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초장기화 되어감에 따라 총선에도 큰 영향을 주리라는 전망이 관측되고 있어요. 이전 메르스 사태 때에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폭락하였지요. 코로나19로 인해 경제가 바닥을 치는 지금, 경제 불안 심리가 더 커지면 여권에 치명적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어요. 이번 총선의 승패는 코로나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변수는 구도·이슈·후보다. 진영 대결 구도가 심해지면서 선거 판세나 정당, 대통령 지지율을 좌우할 결정적 변수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그렇지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신종코로나)은 먹고사는 문제를 넘어 죽고 사는 문제다. 점차 안정세를 보이지만 감염 확산이 언제 완전히 멈출지 단정하긴 어렵다.
한국은 확진자 수 증가 추세가 완화됐다고 하나 중국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당장 수면 위에 떠오르긴 했지만, 본질적인 건 13억 인구의 생존과 연결된 경제 문제다. 중국 경제는 신종코로나 창궐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우리라고 예외는 아니다. 중국 경제와 실과 바늘처럼 연결된 우리 경제는 유례없는 된서리를 맞고 있다.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힘들다는 하소연이 시장 상인들로부터 나올 정도다. 세계 유수의 경제 연구원과 국내 연구기관들은 앞다퉈 올해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대통령의 위상을 들었다 놨다 하는 국정 수행 지지율은 경제·북한·공약(개혁)이 중요한 변수다. 이 중 대통령 지지율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변수가 경제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철학은 진영에 따라 평가가 엇갈린다. 그동안 경제 변수는 냉정하고 객관적인 평가 결과가 대통령 지지율에 반영되지 못했다 할 수 있다. 이런 와중에 신종코로나가 이번 총선에 돌발 변수로 부풀어 오르고 있다.
먼저 공포심이다. 원인조차 모르는 질병에 대한 공포심은 이성적으로 조절되지 않는다. 선거 또한 마찬가지다. 복잡한 유권자 심리가 뒤섞여 표심으로 드러난다. 국내에서는 신종코로나 확산 세가 주춤하고 있지만, 이웃 국가의 사정은 그렇지 않다. 정부는 신종코로나 발병 초기에는 다소 혼선을 빚었지만 빨리 제자리를 잡았다. 재빠르게 국민 여론을 감안해 후베이성을 다녀간 중국인과 외국인은 입국 금지 조처를 했다. 그 결과 국내의 감염자 증가세는 완화됐다(2월 16일 기준).
치킨·펭수보다 높은 관심… 공포심 좀처럼 줄지 않아
그렇지만 공포심은 국내 상황에 그치지 않는다. 가장 가까운 이웃 국가인 중국과 일본으로 통하는 관문을 언제까지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중국은 사망자·확진자 수가 폭증하는 추세다. 일본은 최고 수준의 방역 국가로 예상했으나 확진자가 탑승하고 있는 크루즈선의 구멍이 허술했다. 한·일 관계가 경색되기 전까지 우리 국민이 가장 많이 찾는 관광지가 일본이었다.
이런 중국과 일본을 지켜보며 공포심은 가라앉지 않는다. 2월 11~13일 한국갤럽의 자체 조사(전국 1001명 휴대전화 RDD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3.1%p 응답률 14%, 이하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신종코로나에 감염될지도 모른다는 것에 대해 걱정되는지 여부’를 물어봤다. 56%가 걱정된다고 응답했다. 심각하게 겁에 질린 수준은 아니더라도 우리 국민 절반 이상은 공포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얘기다.
공포심은 관심도를 의미한다. 이슈에 대한 관심도를 살펴볼 수 있는 측정 도구가 구글 트렌드다. 검색어 ‘코로나’는 1월 말 검색량이 상승하기 시작해 2월 초 정점에 이르렀다. 이후 주춤하기는 하지만 치킨이나 펭수보다 월등히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불안의 방증이다. 치킨이나 펭수는 일상적으로 높은 관심을 받는 검색어다.
중국이 잠잠해져야 공포심은 근본적으로 치유된다. 중국을 바다 건너 마주 보고 있는 경기도민들의 공포심은 메르스 때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스탯리서치가 경기도의 의뢰를 받아 1월 30~31일 실시한 조사(경기도 1000명 전화면접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3.1%p)에서 ‘신종코로나가 메르스와 비교해 어떤지’를 물어본 결과 ‘메르스보다 신종코로나에 더 공포감을 느낀다’는 의견이 64%로 나타났다.
이런 공포심은 중국과 일본이 보인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 중국 정부는 고무줄 통계로 우리 국민의 공포심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현장 소식과 크게 어긋나는 사망자·확진자 수 통계 때문에 외신까지 의구심을 드러냈다. 판정 기준을 바꿨다는 명분으로 발표된 통계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2월 12일 하루 만에 사망자 수는 240여 명, 확진자 수는 약 1만 5000명이 늘어났다. 전면 입국 금지 조처를 하지 않는 이상 우리 국민의 공포감이 충분히 해소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중국의 확진자 수 증가와 사망자 수로 볼 때 신종코로나 이슈가 다가오는 총선과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신종코로나 이슈가 총선과 분리되지 않는 더 큰 이유는 경제 때문이다. 흔히들 경제는 심리라고 한다. 공포심에서 비롯된 소비 심리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신종 코로나를 가리켜 질병관리본부의 문제가 아니라 기획재정부의 문제라고 하지 않는가.
중국 산업·교통의 요충지인 우한발 전염병 소식은 세계 경제를 얼어붙게 했다. 부품 조달의 어려움으로 우리 자동차 공장은 며칠 동안 시설을 가동하지 못했다. 전 세계 생산량의 대부분을 생산하는 중국의 와이어링 하니스(배선 뭉치) 때문이었다. 일본이 반도체 중요 부품 소재 수출 규제를 발표했을 때도 가동했던 공장이 중국발 바이러스 사태로 멈추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중국 경제가 얼어붙는 상황에서 내수 경기 활성화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한국갤럽이 1월 28~30일 실시한 조사(전국 1000명 휴대전화 RDD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3.1%p 응답률 15%)에서 ‘앞으로 1년간 우리나라 경제가 현재에 비해 어떠할 것으로 보는지’ 물어봤다. 향후 1년간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44%로, ‘좋아질 것’이라는 의견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한국 경제 올해 성장률 1%대 전망도
문제는 이번 선거의 최대 승부처로 부상한 서울과 PK(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비관적인 전망이 조금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서울 지역 응답자들은 45%가 한국 경제 전망을 부정적으로 봤고 자영업자층은 ‘좋아질 것’ 21%, ‘나빠질 것’ 50%였다.
그동안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높았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사실상 재정 주도 성장 정책이었고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의무제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마저 흔들리고 있던 차였다. 그런데도 경제 이슈가 전면에 부상하지 않았던 이유는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진영 대결 탓이었다.
조국 전 장관 논란 이후 한국 사회는 더욱 뚜렷하게 양극단으로 쪼개지는 양상이다. 친구 아니면 원수로 나뉘는 이분법이 만연한 상태다. 그런 와중에 경제 구조의 뿌리 깊은 문제점은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중국 돌발 변수로 인한 한국 경제의 상처는 깊고도 넓다.
국내 국책 연구기관을 비롯해 외국의 저명한 경제 분석 기관은 한국 경제의 올해 성장률을 1%대로 전망하는 곳까지 나오고 있다. 롯데쇼핑 같은 대형 유통기업마저 ‘코로나 충격’에 흔들리고 있다. 700여 개에 달하는 전국의 오프라인 매장 중에서 약 30%인 200여 개를 정리한다는 발표가 나오는 지경이다. 지독한 저성장의 늪이다.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캠페인 초반 ‘걸프 전쟁의 영웅’인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경제가 발목을 잡았다. 남부 시골 아칸소주 주지사 출신의 민주당 빌 클린턴 후보는 정곡을 찔렀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Stupid, it’s Economy).’
한국도 마찬가지다. 전대미문의 바이러스 공포에 제주 지역은 ‘여행객 증발’ 사태가 지속하고 있다. 항공업계와 여행업계는 폐업 일보 직전이라고 한다. 신종코로나 그 자체는 경제 이슈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경제 문제로 오롯이 연결되고 있다.
선거가 코앞에 다가왔지만 눈감고 있었던 경제 변수에 신종코로나가 불을 지핀 셈이다. 죽고 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안심이 되면 유권자들은 먹고사는 문제에 집중한다. 신종코로나가 총선의 가장 중요한 이슈인 경제를 간판 이슈로 들어 올리고 있다.
신종코로나가 총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가장 큰 이유는 대통령 지지율 때문이다. 먹고 사는 문제보다 국민이 더 집중하는 이슈는 없다. 워낙 관심도 높은 이슈인 데다 대통령 지지율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경제까지 얽혀 있다 보니 그 영향력은 측정 불가일 정도다.
한국갤럽이 2월 11~13일 실시한 자체 조사에서 ‘대통령 직무 수행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와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를 모두 물어봤다. 대통령 국정 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가장 큰 이유가 ‘신종코로나 대처’로 나타났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신종코로나가 전파력이 매우 빠른 감염증으로 알려지자마자 문 대통령은 관련 부처에 신속한 대응을 주문했고 ‘지나칠 정도’의 대처를 지시했다.
원칙적으로 정부의 대응은 적정한 수준이었지만 문 대통령은 ‘과한 정도’의 대응을 요구했다. 동시에 경제 행보를 이어갔다. 남대문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위로했다. 몇몇 상점에서 쓴소리가 나왔지만, 이를 끝까지 들어주는 인내심을 발휘했다. 이번 신종코로나 사태에서 대통령의 행보는 어느 때보다 속도감이 있었고 반응 또한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대면 접촉 꺼리면서 선거운동에도 변화
신종코로나에 대응하는 속도는 일상적인 현안 대응과 뚜렷한 온도 차가 있다. 문 대통령은 임시 숙소로 정해진 충북 진천과 충남 아산까지 방문해 수용자들을 위로하고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지난 총선에서 어느 한쪽 세력에만 힘을 실어주지 않았던 지역이 충청이다.
그런데 이번 우한 교민 임시 숙소로 정해진 장소가 공교롭게도 모두 충청 지역이었다. 당장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지는 않더라도 선거가 있기 때문에 투표장 민심으로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치는 생물이라고 하고 선거는 미생물이라고 한다. 그만큼 주위 환경 변화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이 정치고 선거다. 그러므로 신종코로나가 대통령의 직무 수행 평가에 미치는 영향은 직접적이다.
이번엔 대통령 직무 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를 살펴보자. 가장 큰 이유는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으로 나타났다. ‘신종코로나 대처 미흡’은 6%로 다시 내려갔다. 요약하면 경제 문제가 대통령 지지율에 발목을 잡고 있는 시점에 전방위적인 대통령의 신종코로나 대처가 대통령 지지율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한 모양새다.
물론 단기적인 영향이고 이제 시작점이다. 신종코로나가 향후 어떤 방향으로 또는 어떤 성격으로 전개될지 더 지켜봐야 한다. 대통령 지지율의 향방에 따라 총선 결과는 요동치기 때문이다. 2015년 메르스 사태가 발생했을 때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3월 31일~4월 2일 지지율 조사 결과(한국갤럽)는 긍정 40%, 부정 52%였다. 대통령 직무 수행 부정 평가 결과가 높기는 하지만 긍정 평가 결과도 양호한 편이었다.
그렇지만 메르스 사태가 전국을 강타한 이후인 6월 16~18일 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29%로 폭락했다. 지지율이 20%대로 하락했다면 레임덕이나 다름없다. 대통령 임기 3년 차였고 지지층들이 재결집되면서 가까스로 회복세로 전환됐다.
그렇지만 여진은 꽤 오래갔다. 이듬해 실시된 20대 총선에서 정부에 대한 심판 성격은 높아졌고 여당은 막장 공천으로 자멸했다.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최고 수준은 아니었지만, 유권자들의 마음은 이미 떠난 뒤였다. 신종코로나가 대통령 지지율에 미치는 영향이 결정적인 만큼 이번 총선 결과는 이 바이러스에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친 해석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는 신종코로나가 총선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 쓰고 있지만 결국 불가분의 관계가 되고 말았다. 선거는 구도·이슈·후보다. 후보들은 신종코로나의 영향으로 제대로 선거 운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악수하기도 어렵고 명함을 전해주는 것도 부담스럽다. 그래서 정당의 선거 운동 방법도 획기적으로 달라졌다. 대부분의 오프라인 행사가 취소되면서 온라인 캠페인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선거 운동 방법도 인터넷 공간으로 옮겨왔다. 자연스럽게 청년 친화적인 홍보 내용이 빛을 발하고 각 정당의 청년 후보 대거 공천 물꼬가 트일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구도는 경제를 기준으로 한 여당 심판과 야당 심판이 한 치도 양보 없이 대치하고 있다.
이슈는 진영 간 대결 구도의 꼭대기에 있는 검찰 수사도 있지만 죽고 사는 문제인 신종코로나 이슈가 더욱 중요해졌다. 이제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 씻기를 생활화하는 게 기본이 됐다. 마스크와 손 씻기만 보더라도 이번 선거가 ‘코로나 선거’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총선 승패는 신종코로나가 결정한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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