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는 새로운 유행에 민감해야 해요.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경영에도 새로운 유행이 끊임없이 등장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무턱대고 따라가기도, 무시하기도 어려운 것이 바로 유행이지요. 지금까지의 경영 유행의 속성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았어요.

 

 

유행은 폭발적이다. 한국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한때 들불처럼 일어났던 것들이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외식문화가 대표적인데, 수년 전 사람들이 줄 서서 먹던 ‘대왕카스테라’를 이제는 먹고 싶어도 찾기가 힘든 반면 비교적 생소한 음식이던 마라샹궈와 흑당 음료는 급속도로 성장한 유행을 타고 주요 상권 골목마다 한 자리씩 차지했다.

경영자도 유행의 광풍에서 자유롭지 않다. TQM으로 널리 알려진 전사적 품질경영부터 6시그마, 순추천지수(NPS) 등 새로운 경영 기법이 해마다 쏟아져 나오면서 경영자의 이목을 끌기 위해 애를 쓴다. 해마다 전 세계에서 수많은 경영 기법 관련 행사가 개최되고, 학회가 조직되고, 매일같이 언론 기사와 보도 자료가 쏟아져 나온다.

 

지난 수년간 가장 화제가 된 것은 단연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이다. 맥킨지가 지난해 11월 10개 업종 2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47%가 조직 내 최소한 한 가지 프로세스에 AI를 도입했다고 응답했다. 2017년에 이 수치는 20%에 불과했다. 기업의 블록체인 도입률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AI와 블록체인의 의미가 지나치게 희석되고 확장된 나머지 이 기술들이 실제로 기업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파노스 콘스탄티니데스 워릭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사람들이 거의 모든 일을 설명하는 데 AI를 끌어들이고 있다. AI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불분명하기 때문에 과장된 기대가 생겨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AI나 블록체인 같은 기술을 그저 마케팅 수단으로만 사용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몇 년째 ‘올해에 완전 자율주행차를 내놓겠다’는 선언을 반복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테슬라의 일런 머스크 CEO가 대표적이다.


유행은 자연 발생하지 않는다

 

 

기업에서 유행이 폭발적으로 일어나고, 여러 주체가 유행을 활용해 이득을 취하는 것이 비단 최근의 일은 아니다. 경영학계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새로운 유행이 생겨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따라서 이 같은 유행의 순환 방식을 현재 유행의 앞날을 내다보는 거울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경영학에서 유행이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다. 그 전에는 한 가지 경영 방식이 세간이 알려져서 확산되기까지 10년 이상 걸렸기 때문에 지금처럼 폭발적으로 유행이 일어나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그 간격이 3년 미만으로 대폭 줄어들자 본격적으로 경영 유행을 연구할 환경이 조성됐다.

 

경영 유행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유행하는 경영 기법을 도입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기업의 성과가 유행 도입 이전보다 높아져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근거를 찾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유행의 확산에는 실제 효용보다 외부적인 요인의 영향이 더 크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경영학의 유행은 대체로 학계, 컨설팅업계, 언론, CEO의 합작품이다. 영향력 있는 새 이론을 내놓고 학생을 유치하고 싶은 학계, 새로운 모델을 유행시켜 되도록 많은 기업에 판매하고 싶은 컨설팅 업계, 누구보다 먼저 유행을 포착해 확산하고 싶은 언론, 새로운 이론으로 스스로를 포장하고 싶은 CEO의 의지가 맞물려서 유행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경우 새 이론의 효용이나 성과 자체는 부차적인 요소로 치부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미국 경영계를 풍미했던 TQM(전사적 품질경영)이 대표적 사례다. 1990년대 많은 학자가 TQM과 기업 실적 사이의 관계를 연구했지만 TQM이 실적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뚜렷한 증거는 찾지 못했고, 오히려 부정적인 실증 결과만 찾아내는 일도 있었다.

 

컨설팅 업체 아서디리틀이 1992년에 미국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TQM이 실적에 도움이 됐다고 응답한 기업은 36%에 불과했다. 회사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불평하는 기업도 적지 않았다. 1992년 당시 뉴스위크는 이 소식을 보도하며 “25센트짜리 제품을 제조하는 비용이(TQM으로 인해) 2.89달러까지 솟구친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로버트 데이비드 맥길대 교수와 데이비드 스트랭 코넬대 교수는 [왜 유행은 순식간인가: 일시적 집단적 믿음과 TQM 컨설팅의 역동성]이라는 논문에서 TQM 유행이 형성되고 소멸되는 과정에 영향을 미친 언론, 컨설팅 업체, 기업 등의 주체가 일종의 공동 진화체계(coevolving system)를 구축했다고 분석했다. 유행이 있기 전 TQM은 해당 모델이 잘 맞는 소수의 기업이 적절하게 도입했고, 이를 돕는 컨설팅 업체 역시 해당 분야를 잘 아는 소수 전문가로 구성됐다. 이에 대한 언론 보도도 적지만 정확하게 이루어졌다.

그러나 성공담이 크게 확산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점차 많은 기업이 자기 조직과 맞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TQM 도입을 서둘렀고, 컨설팅 업체들은 급하게 팀을 꾸리면서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력을 대거 투입했다. 데이비드와 스트랭의 조사에 따르면 1992년에 TQM 서비스를 제공하던 컨설팅 업체 178개 가운데 주요 품질관리학회에 소속된 품질관리 전문가를 보유한 곳은 12%에 불과했다.

 

언론 역시 사람들의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 정확성이 떨어지는 화제몰이성 기사를 양산하면서 과장된 성공담으로 기대를 키웠다. 모두 TQM 유행이 전성기를 누렸던 1990년대 초의 일이다. 결국 사람들의 부풀대로 부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TQM은 1990년대 중반부터 서서히 자취를 감췄다.

지금까지도 여러 한국 기업이 채택하고 있는 6시그마도 마찬가지 과정을 겪었다. 경영 유행 연구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에릭 에이브러햄슨 컬럼비아대 교수는 “경영 유행은 자연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유행으로 돈을 버는 컨설턴트와 경영대학원에 의해 만들어지고 배포되는 것”이라며 “6시그마가 아주 전형적인 경영 유행”이라고 지적했다.

 

에이브러햄슨에 따르면 6시그마가 미국에 처음 소개될 당시 컨설팅 업체들은 GE를 성공 모델로 삼아 6시그마를 홍보하면서 이를 모든 기업에 무차별 적용했다. “6시그마를 판매하는 상인들은 시장을 계속 확장하려 했다. 그들은 제조기업뿐 아니라 서비스, 금융, 정부 기관, 비정부기구에까지 6시그마를 판매했다”고 에이브러햄슨은 말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전문성은 낮아지고 성공적인 이식 가능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유행 받아들이면 CEO 연봉 올라

 

 

데이비드와 스트랭은 이렇게 유행을 부풀리는 세력을 ‘유행 서퍼(fashion surfer)’라고 칭했다. 유행이 물밀듯이 밀려들 때 물살을 타러 몰려들었다가 물이 빠지면 사라지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결국 경영계에서 유행이 폭발적으로 부풀었다가 빠르게 그 열기가 식는 이유는 이 서퍼들이 들고 나면서 발생하는 현상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행하는 경영 기법은 역설적으로 한물간 다음에 더 효과를 발휘하기도 한다. 데이비드와 스트랭은 1990년대 중반 이후 TQM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줄었지만 이 분야의 전문가는 늘었으며, 이로 인해 1990년대 후반의 TQM 프로그램이 유행기 때보다 더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는 비단 공급 측만의 문제는 아니다. 유행을 받아들이고 소비하는 CEO 등 수용자 측면에서도 문제는 있다. 기업의 지배구조가 경영 유행 도입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박철순 서울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경영자는 기술적 효율성보다 제도적 정당성을 얻기 위해 이해관계자들이 바람직하다고 믿는 경영 관행을 도입한다”고 지적했다. CEO에게조차 기업 실적이 뒷전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기업들이 만족스럽지 못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유행하는 경영 기법을 경쟁적으로 도입하는 이유를 제도화 이론(institutional theory)에서 찾는다. 제도화 이론이란 기업이 사회적 정당성을 얻기 위해 효율성과 관련이 거의 없는 제도적 규칙을 중시한다는 이론이다.

 

이에 따르면 유행 서퍼가 창출한 유행은 여러 경영자에게 제도적 압력으로 작용하고, 이에 따라 경영자는 실적을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주주 등 이해관계자를 만족시키기 위한 비경제적 의도에서 유행하는 경영 기법을 도입하게 된다. 박 교수가 기업의 소유구조적 특징을 중심으로 6시그마 도입 속도를 비교한 결과 기업과 경영자에게 강력한 협상력을 가지고 있는 기관투자자의 지분율이 높을수록 기업이 6시그마를 더 빨리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절하게 도입하면 도움 되기도

 

 

박 교수는 “유행 창출자들에 의해서 정교하게 만들어진 경영혁신 기법은 최우선 목표를 명확히 제시할 뿐 아니라,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도 제시하기 때문에 이런 경영혁신 기법의 도입은 경영자가 주주에게 자신이 합리적으로 기업을 경영하고 있음을 보일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또 “유행하는 경영혁신 기법을 도입함으로써 기업과 경영자들은 자신들이 최신의 경영 기법을 활용하여 경영 활동을 수행하고 있으며, 그런 최신의 경영 기법을 사용할 만큼 우수한 경영진을 보유하고 있다는 신호를 주요 이해관계자에게 보내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신 유행 경영 이론을 도입하는 것은 기업 실적을 높이지는 못하더라도 CEO에게는 여러 가지로 이득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0년 버클리대 연구진이 미국 기업 1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TQM 등 유행하는 경영 이론 도입과 기업 실적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없었던 반면 잡지의 기업 평가 순위나 CEO의 연봉 상승과의 사이에서는 높은 상관관계가 발견됐다. CEO 입장에서는 실적이 좋지 않아도 평판이 좋아지고 급여도 올릴 수 있으니 유행하는 경영 기법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유행하는 경영 기법이라고 해서 반드시 기업에 해만 끼치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서 조직에 맞게 적절히 잘 활용한다면 유용한 도구가 될 수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3M의 사례다. 지난 2001년 3M은 주가가 하락하고 실적이 악화되는 위기 속에서 짐 맥너니를 새 CEO로 임명했다.

 

맥너니는 당시 미국 경영계에서 유행하던 6시그마를 조직에 전격 도입하고, 3년 만에 조직 전체를 6시그마에 맞춰 개편했다. 6시그마를 도입한 이후 3M은 비용을 대폭 절감하고 효율을 높일 수 있었고, 위기 탈출의 기반을 마련했다.

중요한 건 그다음이다. 6시그마는 비용 절감과 효율화에는 탁월하지만 혁신을 저해한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맥너니가 2005년 보잉 CEO로 이직할 때까지 3M의 핵심 경쟁력이었던 혁신 역량이 상당 부분 저해됐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맥너니의 후임으로 온 조지 버클리 CEO는 조직에서 서서히 6시그마를 제거해나갔다.

 

3M의 사례를 분석한 제롬 바텔레미 ESSEC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유행하는 경영 기법을 도입하는 것은 3M의 사례에서 보듯이 장기적으로 숨은 비용을 수반하지만, 조직이 위기에 처했을 때는 적절한 처방이 될 수도 있다. 3M은 6시그마 덕분에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효율성을 높인 다음 다시 혁신을 위한 태세를 갖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바꿔 말하면 만약 3M이 6시그마를 그대로 유지했을 경우 조직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이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줄리안 버킨쇼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는 2014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기고한 글에서 유행하는 경영 기법을 도입하는 두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한 가지는 먼저 이를 도입한 타 기업을 관찰하고 이를 그대로 자신의 기업에 적용하는 것이다. 아주 직접적이고 단순한 방법이지만 경영 모델이 비슷한 기업으로부터 경영 기법을 도입할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유행하는 기법에서 핵심 아이디어만 추출해 자신의 조직에 맞게 변형하여 적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경영 모델이 조금 다른 기업도 유행하는 기법을 받아들일 수는 있지만, 자칫 핵심 아이디어를 오판하여 중요한 성공 요인을 빠뜨리거나 왜곡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새 아이디어를 도입했다가 폐기하면 그만큼 조직이 소모되므로 이 모든 과정에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 버킨쇼는 “관리자의 목표는 학자, 언론인과 완전히 다르다”며 “새로운 물살에 올라탈 생각은 말고 완벽한 물살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스기사] 유행했거나 유행 중인 경영 기법들


1. TQM

전사적 품질경영을 뜻하는 TQM은 품질의 개념을 제품과 서비스 뿐 아니라 조직문화와 경영 관행, 조직 구성원의 자질 등 말 그대로 전사로 넓히는 것을 의미한다. 품질관리 담당자뿐 아니라 모든 구성원이 최종 제품 및 서비스의 전반적 품질에 책임을 갖고 있다.

2. 6시그마

TQM처럼 전 직원이 품질관리에 참여하는 품질경영 기법이지만, 불량을 최대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엄격한 자격증 프로그램을 갖추고, 개인이 지닌 자격 수준에 따라 띠를 다르게 착용하게 하는 것도 6시그마의 특징 가운데 하나다.

3. 블루오션 전략

‘블루오션’은 고기가 많이 잡히는 넓고 깊은 푸른 바다를 뜻한다. 프랑스 인사이드경영대학원의 김위찬 교수와 러네이 모본 교수가 기업이 독자적인 신기술이나 신제품을 개발해 경쟁이 없는 시장을 개척하자는 취지로 쓰기 시작했다.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거나 발상의 전환으로 틈새시장을 발굴하는 전략도 여기에 포함된다.

4. 지식경영

지식경영은 조직 내에서 지식과 정보를 생성, 관리 및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지식경영을 도입하는 기업은 지식을 관리하는 부서를 따로 만들고, 각 원고직원이 지식을 공유하는 절차 및 지식 공유와 확산에 대한 인센티브를 마련한다.

5. 순추천지수

NPS라는 약자로도 알려진 순추천지수는 고객 만족도를 측정하는 지표다. 해당 기업을 지인에게 추천할지 여부를 고객에게 묻고 이를 0점에서 10점 사이의 척도로 대답하게 한 다음 그 결과를 계산한다. 많은 기업이 사용하고 있지만, 효용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기준 객원기자 standardlee@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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