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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경영기업이 분쟁이 끊이지 않는 이유

가족기업엔 장점이 많아요. 하지만 세대교체 시기를 맞이하면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지요. 경제적 합리성에 방점을 둔 기업이 그들도 모르게 가족 문제가 얽혀버린 탓이에요. 가족과 기업 간 균형을 찾는 문제는 그만큼 중요하다고 볼 수 있어요.

 

 

가족경영기업은 일반기업보다 더 높은 성과를 보이고 장수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 가족기업 연구자들의 중론이다. 하지만 세대교체 시기가 되면 가족기업은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가족경영이 효율적인 지배구조라면 기업을 둘러싼 분쟁이 왜 끊이지 않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기업은 경제적인 합리성을 추구하는 하나의 시스템인 반면 가족기업은 가족과 기업이라는, 목표와 니즈가 서로 다른 두 시스템이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가족 중 누군가가 기업에서 일하게 되면 그 사람은 동시에 2가지 이상의 역할을 맡게 된다. 집에서는 부모와 아들딸 관계지만, 회사에서는 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가 된다. 동일한 사람에게 상황에 따라 다른 역할을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가족·기업, 무엇이 우선인가?


그러나 가족과 기업에서의 역할을 명확히 구별하기란 쉽지 않다. 갈등은 이렇게 가족과 기업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데서 발생한다. 어떤 경우에는 회사에서 생긴 문제가 가족 문제로 확대되고, 반대로 가족들 사이의 감정적인 문제가 회사 일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즉, 어느 한쪽에서든 문제가 생기면 다른 영역으로까지 갈등이 확대되어, 결국 가족관계가 멀어지고 기업에도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가족 문제는 가족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하고, 기업 문제는 기업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이와 관련해서 자주 인용되는 예화가 있다.

한 가족기업 오너의 아들이 회사에 입사했다. 그런데 그는 지각이 잦고, 일에 적응하지 못했으며, 흥미나 의욕도 없어 보였다. 당연히 다른 직원들에 비해 업무능력이 떨어졌다. 어느 정도 지켜보던 아버지는 아들이 회사에서 일하겠다는 동기도 약하고, 회사 일이 적성에 맞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하루는 아들을 따로 불러 점심 약속을 했다. 그는 점심식사를 마치고 아들에게 진지하게 얘기를 꺼냈다.

“나는 지금 너의 상관으로서 얘기하는 거다. 너의 상관으로서 오늘 너를 해고한다.”

그러고는 그간의 급여를 정산해주었다. 어깨를 늘어뜨리고 풀이 죽어 있는 아들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는 다시 말했다.

“네 아버지로서 네가 일자리를 잃었다니 너무 마음이 아프구나. 내가 너를 도와줄 일이 없겠니?”

그 시간 이후 아들은 회사를 정리하고 나왔다. 그리고 한 쇼핑몰에서 그동안 자신이 관심 있었던 사업을 시작해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물론 이 모든 과정에서 아버지의 도움이 컸다.

가족기업에서 대부분의 가족갈등은 가족과 기업 간의 역할 전환을 못 하거나 경계를 명확히 하지 않아서 발생한다. 가족은 감성적이며 사랑을 중시하고, 기업은 이성적이며 성과를 중시하는 집단이다. 그러므로 가족기업에서는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가족과 기업의 경계를 구분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것이 건강한 가족과 건강한 기업을 만드는 토대가 된다.

사람들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는 대개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기준으로 삼는다. 경영자도 마찬가지다. 회사와 가족 문제가 한데 얽혀 있을 때 어떤 경영자는 가족을 우선하고, 어떤 경영자는 기업을 우선한다. 즉, 경영자의 가치와 경영 철학에 따라 대응 방식이 다르다. 그에 따라 의사결정방식이 다르고 결과도 달라진다.

가족을 중시하는 오너경영자들은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가족의 행복이나 화목을 무엇보다 우선시한다. 그들은 자녀의 능력이나 기업에 대한 헌신 등은 크게 고려하지 않고 원한다면 가족 누구라도 기업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고 가족을 해고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후계자를 선정할 때도 자녀들의 능력보다는 성별이나 출생순서 등을 기준으로 하고, 가족 간의 위계질서를 중시한다. 이런 기업은 대체로 재무구조도 불투명하고 가족만 아는 비밀이 많다. 그런 탓에 능력 있는 직원을 고용하고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이처럼 가족이 최우선 요소지만, 정작 후계자 선정이나 건전한 기업경영을 위해 필요한 지배구조가 취약하므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

가족과 기업의 균형


반대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무엇이 기업에 최선인가를 기준으로 생각하는 오너경영자들이 있다. 가족이 기업에서 일하는 경우 가족에 대한 평가나 인사정책도 일반직원들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보상도 가족의 위계를 따르지 않고 성과나 책임을 기준으로 한다. 후계자를 선정할 때는 기업을 관리하고 성장시킬 능력이 있는지를 면밀히 살피며, 출생순서나 성별보다는 기업에 대한 헌신과 능력을 우선시한다.

 

이들은 가족모임에서도 주로 회사에 관한 대화를 나누고, 가족의 가치나 감정보다 기업의 효율성에 항상 초점을 맞춘다. 이처럼 기업이 최우선 요소지만, 가족이나 세대 간의 대화나 가족 화합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가족 간 경쟁관계가 심화 되거나 언젠가 잠재된 갈등요인이 표출되어 기업이 어려움을 겪게 된다.

기업이나 가족, 어느 쪽에 우선순위를 두어도 문제가 발생한다. 기업의 재정적 안정과 가족들의 기대를 모두 충족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장수기업을 연구해온 윌리엄 오하라(William T. O’Hara)은 우리나라 가족기업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국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가족경영이 망가지기 시작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리더들이 기업을 키우는 데만 초점을 두고 가족 간 대화와 세대 간 대화, 또 가족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갈등 관리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것이 아쉬운 부분이라고 했다. 또 다른 원인은 실력을 검증받지 않은 가족 구성원이 비즈니스에 뛰어드는 것이라고 했다.


김선화 ㈜에프비솔루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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