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니커즈, 엠앤엠즈로 유명한 초콜릿 기업 ‘마즈’를 알고 계시나요? 하지만 마즈는 펫푸드 글로벌 1위 그룹이기도 해요. 특히 한국 마즈는 반려동물과 함께 일을 할 수 있는 펫프렌들리오피스예요. 자신의 반려동물과 함께 일하는 근무 환경은 어떨까요? 한 번 알아보았어요.

 

올해 6월 북미 테네시주에 둥지를 튼 마즈펫케어는 반려동물 친화적인 오피스로 탈바꿈했다. 가족기업 마즈는 펫케어 브랜드만 85년 이어오고 있다. ⓒHall + Merrick, Officeloving, Courtesy of Mars

 

서울 강남에 있는 한 건물. 14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자동문 뒤로 복슬복슬한 하얀색 털을 가진 강아지 한 마리가 꼬리를 흔들며 앉아 있다. 5개월 된 몰티즈견 ‘양주’다. 문이 열리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품에 달려든다. 정면의 벽은 초콜릿 사진들로 채워져 식욕을 자극한다. 커피 향이 나는 좌측 라운지로 향하자 개들이 주인 옆에서 몸을 비비거나 빈백(bean bag)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채광 가득한 테이블 위로 고양이가 느긋한 걸음으로 돌아다닌다.

반려동물 카페가 아니다. 10여 년 가까이 ‘펫 프렌들리(반려동물 친화)’ 오피스로 정평이 난 한국마즈다. 지난해 새 둥지로 옮긴 한국마즈는 7년 전부터 오피스캣(상주 고양이)을 키운 대표적인 펫 프렌들리 기업이다. 한국마즈는 9년 연속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기업’을 수상하고 2년 연속 ‘아시아에서 꼽은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선정(글로벌 컨설팅 기관 GPTW 인스티튜트 주관)됐다.

사실 마즈는 우리에게 초콜릿 스낵 스니커즈로 친숙한 세계 최대 제과 기업이다. 이 외에도 엠앤엠즈, 트윅스, 도브 등 개별 매출이 1조원 규모에 이르는 32개 종 캔디·초콜릿을 생산한다. 빨강, 노랑, 파랑 등 다양한 표정을 가진 초콜릿볼은 세계 어린이들의 인기 캐릭터로 성공을 거뒀다.

 

마즈는 1900년대 초 버터크림 사탕으로 미국 워싱턴주에서 프랭크 C. 마즈가 시작한 가족 기업이다. 아들인 포레스트 마즈가 아버지와 갤럭시를 출시한 이후 펫케어 브랜드로 사업을 확대했다. 현재 전 세계 마즈 직원은 11만 명을 넘었고 80개국에서 사업을 전개한다.

마즈의 다른 성장 동력은 펫푸드다. 전 세계 개별 매출 1조원이 넘는 위스카스, 페디그리, 로얄캐닌 등을 비롯해 그리니즈, 시저 등 유명 브랜드를 보유한 펫푸드 글로벌 1위 기업이다. 역사도 오래됐다. 펫케어 사업만 85년째다.


작은 공간 실용성 높인 오픈 오피스

 

 

한국에서 사무 공간에 변화를 줄 때 현실적인 제약이 따른다. 도시 거점을 활용한 역세권 건물은 대부분 면적이 좁아 ‘넓은 오피스’의 장점을 기대하긴 어렵다. 개축이 아닌 리모델링은 더 그렇다. 한국에 온 외국계 기업들의 ‘글로컬라이제이션’이 과제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국마즈는 이 숙제를 훌륭히 소화해냈다. 지난해 강남 학동로로 이전한 한국마즈는 크지 않지만 ‘있을 건다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규모는 약 882m²(267평), 서울 직원은 80명 정도다.

오피스 구현에 중점을 둔 건 ‘상호성’이었다. ‘전체 구성원 의견이 모두 반영되는 오피스’를 만들기 위해 설문조사를 하며 도면을 만들어갔다. 벽지와 바닥재, 가구도 공개적으로 의견을 받았다. 건물 위치 선정부터 직원의 편의를 고려해 강남 지역 지하철 역 바로 앞 건물을 골랐다.

 

올해 1월 선임된 정선우 마즈코리아 대표.

 

한국마즈는 세로로 긴 형태의 오픈 오피스다. 부서별 구획은 없지만 책상 사이 파티션은 글로벌 기준에 맞춰 기존 30㎝였던 기성품을 특별 주문해서 20㎝로 낮췄다. 기존 사무실보다 대폭 늘린 회의실은 내부가 보이는 투명한 유리로 답답한 느낌을 없앴다. 벽과 유리에는 제품 브랜드 모델 동물의 대형 사진을 입혀 입체감도 높였다.

한국마즈의 조명은 자연채광을 활용했다. 사무실을 둘러싼 모든 창을 커다랗게 뚫어 개방감을 높였다. “호화롭거나 큰 공간, 멋진 가구가 아니어도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효율적인 동선을 만드는 데 주력했습니다.” 오피스 프로젝트팀을 지휘했던 백은엽 P&O팀 부장은 실용성에 무게를 둔 ‘가성비’에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의자도 개개인의 체형에 맞는 인체공학 제품을 선택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백 부장은 “오피스 환경을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이전보다 개선된 방향으로 바꾸려 했다”며 “돈독한 교류와 유대 문화를 실현하기 위해 업무 환경과 개별적 라이프가 연결된 공간을 추구했다”고 말했다.

마즈는 직원을 피고용인이 아니라 ‘어소시에잇(Associate)’이라 부르며 동료로 존중하는 문화를 실천한다. 반려동물을 배려한 공간에도 이러한 동료의식이 스며 있다. 마즈는 반려동물을 가족이자 동료로 여긴다. 탁 트인 외부 전망과 아늑한 분위기가 여느 카페 못지않은 M 라운지는 동물과 인간의 공존을 실험한 복합 문화공간이다.


기업 소속 사내 수의사 상주

 

 

반려동물을 위한 화장실, 급수대, 장난감, 소파, 캣타워 등이 마련돼 있다. 직원들은 이곳에서 도시락을 먹거나 서서 일을 하고 빈백(Bean Bag) 소파에 앉아 반려동물과 함께 휴식을 취한다.

한국마즈에는 사내 수의사가 있다. 마즈 소속 직원이다. “입사 3년 차”라고 밝힌 심용희 수의사는 평소 유쾌한 분위기 메이커로 동료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는 이날 캠핑용 수레(wagon)에 강아지 두 마리를 태우고 사무실을 돌아다녔다. 직원들은 자신의 반려동물을 데려와 수시로 심 수의사에게 검진을 받고 상담한다. 심 수의사는 “반려동물이 건강하고 편안하게 지내면서 직원들의 업무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안전한 펫오피스 문화를 조성하려고 노력한다”며 요크셔테리어의 머리털을 곱게 빗질했다.

백은엽 부장은 펫 프렌들리 오피스의 장점을 설명했다. “누구나 일을 하다 보면 경직되고 스트레스가 높아지는 순간이 있는데, 고양이 한 마리가 책상 위로 지나가며 긴장이 풀리는 경험을 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마즈 이전 오피스에서 24시간 생활하던 오피스캣 꼬맹이와 뭉치는 직원들의 활력소였다. 휴일에도 서로 자발적으로 출근해 돌봐줄 정도로 애정을 쏟았다고 한다. 지금은 고령이 돼 심용희 수의사가 입양해 돌보고 있다. 직원들은 입을 모아 반려동물과의 유대감이 업무 만족도를 높였다고 말했다.

 

몽이의 견주 최은진(35) 세일즈팀 과장은 ”일을 할 때 집에 혼자 있을 몽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몽이 덕분에 다른 동료들과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브랜드 세일즈 등 실제 업무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5개월 된 양주의 견주 홍순기(42) 영업부 차장은 “양주를 키우면서 어떤 사료와 간식이 잘 맞는지를 경험하게 돼 고객사를 설득하기가 쉬워졌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을 동반한다고 하면 배변이나 털 등 ‘청결’ 문제를 떠올리기 쉽다. 아무리 견주가 배변패드를 깔고 에티켓을 가르쳤다고 해도 실수가 전혀 없다면 거짓말이다. 이날도 양주가 사무실을 신나게 달리다 갑자기 다리를 척 들고 영역 표시를 했다. 하지만 오물 냄새나 소음이 없다. 평소 이런 책임 의식을 독려하는 직원이 있다. ‘오피스 맘’으로 불리는 그레이스 김(56) 과장이다. 그는 15년 간 근무하며 마즈 ‘Be well’ 캠페인을 실천한다. 매일 아침 직원들 빵과 과일 등 브런치를 지원하고 클린 오피스 정책으로 쾌적하고 지속 가능한 오피스 환경을 위해 잔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엄마’ 역할을 한다.


가족문화 실천한 ‘아시아에서 일하기 좋은’ 기업

 

 

한국마즈가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꾸준히 명단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실제 가족 같은 기업문화 덕분이다. 가족기업 마즈는 글로벌 전사 차원에서 패밀리 문화를 지향한다.

한국마즈에는 칭찬을 의무화하는 독특한 회의도 있다. ACM(Associate Communication Meeting) 회의는 매달 전 직원이 모여 일상부터 비즈니스까지 공유하고 사소한 것부터 창찬과 격려를 해주는 시간이다. 복지제도도 한몫했다. 한국마즈는 8~10시, 5~7시 등 자율 출퇴근제를 시행한다.

 

라인 매니저와 커뮤니케이션만 된다면 재택근무 선택도 자유롭다. 사내에서 영어수업을 진행하고 회사 생활의 고충을 상담하는 ‘옴부즈맨 제도’도 운영 중이다. 개인 연차 외 5일 추가 유급 병가를 비롯해 치과 치료부터 병원 검진까지 의료비도 지원한다.

직원들의 건강한 생활습관을 독려하기 위해 6월 한 달간 걷기 대회를 한 적도 있다. 만보기 앱을 활용해 많이 걷는 사람에게 상을 주는 게임 형식으로 진행했다. 즐겁게 참여하는 문화 덕에 반려인들에게는 꿈의 직장이 되고, 직원들에게는 만족도가 높은 회사로 자리매김했다.

 

 

정선우 대표는 “한국마즈가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선정된 건 글로벌 본사의 ‘우수성, 책임, 상호성, 효율성, 자유’ 5원칙을 토대로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며 만든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13여년간 글로벌 기업에서 경험한 건 구성원들의 ‘동기부여’가 좋은 일터와 비즈니스 성장을 만든다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P&G와 P&G아시아 본사를 거쳐 2016년 한국마즈 재무관리 상무를 맡았다.

한편 6월 테네시주 프랭클린에 있는 마즈펫케어 북미 신사옥도 펫케어 문화를 본격 선보였다. 1세기 가까이 펫케어 산업을 이어온 본류 기업답게, ‘미래를 위한 펫프렌들리 일터’로 사람과 반려동물이 함께 일하고 놀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는 게 특징이다. Wi-Fi가 가능한 개 공원은 물론, 반려동물 간식이 나오는 바, 반려동물 침대, 장난감, 소파 등 동물 친화적인 가구들이 즐비하다. 회사에선 풀타임 펫시터까지 고용했다.

10월 4일은 세계동물의 날이다. 국회에서도 이날을 정부주관 기념일로 지정하자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한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성은 동물을 대하는 태도로 판단할 수 있다”는 마하트마 간디의 말은 반려동물을 동료와 가족으로 대하는 마즈의 성장을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사진 지미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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