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면역항암제에 대한 연구가 활발합니다. 특히 자가면역세포인 NK세포에 거는 기대가 큰데요. 하지만 한국에선 GC녹십자셀이 내놓은 치료제 말고는 식약처 품목 허가를 받은 제품이 없습니다. 이런 불모지에 도전장을 낸 최순호 휴먼셀바이오 대표를 만나 NK세포의 의미를 들어봤습니다.


최순호 대표


특별한 질환이 없는데도 숙면하기 어렵고, 감기에 잘 걸리면 ‘면역력 저하’ 탓으로 돌린다. 면역력이란 일종의 자연치유력을 말한다. 피부, 소화기관, 호흡기 등은 외부에서 침입하는 세균, 바이러스 등을 막는 1차 면역 기능이라고 생각하면 맞다. 실제 체내에서도 세균 같은 외부 침입 세포를 제거한다. 대표적으로 T세포, B세포, NK(Natural Killer Cell)세포가 있는데, 특히 ‘자연살해세포’로 불리는 ‘NK세포’가 중요하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나 세균을 비롯한 암세포까지 직접 공격해 없애기 때문이다.

하지만 암에 걸리는 건 NK세포가 감당할 수준을 넘어섰기에 각종 인위적인 화학·방사능 요법이 동원된다. 암이 무서운 건 치료 과정에서 정상세포까지 거의 죽고 신체 능력은 크게 저하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NK세포의 활성도는 20대보다 4분의 1로 떨어지기도 한다. 60세엔 2분의 1, 80세엔 3분의 1만이 제 역할을 한다. 하지만 면역력을 키우려면 잘 먹고 잘 쉬는 방법 말고는 딱히 도리가 없다.

NK세포만 따로 떼어 배양시키면 어떨까. 실제 한국을 비롯한 미국 등 주요 의료 선진국에서 NK세포를 배양해 특정암 치료에 활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본래 환자가 가지고 있는 세포를 꺼내 배양한 다음 다시 주입하는 식이라 부작용도 거의 없다. 하지만 NK세포를 배양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보통 혈액 20ml에서 뽑아낼 수 있는 NK세포 수는 100만 개에 불과하다. 무작정 배양해도 T세포만 늘어날 뿐, 증식 속도가 일정한 NK세포는 갑자기 늘어나지 않는다. 빠른 시간 안에 적절한 양의 NK세포를 얻어 환자에게 주입해야 암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강한 면역자극으로 NK세포를 활성화하는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지만, 한국에선 아직 걸음마 단계다.

한국에선 2001년 이후 관련 기업들의 횡령이 잇따랐고, 정부가 NK세포 자체로 벌이는 치료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면서 사실상 시장이 죽게 됐다. 상당수 한국 환자가 자신의 줄기세포나 NK세포를 배양해 주입하는 치료를 받으러 일본으로 떠나는 이유다. 물론 한국에서 관련 연구의 명맥이 완전히 끊긴 건 아니다. 관련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연구소와 바이오 벤처를 동시에 이끌고 있는 최순호 휴먼셀바이오 대표를 만나 NK세포 배양 기술의 의미를 좀 더 들어봤다. 인터뷰는 12월 초 수원 본사에서 이뤄졌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NK세포 치료법에 문제는 없나?

과거 엔케이바이오와 이노셀 등이 면역치료로 임상3상 허가(병원에서 임상 환자 공개 모집 가능)를 받은 바 있다. 치료 효과가 있었다는 얘기다. 환자의 면역세포를 배양해 다시 그 환자에게 주입하니 부작용도 거의 없다. 실제 기존 항암 치료 등과 병행한 연구 결과에서 암 치료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특히 이들은 거의 4기 이상의 암 환자로 국내에서 해볼 수 있는 거의 모든 치료를 해본 이들이었다.


얼마나 배양해야 효과가 있나?


암 환자로부터 혈액 60cc를 뽑아 2주간 세포를 배양, 증식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화학요법이나 고유의 기술이 결합되면 2주 뒤 NK세포 20억 개가 담긴 세포치료제를 만들 수 있다. 특정 질환에 반응하는 NK세포를 증폭시켰기에 개복하지 않고, 주사로만 주입해도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하지만 면역세포가 너무 많으면 ‘백혈병’을 유발하는 건 아닌가?


백혈병이 발병하는 건 아니지만, 무작정 NK세포의 세포수를 늘리는 것도 문제다. NK세포를 30억 개가량 체내에 주입했을 때 치료 효과가 컸다. 그 이상을 주입하면 방사능 치료로 정상세포가 죽거나 백혈구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나 정상세포를 죽이는 백혈병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한국에선 이 치료법이 불법 아닌가?


병원이 각종 임상이나 연구용으로 하는 행위가 아니고선 불법 맞다. 그래서 암 치료 임상실험도 현실적으로 더는 치료법을 찾지 못한 말기암 환자를 대상으로 병원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환자가 자의로 원해서 받을 수 있는 치료는 아니다. 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말기암 환자나 그 가족은 치료를 받기 위해 일본 현지 병원을 오가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연구개발에 불법은 큰 장애물일 텐데.

해외에서 방법을 찾는다. 2018년 초 몽골 국립병원에 면역세포 배양기술을 이전했다. 최근엔 베트남 변원에 관련 기술을 이전하고 배양액을 공급하는 계약을 진행 중이다. 베트남 병원이 암 치료 연구는 물론 미백, 주름개선 등 항노화 분야에서 관련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기존 줄기세포 치료제 기업도 쉽게 뛰어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암 환자의 경우 이미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다. 채혈을 해도 멀쩡한 NK세포를 추출하는 게 쉽지 않다. 추출해도 아주 소량이어서 이를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배양할 수 있는지는 기업만의 노하우다. 이미 이 치료를 원하는 암 환자라면 한두 달 안에 인생의 명암이 갈릴 만큼 촌각을 다투기 때문이다. 환자 세포를 추출해 맞춤형 전략을 구사한다고 했지만, 각 질환, 환자 체질, 세포 반응성 등에 따른 최적의 배양법은 달라진다. 그리고 특정 안티젠(항원)을 제시해 암세포의 면역 회피 작용에 대응하는 배양 기술, 보관 시 냉·해동 기술이 핵심이다. 이런 노하우를 지닌 기업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다.

젊었을 때 추출하면 나중에 더 효과적인가?

권하는 바다. 20대 때 면역세포의 능력은 최고조에 이른다. 이때 추출한 세포는 배양도 잘될뿐더러 그래선 안 되겠지만 암 치료에 활용해도 효과가 극대화된다. 우리가 나이 들면 면역세포뿐만 아니라 몸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가 노화되니 당연한 이치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한때 제대혈(태아가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받은 통로인 탯줄에 있는 혈액) 세포를 보관하는 열풍이 불었다. 몇몇 바이오 기업도 이 사업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제대혈에는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과 같이 혈액을 생성하는 조혈모세포와 우리 몸을 구성하는 신경, 뼈, 근육 등을 만드는 줄기세포가 들어 있다. 이 때문에 난치성 질환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최근엔 셀(세포)뱅킹이라는 이름으로 세포 보관 사업이 많이 알려진 상태다.

NK세포를 보관할 설비는 준비됐나?

세포와 같은 인체 유래물은 당연히 상온에 보관하면 쓸 수 없다. 휴먼셀바이오는 영하 196도의 질소탱크에 40년간 보관한다는 전제하에 설비 구축에 들어갔다. 12월 수원에 마련한 건물에 설비를 모두 갖출 예정이며, 일부 불안해하는 이용자를 위해 셀 보관의 영속성을 보장하는 셀 연계 보관 사업 등을 국내 대학병원 등과 협의 중이다.

휴먼셀바이오도 상장 계획이 있나?

임상1상이 끝나면 곧바로 기술특례상장을 생각하고 있다. 20년간 NK세포 배양만 연구했다. 물론 최근 한국에선 세포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집중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 파이프라인이 어느 정도 고갈되는 상황이다. 단순히 같은 세포를 가지고 수많은 임상실험을 한다 해도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지도 의문이다. 줄기세포 분야의 경우 한국이 수준급이지만, 면역세포 치료는 아직 초기단계라 나름 사명감을 갖고 연구 개발에 임하고 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