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이제 더 이상 부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에요. 수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대중 스포츠가 되었지요. 건강과 재미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골프, 하지만 봄철 골프는 다른 때보다 더 각별히 부상에 주의해야 한다고 해요. 겨우내 굳어있던 몸을 갑자기 무리하게 움직이면 평소보다도 더 크게 다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골프는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상승 곡선이 있으면 하강 곡선이 있고, 잘 풀리지 않는 게임이라도 몇 번의 찬스는 꼭 찾아오기 마련이다. 생각지 못한 버디(기준 타수보다 1타 아래)의 기회가 있다가도 트리플(기준 타수보다 3타 오버)에 고개 떨구기도 한다. 한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어 “서서 하는 것 중 가장 재미있는 것이 골프”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골프를 즐기다 보면 건강도 자연스레 따라온다. 18홀 라운드를 걸어서 이동할 경우, 총 거리는 8~10㎞ 정도로 600~1000㎉ 정도의 에너지가 소모된다. 맑은 공기를 마시고, 따뜻한 햇볕을 쬐며 필드 위에서 지인과 소통하는 과정에 몸은 물론 마음 건강도 두루 챙길 수 있다.
단, 봄철 골프장에 나설 때도 과욕은 금물이다. 체력을 과신해 무리하게 몸을 쓰고, 잔뜩 힘을 준 채 골프채(클럽)를 휘두르다 부상에 시달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겨우내 굳은 몸을 제대로 풀지 않은 상태라면 운동 손상의 위험은 배가 된다. 실제 아마추어 골퍼 10명 중 6명, 프로 골퍼 10명 중 8명이 척추 관절 손상을 경험한다는 보고도 있다.
중앙대병원 재활의학과 서경묵 교수는 “골프 인구가 500만 명이 넘을 만큼 대중화된 스포츠지만, 골프로 인한 손상과 치료, 예방에 대한 관심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아무리 비접촉 스포츠(non-contact sports)라 해도 위험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면 운동 손상이란 복병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 말했다.
허리·팔꿈치·손목·무릎 다치기 쉬워
골퍼들을 괴롭히는 운동 손상은 첫째, 허리(척추) 질환이다. 스윙 동작은 척추를 축으로 엉덩이·허리·어깨·팔을 함께 회전하는 운동이다. 지지대 역할을 담당하는 척추는 매번 긴장된 상태를 유지하는데, 과하게 허리를 비틀거나 돌리면 과부하가 걸려 탈이 나기 쉽다. 급성 허리 통증은 대게 인대나 근육이 늘어난 단순 염좌지만, 추간판(디스크)이 바깥쪽으로 튀어나오는 허리디스크도 적지 않아 구분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일 ▷통증이 2주 이상 지속하거나 ▷앉았을 때 통증이 심한 경우 ▷다리에 힘이 풀리는 증상이 나타날 때는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척추 손상은 과욕이 부르는 참사다. 비거리를 늘리려 젖먹던 힘까지 짜내 클럽을 휘두를 경우, 척추에 순간적으로 가해지는 무게는 1t에 달한다. 잘못된 자세로 무리한 스윙을 반복하다 보면 척추가 다칠 위험은 훨씬 커진다. 전문가들은 근육·인대가 단련되지 않은 아마추어의 경우, 자신이 낼 수 있는 힘의 70~80% 정도만 사용하는 게 안전하다고 권한다.
목동힘찬병원 윤기성 원장(신경외과 전문의)은 “볼을 주울 때도 상체만 기울이지 말고 무릎을 동시에 굽혀야 척추가 받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틈틈이 허리 스트레칭을 하고,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걷는 것도 척추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둘째, 팔꿈치 손상이다. 흔히 ‘골프 앨보’라 부르는 내측 상과염이 대표적이다. 팔꿈치 안쪽의 튀어나온 뼈에 염증이 생긴 상태를 말한다. 오른손잡이의 경우 오른쪽 팔은 내측 상과염이, 왼쪽 팔은 바깥쪽인 외측 상과염이 발생하기 쉽다. 해당 부위를 누를 때 통증이 심하거나 자고 일어났을 때 뻣뻣한 느낌이 든다면 ‘골프 앨보’를 의심해야 한다.
팔꿈치 통증을 부르는 주요 원인은 지나친 사용이다. 서 교수는 “라운드 당 연습 스윙을 포함하면 200회 이상 클럽을 휘두르고, 특히 연습장에서는 1시간에 200여 개의 공을 쉴 틈 없이 때리는 경우도 많다”며 “충격이 쌓여 근육과 힘줄이 피로해지고, 늘어나거나 부분적으로 파열되면서 ‘골프 앨보’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연습 환경과 장비도 영향을 미친다. 아이언샷을 할 때 실수로 바닥을 치거나, 다 닳은 매트 위에서 골프 연습을 하다간 팔꿈치는 물론 손목까지 다칠 수 있다. 골프는 테니스·야구와 달리 장비(클럽)의 길이가 길어 충돌 시 반발력이 강하다. 클럽이 무겁고, 길수록 관절이 받는 부담은 배가된다.
서 교수는 “매트가 닳아 있으면 볼을 치고 난 뒤 헤드(클럽의 머리 부분)가 바닥에 닿아 충격이 손목·팔에 고스란히 전달된다”며 “사전에 연습장 시설을 꼼꼼히 따지고, 근력이 떨어지는 고령은 가급적 스틸(steel) 샤프트(클럽의 몸통 부분)는 쓰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팔꿈치와 손목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먼저 욕심을 버려야 한다. 연습량은 시간당 100개 이하로 제한하고, 몸이 아프거나 피로한 상태에서는 애초에 라운딩에 나서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몸의 긴장을 풀고, 클럽은 가능한 한 가볍게 잡는 등 자세 유지에도 신경 써야 한다. 인천힘찬병원 김형건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는 “아이언샷은 부드럽게 본래의 어드레스 자세를 유지하면서 쳐야 하고, 드라이버샷을 할 때는 팔꿈치를 잘 펴고 스윙을 하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골퍼들에겐 상체뿐만 아니라 하체 부상도 흔하다. 대표적인 것이 전방십자인대 파열이다. 전방십자인대는 무릎의 앞뒤에서 X자 모양으로 관절을 지탱해주는 2개의 인대로, 무릎 속 종아리뼈가 앞으로 밀리지 않도록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윤 원장은 “임팩트 시 하체가 고정된 상태에서 상체만 돌리는데, 이때 균형을 잃어 넘어지면서 무릎이 뒤틀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방십자인대가 끊어지면 출혈이 생기면서 손상 부위가 붓는다. 관절이 불안정해지면서 심한 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문제는 지속 시간이 길지 않다는 점. 한두 시간이 지나면 다소 불편하긴 해도 일상생활에 별다른 무리가 없을 정도로 증상이 약해져 간과하기 쉽다.
윤 원장은 “전방십자인대 파열을 방치할 경우 무릎의 불안정성이 커져 퇴행성 관절염의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며 “계단을 내려갈 때 갑자기 다리 힘이 빠지거나, 방향을 틀 때 무릎 통증이 심하다면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무릎 부상을 예방하려면 스윙은 가급적 컴팩트하게 구사하고, 양쪽 다리에 균등하게 체중이 가도록 양발을 조금씩 더 벌려주는 것이 좋다.
[박스기사] 골퍼들이 챙겨야 할 영양소 4가지 - 집중력엔 녹차, 비거리엔 빨간 고기
잉글랜드 호이레이크의로열리버풀 골프장에는 '파(Far)&슈어(Sure)’라는 구호가 새겨져 있다. 골퍼들에게 비거리(Far)와 정확도(Sure)는 실력인 동시에 자존심이다. 꾸준한 연습만큼 섭취하는 음식에도 신경 써야 한다. 골퍼들의 근력·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영양소를 소개한다.
① 크레아틴
크레아틴은 단시간에 폭발적인 힘을 낼 때 근육이 쓰는 영양소다. 돼지고기·소고기 등 육류에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국제스포츠영양학회지에 실린 논문(2015년)에서 건강한 30대 남성 골퍼 27명을 대상으로 절반(14명)에게는 크레아틴 5g을 먹게 하고 나머지는 모양과 색이 비슷한 가짜 약을 준 뒤 4주 후 비거리를 비교했다. 그 결과 크레아틴을 복용한 그룹은 비거리가 14야드(약 13m) 늘어난 반면, 가짜 약을 먹은 그룹의 비거리는 변화가 없었다. 크레아틴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운동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성분으로도 인정받았다.
② 테아닌
골프는 집중력 싸움이다. 긴장감을 극복하고 스트레스를 관리하지 않으면 아무리 강한 체력의 소유자라도 게임에서 승리할 수 없다. 테아닌은 녹차에 풍부한 아미노산 성분으로, 뇌파 중 알파(α)파 발생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 알파파는 눈을 감고 명상할 때나 마음이 안정됐을 때 나오는 뇌파다. 호흡을 원만하게 만들어주고 근육 긴장도를 낮춰 퍼팅 성공률을 높인다.
③ BCAA
BCAA(루신·이소루신·발린 등 아미노산)는 간에서 대사가 되는 다른 아미노산과 달리 골격근에서 분해된다. 떨어지는 근력을 보충하는 한편 근육통·근피로를 예방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아미노산은 단백질이 체내에서 분해될 때 만들어지는데, 닭고기나 계란 등에 풍부하다. 가루 형태의 BCAA 보충제도 판매된다. 물에 섞어 틈틈이 마시면 경기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④ 단백질
단백질은 탄수화물, 지방과 더불어 3대 영양소로 꼽힌다. 근육을 구성하는 재료로 근육 발달과 손상된 근육 회복에 효과적이다. 일반 성인은 kg당 1~1.2g은 먹는 것이 좋다. 주로 육류에 많은데, 특히 노인이나 만성질환자의 경우 붉은 살코기를 추천한다. 체내 흡수율이 높은 철분인 ‘햄철’이 풍부해 빈혈을 예방할 수 있고, 체력도 좋아진다.
박정렬 중앙일보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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