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신(神)의 직장’이라고 불렸던 산업들이 바뀌고 있어요. 특히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던 전통산업인 정유, 화학, 자동차 산업과 더불어 오프라인 유통업, 항공업 등이 큰 피해를 입고 있어요.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해 4차 산업혁명이 곧 다가올 것이라고 바라보고 있어요. 4차 산업시대 유망한 산업은 무엇일까요? 또한 기존의 산업 체계는 어떻게 바뀌게 될까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도입한 포스코의 스마트팩토리. 코로나19 이후 산업 전반에 걸쳐 기술력이 더 강조될 것이다. / 사진:포스코

 

세계보건기구(WHO)는 3월 12일(한국시간) 팬데믹 선언을 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세계적 대유행을 인정한 것이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에 비견되는 위기 대응책을 내놨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3월 16일 1%p 금리 인하를 전격 발표했다. 사실상 제로금리 시대를 선포한 것이다. 한국은행도 3월 16일 0.5%p 빅컷으로 사상 첫 1% 미만(0.75%) 금리 시대로 진입했다. 그만큼 경제 상황이 다급하다는 방증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빚으로 쌓아 올린 자본주의 체제는 붕괴 직전까지 몰렸다. 이에 비해 2020년 팬데믹은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펀더멘털 문제가 아니다. 전염병만 잦아들면, 바로 반등이 가능하다고 보는 시선이 초반에 우세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유럽·미국으로 퍼지고, 장기화 조짐을 보일수록 모든 것이 달라지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세계 주요국은 2008년 금융위기 때 써먹었던 처방을 다시 꺼냈다. 금리를 파격적으로 내리고, 돈을 퍼부으면 심리가 돌아올 줄 알았다. 그러나 상대는 바이러스였다. 백신이 나오지 않는 한, 사람들은 밖으로 나와 돈을 쓰려 하지 않는다.

우한에서 비롯된 중국발 공급 위기는 전 세계 수요 감소로 전이된 상태다. 경제위기 국면이지 금융위기 국면이 아니지만, 정부가 쓸 수 있는 대응은 금융 정책뿐이다. 경기부양책을 내놓을수록 세계 시민들은 ‘정부도 뾰족한 답이 없구나’라고 인식하며 공포감만 키우고 있다. 게다가 이렇게 뿌린 돈은 언젠간 거둬들여야 한다. 엄혹한 청구서가 날아올 것이다. 그래도 표를 먹고사는 각국 정부는 뒷일을 염려할 겨를이 없다.

 


‘신(神)의 직장’ 신화도 붕괴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스마트폰으로 테이블에 부착된 QR코드를 촬영해 주문하는 비대면 주문이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락했다. 유가 급락은 흔히 경기 침체의 신호로 읽힌다. 사우디와 러시아가 감산을 놓고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러시아는 미국 셰일가스를 견제하기 위해 ‘치킨게임’을 결행했다. 미국 셰일가스 회사들에 미국 금융기관들은 하이일드 채권(고위험 고수익 채권) 형태로 물려 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여기서 자칫 관리가 안 되면, 미국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유가 하락은 정유, 화학, 자동차 등 대한민국 주력산업에 심각한 악재다. 2020년 3월 현대자동차 주가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자동차는 대표적 소비재다. 경기가 안 좋을 것 같으면 사람들은 차를 사지 않는다.

 

3월 12일 한국 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5개사의 2월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26.4% 감소한 18만9235대로 집계됐다. 1999년 이래 최저다. 르노삼성과 한국닛산은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미래의 자동차로 기대 받는 전기차, 수소차라고 무사할 리 없다. 특히 전기차 수요가 줄어들면 에너지를 공급하는 2차전지 회사들도 타격을 받는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이 영향권에 들어 있다.

과거 ‘신(神)의 직장’으로 부러움을 산 정유회사들의 사정도 달라졌다. 2020년 3월 기준 정유업계 정제마진은 1.4%로 격감했다. 2019년 7.7%에서 곤두박질쳤다. 에쓰오일은 창사 44년 만에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검토 중이다.

‘한강의 기적’을 이뤘던 뼈대 산업인 중공업, 조선, 철강에서도 균열이 심각하다. 두산중공업은 3월 10일 노조에 ‘경영상 휴업’을 요청했다. 이미 2월부터 희망퇴직을 받고 있었다. 루마니아 사업장 두산IMGB도 청산을 결정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효성중공업 등에도 구조조정 칼바람이 닥쳤다. 철강에서도 현대제철이 몸집 줄이기를 단행했고, 자회사 매각설이 돌고 있다. 기계 부문의 현대로템도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주머니가 비면 사람들은 전자제품도 바꾸지 않게 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2020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작년보다 10%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TV 판매는 전년 대비 1분기(1~3월) 9%(글로벌 경제분석회사 IHS마킷), 노트북은 1분기 26%(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의 아이폰9도 출시가 지연됐다. 디스플레이 업계도 LG디스플레이와 코닝정밀 등에서 희망퇴직을 피해 가지 못했다. LG그룹 계열에서 흔들림이 감지되는데, LG이노텍도 적자사업인 LED 사업장에서 희망퇴직을 받았다.

유가가 내려가면 수혜를 보는 대표 업종이 항공업이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세상의 길을 다 막았다. 비행기가 아예 뜨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을 필두로 생존조차 위협받고 있는 LCC(저비용항공사)들에서 희망퇴직이 이어지고 있다.

항공업의 침체는 호텔, 여행, 엔터, 해운업 등으로 파급된다. 이런 기업이 흔들리면 금융기관의 어려움으로 증폭될 수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제2금융권부터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은행 등 금융기관은 인터넷·모바일 뱅킹 등 비대면 채널이 증가하면서 영업점이 줄어 유휴인력이 늘고 있다.

 

가뜩이나 인건비 부담이 높은 직종인데, 초(超)저금리 시대에 마땅한 수익모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안정적 직장으로 꼽힌 농협, 하나은행, 우리은행, 국민은행, 신한은행 등은 희망퇴직을 받았다.

코로나19로 가장 치명상을 입은 업종은 오프라인 유통업이다. 2018년 초 32만원을 찍었던 이마트 주가는 현재 10만원을 위협받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이미지 메이킹으로 넘길 수 있는 차원을 벗어났다.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초저가에 천착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3월 5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롯데하이마트, 롯데면세점, 롯데쇼핑 등의 점포 감축이 예견된다.

코로나19는 우리나라 산업의 가장 약한 고리를 저격했다.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로 인해 대한민국 산업의 옥석 가리기는 뚜렷하게 될 것이다. 가장 큰 타격은 자영업자 소상공인, 그리고 원천 기술이 없는 중소기업이 받게 된다. 성 교수는 “주식에 반영은 적게 되지만, 이들의 가처분 소득이 어려워지면 전반적으로 경제를 끌어내린다”고 진단했다.

 

증시에 상장된 업종 중에서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전통 산업’의 내상이 더 클 것이다. 이를 기화로 ‘진정한 1등 기업만 살아남을 것’이란 견해도 있다. 실제 항공업은 망하거나 합병되는 LCC가 나오면 기존의 공급 포화 문제가 일부분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다.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노동의 종말도 가속화할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미래 세대의 화두였던 4차 산업혁명이 앞당겨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일례로 유통 분야에서 오프라인 마트는 죽을 쑤고 있지만, 온라인 쇼핑은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그동안 온라인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마저 배워서 이용하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기존 유통 공룡들도 온라인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에너지를 쏟을 것이다. 미국의 아마존이 유통 판도를 바꿨듯,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은행 등 금융업에서도 대면 접촉보다 온라인 뱅킹이 활성화될 것이다. 핀테크(Finance+Technology) 물결이 더 중시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기존의 시중은행보다 카카오뱅크가 더 주목을 받는다. 온라인 친화적인 데다가 인건비 부담에서 상대적으로 가볍기 때문이다. 실제 증시에서 기업은행은 꾸준히 우하향하는 종목의 대표 격으로 취급당하고 있다. 반면 카카오는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는 주식 중 하나로 꼽힌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엔씨소프트 등 게임 산업도 새삼 이목을 끌고 있다. 대인 접촉이 최소화되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문화로 자리 잡으며 집에서 가족과 여가를 보내는 일상이 대세로 떠올랐다. 하이엔드 휴대폰과 5G 통신으로 무장한 IT 기기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시대가 탄력받고 있다. 또 자율주행차가 상용화하면 SK텔레콤, KT 등 통신 기업은 새로운 영역에서 활로를 찾으려 할 것이다.


위기일수록 삼성전자


코로나19 이후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는 대한민국 대표기업 삼성전자가 있다. AI(인공지능) 등의 첨단기술에 반도체는 필수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세계 1등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 시장 진입을 모색하고 있다.

코로나 발병 이후 코스피 폭락장에서 개인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연일 역대급으로 사들이고 있다. ‘삼성전자=한국 경제’로 인식하는 프레임이 작동했다. 삼성전자는 주식 시장에서 강남아파트처럼 통용된다. ‘코스피는 박스권을 면치 못하지만, 삼성전자만큼은 꾸준히 우상향한다’는 믿음이 배어 있다. 바닥을 모르고, 업황을 몰라도 삼성전자 같은 우량주 가격이 20% 이상 빠졌으면 기회라고 보는 심리다.

조용준 센터장은 “공급 과잉 업종에 더 이상의 돈이 투자될 확률은 거의 없다”며 “수요가 많은 디지털 분야에 투자가 더 쏠릴 것이다. 지금은 다 같이 떨어지지만, 향후 성장성은 4차 산업 관련 기술 기업에서 더 부각될 것이고, 그쪽이 더 빨리 위기에서 탈출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도체가 주력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이외에도 혁신을 해낼 수 있는 기업이라면 코로나19 이후 반등 폭이 클 것이다. 가령, 현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현대자동차도 수소차가 세계시장에서 인정받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LG화학, 포스코케미칼 등 2차전지 기업들도 전기차 수요가 늘어나면 상승 반전이 가능하다.

 

이런 기업들은 유럽 등 선진국의 트렌드인 친환경 흐름을 타고 있다. 미국의 테슬라 주식이 폭등했던 것도 같은 원리였다. 결국 산업의 선행지표인 주식은 꿈을 먹고 크는 것이다.

코로나19로 한국 경제가 ‘폭망’의 위협에 처한 현실을 부정할 순 없다. 그러나 이런 악재도 정치의 영역으로 이동하면 해석이 복잡해진다. 4월 총선을 앞두고 표심이 어떻게 이동할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가뜩이나 분열된 국론이 더 첨예해질 것이라고 봤다.

 

이에 대한 정당 간 이해득실은 예측불허라고 봤다. 정부·여당에 불리한 재료일 것이라고 단정하지 않았다. 강 교수는 “(나라가) 너무 갈라져 있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무조건 싫은 사람은 더 싫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반대로 문 대통령이 무조건 좋은 사람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더 지지를 다짐했을 것이다. 관건은 중도층의 표심인데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코로나19는 文에게 악재일까

 

2020년 2월 이마트를 에워싼 마스크 구매 행렬. 마스크 대란은 공급보다 수요 통제에 집중한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의 한계를 여실히 노출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문 대통령과 민주당에 닥친 총선 위협 요소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마스크다. 약국 앞 긴 줄은 ‘마스크조차 제대로 공급 못 하는 정부’임을 고백했다. 강 교수는 “유연하게 시장을 활용하지 못하는 이 정부의 경직성과 이념성이 마스크로 집약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하나는 중국이다. 정부가 외교, 경제 차원에서 중국을 지나치게 의식하다 초기 방역을 놓쳤다는 비판이다. 한국 사회 일각의 ‘중국 포비아’는 문 정부에 대한 총체적 불신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를 통해 문 정부와 여당은 의도치 않은 반사이익도 기대할 수 있다. 첫째, 이탈리아나 미국 등의 확진자 증가를 보면서 한국의 방역체계가 상대적으로 우수했음이 입증되고 있다. 반대 진영은 “대통령이 아니라 질병관리본부와 의사들이 잘한 것”이라고 일축하지만, 문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진영은 “정부가 대처를 잘한 것”이라고 점수를 준다.

둘째, 코로나19로 현 정권의 경제 정책 오류가 가려질 수 있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나 부동산 정책 등 정부의 실책 탓이 아니라 전염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경제가 악화한 것’이라는 정서가 국민 사이에 퍼질 수 있다. 이는 ‘문재인 정권 심판’에 선거 포커스를 맞춘 미래통합당 등 야권의 칼날을 무디게 만들 수 있다.

일각에선 “여권이 총선 연기를 검토하지 않는 데에는 이런 자신감이 자리한다”고 해석한다. 우석훈 박사도 “조금 실기한 면은 있었지만, 정부의 대응은 문제 삼을 정도는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중국 입국을 조기에 차단하지 않은 데 대해서도 “잘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게 (확산의) 유일한 이유라고 보면 과잉해석”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는 언젠가 종식될 것이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사라져도 그 이후 한국의 경제, 정치, 사회는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이 ‘퍼펙트 스톰’을 어떻게 헤쳐나간 것으로 기억될까.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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