, BMW처럼 명품차 시장이 따로 형성됐듯, 주택도 가격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다. 다시 말해 ‘대한민국 집값’, ‘서울 집값’이라는 식으로 뭉뚱그리는 것은 더 이상 현실을 적합하게 반영하지 않는 세상이 왔다. 즉, 서울 도심지 신축 아파트들은 벤츠이자 샤넬에 비견된다. 공급 부족 탓에 희소성이 강화된 것이다.


“김현미 장관 제발 일산에서 출마해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출신인 김현아 의원의 지적이다. “세계적으로 집값이 폭등하는 지역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공급이 탄력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해외 도시들은 부자들이 집값을 유지하기 위해 지역 이기주의를 발동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국가가 개입을 해서 (의도와 정반대로) 기득권의 재산 가치를 더 보호하고 높여주고 있다.”

2020년 총선을 앞둔 야당 의원으로서 김 의원은 문 정부의 의도마저 의심하고 있었다. “조세정의라고 얘기하지만 결국은 꼼수증세로 가는 길이다. 부동산 보유세가 15% 정도 늘어나는 것으로 나온다. 다른 세수입으로는 두 자리 이상 증가가 없다. 경기가 안 좋으니까 세수가 올라갈 수가 없다. 결국 부동산은 이 정부가 세수를 빼내는 ATM기 같은 것이 돼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문 정부가 서울 주택정책을 전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현 정부의 이념적 동지라 할 40%의 핵심 지지층을 고려할 때, ‘타협’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현실적으로도 여기서 정부가 ‘오류’를 인정하면, 서울 집값은 폭주기관차가 돼 버린다.

그 대안으로 정부는 수도권 신도시 정책을 내놨다. 2018년 5월 대장신도시(부천시 대장동, 오정동, 원종동 일원)를 시작으로 12월 왕숙신도시(남양주시 진접·진건읍 양정동 일원), 계양신도시(인천시 계양구 귤현동·동양동·박촌동·병방동·상야동), 교산신도시(하남시 천현동·교산동·춘궁동·상·하사창동 일원)를 발표했다. 그리고 2019년 5월 창릉 신도시(고양시 창릉동·용두동·화전동 일원)를 추가했다.

마키아벨리는 “인간이란 어버이의 죽음은 쉽게 잊어도 재산의 상실은 좀처럼 잊지 못한다”고 인간 심리를 통찰했다. 일산은 2016년 총선에서 4개(고양 갑·을·병·정)의 국회의원 선거구 모두 민주당(혹은 정의당)이 당선된 지역이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시장을 비롯해 33개의 시의원 중 21석을 민주당이 차지했다.

그러나 일산 구민 엄기종씨는 “김현미 장관 지역구가 일산 서구 쪽”이라며 “여기서는 ‘제발 김현미 장관이 출마하라’고 바라고 있다. 그래야 복수할 수 있으니까”라고 지역 정서를 전했다. 일산 동구는 유은혜 교육부총리의 지역구다. 고양 덕양구에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정재호 민주당 의원이 있다. 이 중 정 의원 지역구는 서울에 가까이 붙어 있다. 상대적으로 신도시로 인한 집값 하락 압력에서 자유롭다. 그러나 1기 신도시인 구도심에 해당하는 일산 서구와 동구 분위기는 예전과 다르다.

향동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D씨는 “폭망”이라는 표현을 썼다. “내가 영업하는 향동이나 지축 쪽은 새 아파트 입주가 많아서 일감이 많다. 그러나 일산 구도심은 인근에 신도시들이 생길 때마다 전세가부터 3000만~4000만원 내려갔다. 도미노 현상으로 파주까지도 거래가 안 된다. 분당과 집값 차이가 2배다. 당연히 이곳 사람들은 민주당에 화가 나 있다.”


집값 양극화는 서울 표심 자극할까


특히 일산이 더 분노하는 근원은 분당과 비교할 때의 박탈감이다. GTX 공사는 당초 약속과 달리 첫 삽도 뜨지 못한 상태다. 김학렬 소장도 일산 구도심의 미래를 암울하게 내다봤다. “일산은 동구와 서구, 덕양구가 있다. 이 중 덕양구가 서울에 가깝다.

 

이곳에 삼송·지축·원흥지구가 개발됐다. 덕은·지축·원당지구도 개발이 이뤄진다. 여기다 2기 신도시로 파주 운정과 김포 한강이 있다. 이것들과 경쟁하기도 버거운데 창릉에 3만호를 더 때려 박겠다? 부동산을 모르는 거다. 일산이 김현미 장관 지역구인데 너무한다.”

그러나 익명의 여론조사 전문가는 신도시 이슈가 일산의 민주당 강세를 엎을 강도인지에 관해선 회의적이었다. “선거 결과가 부동산 요인 하나로 변하는 것은 경험하지 못했다. 가령 강남 집값이 오른다고 이 사람들이 민주당을 찍겠나? 일산의 전·월세입자들은 정서가 다를 것이다. 게다가 일산에는 기본적으로 호남 출신들이 많다.”

그렇다면 내년 4월 총선에서 부동산은 어느 범위에서 영향을 미칠까? 부산에 지역구를 둔 박재호 민주당 의원실 김남원 보좌관은 “부산 등 지방은 부동산이 아예 화제도 못 된다”고 말했다. 수지타산이 안 맞아서 재개발, 재건축을 허가해 줘도 못하는 판이다. 가격이 올라야 선거 이슈화도 되는데 그럴 동력조차 없을 만큼 지리멸렬하다는 뜻이다.

자유한국당 내에서는 총선에서 ‘부동산 중도층’을 설정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온다. 이념적으로 진보와 보수가 있듯, 부동산 시장도 부자는 자유한국당, 서민은 민주당이라는 프레임이 작동한다. 여기서 유동층은 집을 살 수도 있는 경계에 서 있는 중산층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서울의 자산 8억 이상의 계층을 우리 쪽으로 끌고 올 수 있느냐”라고 규정했다. 월급을 저축하는 것만으로는 내 집 마련의 꿈을 멀어지게 만든 문 정부 정책에 관한 이들 부동산 중도층들의 ‘분노 게이지’가 관건이다.

이 연장선상에서 한국당은 승부처인 서울을 선거구별이 아니라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행정구역별로 묶어서 선거 전략을 짜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야당이 개발 공약을 내놓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한계가 존재한다. 민주당 후보들은 정부 정책코드에 맞춰 선거에 임할 것이다. 유권자들은 총선에서 뽑힌 국회의원이 서울시장도 아닌데 지역 주거환경을 개선한다는 공약을 내놓아봤자 믿지도 않을 것이다.

청년주택 등 현 정부의 주거복지 정책은 청년층에서 지지를 얻는 편이다. 이에 대해 한국당은 ‘이 정부는 청년들이 집을 갖는 욕망을 포기하게 만들고 있다’는 프레임을 들이밀 생각이다. ‘집값의 양극화’에 관해 김현아 의원은 “과거에는 집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대립구도였다면, 이제는 비싼 집을 가진 사람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대립”이라고 규정했다.

 

‘집이 없는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집을 가진 사람’은 한국당이 공략할 여지가 넓다. 김 의원은 “정말 금수저들만 집을 살 수 있는 환경이 됐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부터 시작해서 문 정권의 측근들은 노후에 대통령이 아니라 부동산을 믿고 있다”고 주장했다.

부동산에 관해서 민주당은 기본적으로 ‘로 키(low-key, 많은 이목을 끌지 않도록)’ 전략이다. 언급 안 될수록 이득이라는 반증이다. 익명의 민주당 관계자는 ‘솔직하게’ 인정했다. “집값이 안정됐느냐고 물으면 회의적이다. 규제로 수요를 눌러놓은 것이다. 언제든 가격은 다시 오를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급보다 주거환경 개선 차원에서 접근하기”를 정부에 주문했다. 단기적으로 집값이 오르는 것을 지나치게 두려워 말고, 표 때문에 주택 건설을 왜곡시켜선 안 된다는 맥락이다. 이인화 도원건축 대표는 “체계적이고 미래지향적 도시계획이 맞는가? (서울에 아무 것도 못 짓게 한) 그 책임은 다음 정부가 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계속 이렇게는 못 간다?


서울이 늙었고, 슬럼화 돼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2018년 여의도·용산 통개발 발언이 당위성을 갖는 이유다. 그러나 집값이 급등하자 바로 물러섰다. 문 정부로서는 아군이 뒤에서 불을 지른 기분이었을 터였다. 이후 박 시장은 정부와 보조를 같이 하는 행보로 재개발 허가도 소극적이다.

일각에서는 문 정부가 2020년 총선과 2022년 대선에서 승리하면, 서민층은 집을 못 사게 되더라도 전·월세로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고강도 세금 정책이 10년 이상 지속된다면, 시장이 정부에 투항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문재인의 후계자라도 계속 이렇게는 못 간다”는 반론도 나온다. 언제까지 노후화된 재개발, 재건축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갈수록 국가의 헤게모니가 서울로 집중되는 현실에서 서울이 미어터지게 방치할 순 없기 때문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한국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우려된다. 그런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예상 외로 오르고 있다. 향후 공급이 줄면 반도체가 더 귀해질 것이라고 시장은 판단한 것이다. 자본주의를 이해한다는 것은 이렇듯 어렵다.

마찬가지로 서울 부동산을 규제하고 세금을 강화하면 시장은 거꾸로 받아들인다. ‘집을 사지 말아야지’가 아니라 ‘집이 이렇게 귀하니까 저러는 거구나’라고 더 사려고 달려든다. 할인을 해야 잘 팔리는 다른 재화와 달리 집은 가격이 올라가야 더 잘 팔리는 독특한 아이템이라고 하겠다.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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