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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핀테크 품은 은행의 반격! 금융업계의 판도가 변한다

핀테크의 발전으로 인터넷 금융 기관들이 크게 발전할 것이라고 예상을 한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국내 유일한 핀테크 유니콘인 ‘비바리퍼블리카’마저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지요. 현재의 수익구조가 나오기 어려운 서비스 형태로는 기존의 거대 금융기관들과 경쟁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국내에선 성공한 핀테크 스타트업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혁신적인 서비스로 주목받거나 이용자 수를 급격히 늘리며 일부 분야에서 전투에 승리한 스타트업은 많았지만, 넓고 넓은 금융 산업의 전쟁터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확보한 업체는 찾기 어려워서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정부 규제에 발목을 잡히면서 실기(失期)했다는 점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그 사이 은행과 증권사 등 기존 업체들은 핀테크 업체들에 대응하는 서비스를 속속 마련했다. 한편에서는 이제 핀테크 분야에서는 아이디어만으로 승부하는 시대가 지났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핀테크(fintech)는 이름 그대로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이 결합한 서비스를 가리킨다. 금융만 하더라도 워낙 범위가 넓다보니 성공의 기준 또한 명확하지 않다. 다만 미국 시장조사 업체 CB인사이트가 집계한 전세계 ‘유니콘 (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스타트업에 국내 핀테크 업체로 비바리퍼블리카가 포함됐다.

 

모바일 금융플랫폼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의 기업가치는 22억 달러(약 2조7000억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업가치만 놓고 보면 국내에서 가장 성공한 핀테크 스타트업인 셈이다.

다만 전세계 핀테크 업체와 비교해보면 국내 핀테크 업계의 성적은 미흡한 수준이다. CB인사이트 집계에 포함된 핀테크 스타트업은 61곳이다. 핀테크에 기반한 미국 전자지급결제대행(PG) 사업자 스트라이프(Stripe)와 인도의 결제 애플리케이션 페이TM(Paytm)의 모회사인 원97커뮤니케이션즈 등이 각각 360억 달러(약 44조3600억원), 160억 달러(약 19조7000억원)로 선두권에 위치해 있다.

 


국내 유일 핀테크 유니콘도 적자 행진

 

 

유니콘 반열에 오른 비바리퍼블리카도 아직은 성공했다는 칭호를 붙이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은행업과 증권업 진출 등 새로운 도전을 지켜봐야겠지만 핵심 사업 모델만 놓고 보면 한계가 분명해서다. 토스는 계좌·카드조회, P2P펀드, 보험분석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토스의 핵심 서비스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간편 송금을 포함한 결제서비스다. 수익을 내기 어려운 분야다. 대형 은행이나 카드사들도 계좌이체 수수료나 결제 수수료만으로는 사업을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국내 시중 은행들은 이제 간단한 몇가지 조건을 만족시키는 형태로 출금이나 이체 수수료를 면제하고 있다. 카드업체들도 결제 사업에서는 매년 수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성용훈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에서 결제 관련 핀테크 업체들의 성공 사례가 나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거래 인프라가 미흡하거나 비쌌기 때문인데 국내 시장과는 차이가 있다”며 “국내에서는 기존 플랫폼의 가치를 증대시키는 보조 장치로서의 역할에 그칠 가능성이 높고, 결제 자체만으로 흑자 달성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토스의 사업 모델은 편리한 무료 서비스를 제공해 이용자를 모으고, 이렇게 모인 이용자들의 광고 노출이나 상품 구매를 통해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사업 모델은 이제 통용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2000년대 초반은 물론, 스마트폰이 산업 생태계를 바꾼 2010년대에도 이런 방식으로 성공한 사례가 많다.

 

문제는 이제 기술이 발전하면서 더 세부적인 부분까지 측정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이용자들의 모든 거래 내역이 전산에 기록되는 금융 산업에서는 특정 이용자들이 얼마나 수익에 기여했는지 측정이 가능하다.

토스는 지난 2017년 신한금융투자 계좌 개설 이벤트를 벌였다. 토스를 통해 계좌를 개설하면 CMA 금리를 우대해주는 이벤트였다. 그리고 CMA 계좌를 기준으로 1년 만에 50만건이 넘는 계좌 개설에 성공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모인 고객들은 우대 금리 혜택만 받고 다른 금융상품에 가입하지 않는 체리피커(cherry picker)가 대부분이었다. 체리피커는 신포도 대신 체리만 골라먹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실질적으로는 기업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소비자를 지칭한다. 자연스럽게 마케팅 효과에도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마땅한 수익원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국내 유일의 핀테크 유니콘 비바리퍼블리카의 손실은 누적되고 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2019년 1244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기록했던 순손실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비바리퍼블리카는 2016년과 2017년, 2018년에 각각 226억원, 390억원, 445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손실의 가장 큰 원인은 당연 지급 수수료다. 비바리퍼블리카는 2019년 지급 수수료로 1033억원을 썼다. 2018년에 부담한 지급 수수료는 614억원으로 영업수익(548억원) 보다 많다. 한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토스의 간편 송금 서비스는 금융결제원 공동망 이용 수수료를 대신 부담하며 이용자를 불러 모으는 사업 모델”이라며 “공짜를 보고 모인 사람들이라 금융상품 투자로 연결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규모·안정성으로 반격하는 전통 금융업체

 

 

금융 업계에서는 이제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자체 서비스만으로 수익을 내기에는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기존 금융업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불편하던 시기에 핀테크 업체들이 약진해야 했지만 규제에 발목 잡혔다. 그 사이 기존 금융업체들은 핀테크 스타트업들의 서비스를 벤치마크하며 진화했다.

 

송금과 결제서비스만 놓고 보더라도 이제는 대형 은행들의 어플리케이션에서도 공인인증서 대신 생체인식이나 패턴 인식, 간편 비밀번호만으로도 거래가 가능하다. 대다수 금융업체들의 서비스가 상향평준화하면서 이용자 입장에서는 핀테크 스타트업을 고집할 이유가 없어졌다. 오히려 동일한 조건이라면 금융 산업 특성상 ‘규모의 경제’를 이룬 전통 금융업체들이 유리하다.

송금이나 결제처럼 간단한 서비스와 달리 예금이나 대출, 투자 등에서는 금융업체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가 핵심 경쟁력이다. 당연히 규모가 큰 대형 은행과 증권사가 유리하다. 더구나 핀테크 분야에서 대표적인 혁신으로 각광받았던 P2P 대출 업체들의 연체율이 최근 급등하면서 업계 전반에 신뢰성이 흔들리고 있다.

 

업계 1위인 테라펀딩만 하더라도 세종시 근린생활시설 신축사업 투자 상품에서는 지난 3월 원금 전액 손실이 발생했다. 원금 규모는 총 30억원이나 된다. 지난 1월에도 충남태안 다세대 신축 리파이낸싱 상품과 경기도 파주 연립주택 부동산 PF에서 전액 손실이 발생했다.

P2P 금융플랫폼 미드레이트에 따르면 국내 P2P업체 140 곳의 평균 연체율은 15%를 넘기고 있다. 연체율은 전체 대출 잔액에 대비 30일 이상 연체가 발생한 대출 잔액이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연체율 100%로 모든 대출 상품에서 연체가 진행되고 있는 P2P업체는 더좋은펀드, 빅파이펀딩, 이룸펀딩, 리얼코리아펀딩, 애플펀딩, 이디움펀딩, 세움펀딩 등 8곳이나 된다. 루프펀딩과 팝펀딩도 연체율이 각각 99.7%와 94.26%로 100%에 근접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리를 조금 더 받기 보다는 안전한 금융 기관을 찾겠다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금융 업계에서는 이제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덩치를 키우거나 차별화된 기술로 무장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비바리퍼블리카도 기존 사업 모델의 한계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보니 덩치를 키우는 행보에 나섰다. 지난 3월 12일 열린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정례회의에서는 비바리퍼블리카의 100% 자회사 ‘토스준비법인’의 증권사 설립 예비 인가를 통과시켰다.

 

토스준비법인은 6개월 내에 본인가를 신청해야하며, 이후 6개월 내에 영업을 개시할 수 있다. 이 보다 앞선 지난 2019년 12월에는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았다. 토스뱅크 컨소시엄 측에서는 2021년 7월경 사업을 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순조롭다면 비바리퍼블리카는 은행업과 증권업에 진출하며 몸집을 키울 수 있다.

 

다만 덩치를 키운 비바리퍼블리카가 어떤 성적을 낼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기존 업체들과 경쟁이 남아있어서다. 김영덕 롯데 엑셀러레이터 상무는 “핀테크 스타트업들은 이제 1라운드를 마치고 2라운드를 시작하는 단계”라며 “누가 고객이 원하는것을 제공할 수 있는지가 경쟁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업계 판도 변화에 차별화 나서야


전통 금융업체들의 반격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금융업이 발전한 미국에서는 2015년 베터먼트와 웰스프론트 등 핀테크 업체들이 등장하며 자산관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나 뱅가드나 피델리티 등 기존 업체들도 핀테크 스타트업의 방식에 대응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누가 우위에 있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시장이 됐다.

 

실제로 전세계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에서 운용자산(AUM) 기준 선두에 있는 업체는 미국 뮤추얼 펀드 1위 업체 뱅가드(Vanguard)다. 뱅가드의 운용자산은 2019년 6월말 기준 1400억 달러에 달한다. 2위는 미국 최대 온라인 증권사 찰스 슈와브(Charles Schwab)가 차지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관련 핀테크 스타트업 웰스프론트는 3위에 오르긴 했지만 운용자산은 200억 달러로 1위 뱅가드의 14% 수준이다.

질적 측면에서도 전통의 자산관리 업체들의 반격이 거세다. 백앤드벤치마크가 2019년 말 기준으로 집계한 로보어드바이저 순위에서 1위는 피델리티가 차지했다. 피델리티는 미국 뮤추얼 펀드 2위 업체다. 백앤드벤치마크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 경험(UX), 최저 투자액, 상품 특징, 운용 수수료, 투자 성과 등을 종합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평가하고 있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는 “해외에서도 핀테크 스타트업이 각광받던 시절에는 뱅가드나 피델리티가 망할 수도 있겠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끄덕 없이 버티고 서 있다”며 “이제는 판도가 바뀌었고 기존 대형 업체들과 직접 경쟁하기 보다는 뱅크샐러드처럼 마이데이터를 활용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식으로 차별화하는 곳이 핀테크 대표 주자로 떠오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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