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물량이 많은데도 전세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어요. 이 현상은 서울을 넘어 수도권까지 퍼지고 있어요. 하지만 정부는 전세가격 상승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고 있어요. 과연 앞으로의 전세가격은 어떻게 될까요?

 

지난 9월 말부터 입주를 시작한 4932가구의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아파트. / 사진:대우건설

 

가을 이사철을 맞아 서울 전월세시장이 들썩이고 있는 가운데 전세가격 상승세를 두고 정부와 시장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10월 1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보완 방안을 발표하며 “(상한제에 따른) 전세시장 불안 가능성은 작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10·1 대책으로는 전세가격 상승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강동구에서만 1만5000여 가구가 순차적으로 입주하는 등 서울 입주 물량이 적지 않은 데도 전세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까지 확산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기준금리 인하가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한국감정원의 주간부동산 조사에서도 전세가격 상승세가 뚜렷하다. 10월 둘째 주(14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보다 0.08% 상승했다. 전 주(0.06%)보다 상승폭을 키워갔다. 둘째 주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도 0.1% 상승했다. 서울은 6월 넷째 주(24일 기준) 이후 16주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10월 첫째 주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은 2016년 10월 셋째 주(0.09%) 이후 155주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다. 감정원에 따르면 올 들어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던 서울 평균 전세가격은 6월(4억3887억원) 반등해 9월(4억4077억원)까지 4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올해 전국에 35만가구가 입주하는데 1분기 물량이 가장 많았고 4분기에 입주 물량이 줄어들 전망”이라며 “과잉 공급된 입주 물량이 소진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가격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반기 들면서 입주 물량이 줄긴 했지만 그렇다고 눈에 띄게 줄지도 않았다. 강동구에서만 고덕그라시움 등 1만4500여 가구가 내년 2월까지 순차적으로 입주할 예정이다. 강동구를 포함해 올 하반기 서울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4000가구로 최근 5년 평균인 1만9000가구보다 많다. 6월 말부터 강동구 명일동 래미안명일역솔베뉴(1900가구)가 입주를 시작했고, 12월엔 고덕 센트럴 아이파크(1745가구)와 고덕 롯데캐슬 베네루체(1859가구)가 입주한다.

 

내년 2월에는 고덕 아르테온(4066가구)이 집들이를 한다. 짧은 기간 특정 지역에 새 아파트 물량이 쏟아지면 집주인이 세입자를 찾지 못하고, 주변 전세가격까지 끌어 내리는 게 일반적이다. 시장에서도 올해 초부터 강동구를 시작으로 역(逆)전세난(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강동구 전세시장은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최근 인근 일부 단지의 전세가격이 조정을 받기도 했지만 빠르게 회복 중이다. 새 아파트도 세입자를 찾는 데 큰 어려움이 없는 모습이다. 고덕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사장은 “고덕그라시움 전용면적 59㎡형은 전세가격이 4억2000만~5억원, 84㎡형은 5억5000만~6억5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며 “3~4개월 전 싸게 나온 급매물이 거래되고 난 뒤 전세가격이 1억원가량 올랐다”고 전했다.

이 아파트보다 3개월 앞서 입주에 들어간 강동구 명일동 래미안명일역솔베뉴는 전셋값이 상승하고 있다. 59㎡형 전세가격이 입주 직전인 6월 4억원 초반대에 형성됐으나 최근에는 4억5000만원 선이다. 입주 물량이 적지 않은 데도 전세가격이 강세를 보이는 데는 정부 규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양도소득세 부담으로 직접 입주하는 집주인이 늘면서 전세 물건 자체가 시장에 확 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2017년 8·2 대책 이후 1주택자가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으려면 2년 이상 실거주해야 한다. 고덕동의 또다른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고덕그라시움만 해도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 실제 입주한 집주인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여기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예고로 매매 수요가 전세로 눌러 앉으려고 하면서 전셋값이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전세가격이 들썩이자 전세를 안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투자’도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8월 기준 서울 전체 갭투자 비율은 57.8%로 서울 전체 주택 매매 거래량의 절반을 넘어섰다. 현재 투기과열지구(서울시 전체)에서는 3억원 이상 주택 매입 때 시·군·구청에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하는데, 이때 보증금 승계 여부를 통해 갭투자를 파악할 수 있다.

 

올해 3월 46.3%에 불과했던 서울 갭투자 비율은 4월 47.3%로 상승세로 돌아선 이후 5월 48%, 6월 52.9%, 7월 52.4%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서울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인 강남권 4구(서초·강남·송파·강동구)의 갭투자 비율은 3월 55.6%에서 8월 63.8%로 급등, 서울 평균 갭투자 비율을 앞질렀다.

정부 규제에도 갭투자가 늘고 있는 원인은 중 하나는 시중에 풀린 풍부한 유동자금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기준 광의통화(M2)는 2811조5000억원(평잔·원계열기준)으로 전 년 동월 대비 6.6% 증가했다. M2는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등 언제든 현금화가 가능한 유동자금이다. 여기에 가을 이사철임에도 수요가 몰린 지역의 전세 매물이 귀해지면서 갭투자자의 시장 참여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당분간 이런 현상이 더 심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전세가격이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KB부동산의 전국 주간전세시장 동향에 따르면 9월 마지막 주 전세수급지수는 147.3으로 전세공급이 시장 수요에 못 미치고 있다. 전세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100을 넘으면 전세 물량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올해 초인 전세수급지수가 80대에 머물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다.



정부 “전세가격 상승세 제한적”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추면서 전세가격을 밀어 올릴 가능성도 나온다. 금리 인하로 이자 부담이 완화하면서 세입자가 전세가격 상승을 용인할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보완 방안으로 내놓은 ‘9억원 이상 고가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에 대한 전세대출 공적보증제한’과 ‘법인에 대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40% 규제’ 도입도 전세가격을 끌어올리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한제를 6개월 유예키로 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새 아파트 공급 감소와 새 아파트의 희소성이 더 커지면서 청약 기대 심리를 잠재우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정부는 전세가격 상승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예고한 대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동’ 단위로 규제하기 때문에 청약 대기 수요가 생각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 2만4000여 가구로 평년보다 많은 데다 임대료 상승과 임대기간 제한을 받는 등록 임대주택 비율도 높아 전반적인 전세시장 불안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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