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만들었다는 의미의 ‘K’. 현재 K가 붙은 상품·서비스는 나라 안팎에서 영향력이 대단해요. 그러나 한류 열풍이 불 때마다 조연 역할을 해야만 했던 K패션도 이젠 관심의 대상이 되었어요.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발굴·유통하는 온라인 패션 플랫폼 ‘W컨셉’도 덩달아 인기를 얻고 있어요.

 

이은철 더블유컨셉코리아 대표는 “패션 시장을 선도할 국내 컨템퍼러리 브랜드를 열심히 발굴해 차별화된 콘텐트를 늘려나갈 것” 이라고 말했다.

 

W컨셉(법인명 더블유컨셉코리아)은 여러 브랜드를 한데 모아 판매하는 온라인 패션 편집몰이다. 백화점이나 다른 플랫폼에서는 볼 수 없는 단독 유통 브랜드가 많다. 5000여 개에 이르는 패션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데 이 중 80%가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다.

 

아직 시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브랜드인 만큼 W컨셉에서 품질·디자인 등을 꼼꼼하게 체크해 입점시키고 있다. 이은철 더블유컨셉코리아 대표는 “개성을 추구하는 2030세대 여성이 주요 고객” 이라며 “요즘 젊은이는 숨은 맛집을 알아내듯 자신만 아는 브랜드 찾고 싶어 하는데 그 통로가 W컨셉인 셈”이라고 말했다.

W컨셉이 탄생한 계기도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발굴해 시장에 알리기 위해서였다. 2006년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이 운영하던 온라인 직구몰 위즈위드에서 사업군 확장의 일환으로 한국의 신진 디자이너를 소개하는 ‘더블유컨셉 바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예상보다 반응이 좋아 2008년 더블유컨셉코리아라는 이름의 독립법인으로 분사했다. 이때부터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발굴해 유통하고 있다.

W컨셉이 급성장하기 시작한 건 2012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던 시기였다. 모바일 쇼핑 환경이 조성돼 시공간적인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게 되자 W컨셉의 거래액은 급격하게 늘어났다. 이 대표는 “2012년부터 지금까지 연평균 50%대 성장세를 이어왔다”며 “지난해엔 거래액 2000억원을 넘어서는 자체 최고 성적을 냈다”고 설명했다.

 

현재 W컨셉은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 이어 업계 2위 규모다. “월평균 PV(페이지뷰)는 7300만이 넘습니다. 더욱 고무적인 건 우리에게 헤비유저(충성고객)가 많다는 것이죠. 전체 고객의 3%가 헤비유저라고 할 수 있어요. 이들에게서 나오는 매출이 전체 매출 중 15~20%에 이릅니다.”


W컨셉에서 인기 얻고 세계 무대로 진출

 

 

이은철 대표는 직접 전 직원의 생일을 챙기는 자상한 리더다.

 

W컨셉은 업계에서 플랫폼과 브랜드의 성공적인 동반성장을 보여준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이 대표는 “브랜드는 우리의 DNA이자 경쟁력”이라며 “우리 또한 디자이너들에게 탄탄한 판로 역할을 해줄 뿐 아니라 브랜드를 함께 키우는 동반자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W컨셉은 브랜드에 판매 플랫폼을 제공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인플루언서 협찬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함께 진행한다. 브랜드의 해외 진출도 적극 돕는다. W컨셉은 지난해 9월 미국 블루밍데이즈에 팝업스토어를 열고 자사에 입점한 마론에디션·킨더살몬·렉토·로켓런치·제이청 등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11개를 소개했다.

 

이 대표는 “블루밍데이즈에서 영향력 있는 국내 기업 세 곳(아모레퍼시픽, 카카오, W컨셉)을 선정해 초대한 것”이라며 “우리 플랫폼에서 핫한 브랜드를 선정해 미국에 소개했다”고 밝혔다.

W컨셉과 함께 큰 브랜드 중 몇 곳은 이미 세계적으로 성장했다. 브랜드 초창기에 인연을 맺은 ‘앤더슨 벨’은 글로벌 명품 온라인 편집숍 네타포르테에서 품절 사태를 일으켜 화제가 됐고, ‘로우 클래식’도 파리의 유명 쇼룸에 입점하는 등 세계 유명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우리와 함께 성장한 K패션 브랜드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뿌듯하다”며 “신진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W컨셉이 패션 시장에 데뷔하는 등용문으로 여겨진다는 소문도 들었다”고 흐뭇해했다.

이 외에도 200여 개 브랜드가 2019년 상반기에 W컨셉에서 억대 매출을 달성했으며, 꾸준히 월 1억원 이상 매출을 기록하는 신진 브랜드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W컨셉에서 매출 1위를 기록한 브랜드 닐바이피(NILBY P)가 대표적이다.

 

닐바이피는 ‘빈폴레이디스’ 출신 박소영 디자이너가 만든 패션 브랜드로 지난해 전 년 대비 80% 증가한 매출을 올리며 승승장구 중이다. 넷플릭스에서 화제를 일으켰던 패션 서바이벌 프로그램 '넥스트 인 패션' 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해 화제를 모았던 한국 디자이너 김민주 대표의 브랜드 ‘민주킴’도 조만간 입점할 계획이다.

외형적으로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는 W컨셉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최근 예상치 못한 고비를 겪어야 했다. 위즈위드 시절부터 함께해 W컨셉의 독립법인 체제를 운영했던 황재익 대표가 지난해 사임했고 후임으로 취임한 김의경 대표마저 개인사로 곧바로 회사를 떠났다. 그 빈자리를 채운 이가 이은철 대표다. 이 대표는 현대기술투자 등에서 활동하던 투자 전문가로 2017년 더블유컨셉코리아를 인수한 IMM PE의 제안으로 더블유컨셉코리아의 CFO로 입사했다.

“당시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W컨셉의 재무제표를 분석했는데 성장 속도가 놀랍더군요. 패션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이곳에서 일할 이유가 충분했습니다. 제 경험과 직원들의 역량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직원들과 소통하며 힘을 합칠 생각입니다.”

실제 이 대표는 직원들과 활발한 소통을 몸소 실천하는 ‘소통왕’이다. 직원들 사이에선 ‘대표님을 찾으려면 대표실이 아니라 직원들이 일하고 있는 장소에 가야 한다’는 말이 통할 정도다. 이 대표는 “직원들이 무슨 업무를 하고 있는지, 또 어떤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지 궁금해 돌아다니며 물어본다”고 설명했다. 또 이 대표는 매주 W컨셉의 실적, 팀별 이슈에 대한 메일을 직접 작성해 전 직원과 공유한다. 요즘엔 직원들의 생일에 직접 메시지를 적은 메일을 보내고 있다고도 했다.

 


자체 뷰티 브랜드 ‘허스텔러’ 론칭


직원 사랑이 남다른 신임 대표의 경영전략은 어떨까. 이 대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우선 남성 브랜드 강화다. 현재 여성 고객에 치우쳐 있는 타깃층을 남성까지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W컨셉의 자체 여성 패션 브랜드인 프론트로우를 남성 라인으로 확장했습니다. ‘프론트로우 맨’이죠.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 명품 브랜드 제냐에서 사용하는 고급 소재, 13개로 세분화한 사이즈가 강점입니다. 개성과 퀄리티를 동시에 추구하는 30대 이상 직장인이 타깃입니다.“

다음은 뷰티 카테고리 확대다. 이 대표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는 올리브영 외에는 이렇다 할 만한 뷰티 온라인 편집숍이 없다. 그 역할을 W컨셉이 해내겠단 포부다. 이 대표는 “지난해부터 뷰티 카테고리를 전략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며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400% 이상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국내 신진 브랜드 입점뿐 아니라 자체 브랜드 론칭을 동시에 진행해 패션 카테고리만큼 키워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W컨셉에 입점한 뷰티 브랜드는 430여 개이며 지난 3월엔 비건 뷰티를 표방하는 ‘허스텔러’라는 자체 브랜드를 론칭해 주목받고 있다.

소비자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콘텐트도 다양하게 생산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의 ‘슈스스 TV’, 방송인 김나영의 ‘노필터 TV’와 협업해 W컨셉에 입점한 브랜드를 알리고 판매하는 데 큰 성공을 거뒀다”며 “앞으로 여러 브랜드를 동시에 소개할 수 있는 라이브 방송을 인스타그램, 잼라이브 등과 협업해 진행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반면 이 대표는 기술 도입에는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최근 온라인 플랫폼들이 AI, 머신러닝 등 다양한 기술을 접목하는 것과 상반된 행보다. “사실 지금의 기술력으로는 완벽한 서비스를 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AI를 활용해도 사이즈 추천 같은 기본적인 기능도 완벽하기가 힘들어요. 신체 사이즈가 같은 사람도 골격이 모두 다른 데다 지방질이냐 근육질이냐에 따라서도 ‘맞는’ 옷이 다르죠. 또 사람마다 원하는 핏이 다르기 때문에 취향도 반영해야 해요. 저희는 좀 더 기술을 개발하고 발전시킨 다음에 스마트 서비스를 도입할 생각입니다.”

이 외에도 이 대표는 W컨셉의 나아갈 방향을 확실히 했다.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잠시 중단한 상태지만 조만간 오프라인 숍을 만들 계획입니다. 아무리 온라인 쇼핑에 친숙한 고객이어도 아직까진 직접 입어보고 만져보길 원하더라고요. 또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입니다.”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사진 지미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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