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대한 데이터 양을 흡수한 인공지능이 스마트해지고 기술이 진일보를 거듭하지만, 여전히 오류와 비효율에 허덕이는 분야가 있어요. 바로 데이터입니다. 고품질 데이터 학습을 위해 수집부터 관리, 분석에 이르기까지 통합 플랫폼을 개발해 급성장한 기업이 있어요. 실리콘밸리 ‘하버드’라 불리는 와이콤비네이터의 투자를 받고, 포브스아시아 표지를 장식한 20대 기업인 김현수 슈퍼브에이아이(Superb AI) 대표는 요즘 각계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어요.

 

 슈퍼브에이아이는 인공지능 개발 산업에서 데이터 통합 솔루션으로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법인 설립 한 달 만에 특허를 출원하고 지금껏 30여 개 고객사를 확보하며 고속 성장 중이다.

 

#. 2016년 알파고로 4차 산업혁명에 눈을 뜬 국내외 유수 기업들이 바빠졌다. 인공지능 개발 과제가 기업에 먼저 주어졌기 때문이다. 실생활에 적용할 데이터와 AI 개발에 착수하기 위해 서둘러 신사업 팀을 꾸렸고, 우수한 인재 영입에 팔을 걷어붙였다. SK텔레콤도 예외는 아니었다.

 

당시 미국 듀크대학에서 인공지능 분야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김현수 대표를 SK T-Brain 인공지능 리서치 엔지니어(인공지능 선행 연구 조직 설립 멤버)로 스카우트했다. 훗날 공동창업자로 함께할 동료들도 이 시기에 모두 영입됐다. 이렇게 인연을 맺은 다섯 명은 인공지능 산업의 생태계를 바꾸자는 의지로 2018년 회사를 설립했다.

#. 2020년 5월 14일, 문재인 대통령은 포브스 글로벌의 ‘30세 이하 아시아 리더’에 선정된 한국 스타트업 대표 21명을 만나 혁신 벤처와 스타트업을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포브스아시아 전체 기술산업 부문(Enterprise Technology)에서 대표로 수상하며 커버를 장식한 김현수(29) 슈퍼브에이아이(Superb AI) 대표도 이 자리에 함께했다.

 

행사를 마치고 슈퍼브에이아이 본사에서 만난 김 대표는 “코로나19 위기 국면 대응으로 나온 ‘언택트(비대면) 기술 개발’과 ‘AI 디지털 혁신’에 슈퍼브에이아이가 기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비쳤다.

불과 3년. 미래가 보장된 26세 박사과정 유학생이 인공지능 산업에 기여한 대표 기업인이 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김현수 대표와 공동창업자 4명이 2018년 설립한 슈퍼브에이아이는 인공지능 개발 장벽을 낮추기 위해 머신러닝 데이터 플랫폼을 개발하고, 데이터 구축 서비스를 하는 기업이다. 서울 강남구와 미국 캘리포니아 샌머테이오(San Mateo)에 법인을 두고 있다.

SKT 선행 연구 조직 연구원 출신 타이틀을 안고 혜성처럼 등장한 슈퍼브에이아이는 빠른 속도로 기록을 갈아치우며 성장했다. 법인 설립 한 달 만에 특허를 출원했고, 5개월 만에 제품을 출시해 B2B 고객을 유치했다. 만 2년을 채운 슈퍼브에이아이의 현재 고객사는 LG전자, 퀄컴(Qualcomm), 나이앤틱(Niantic), 현대자동차, SK텔레콤, 팬텀(Phantom) AI, 시어스랩 등 30여 군데에 이른다.

앞서 슈퍼브에이아이는 실리콘밸리에서 주목하며 성장 물꼬를 텄다. 2019년 초 슈퍼브에이아이는 스타트업계 명문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 이하 YC)를 졸업한 7번째 한국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매년 YC에 지원해 입성하는 기업이 2%에 불과하다 보니 가능성을 엿본 투자자 행렬도 이어졌다. 듀크대학교, 뮤렉스파트너스, KT 인베스트먼트, 페가수스테크 벤처스 등에서 25억원의 시드(seed) 투자를 유치했다.

슈퍼브에이아이를 향한 업계의 관심을 이해하려면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머신러닝은 컴퓨터가 데이터를 통해 학습을 할 수 있게 하는 인공지능의 한 분야이다. 딥러닝(deep learning)은 머신러닝의 일종으로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필요하지만 성능이 좋다. 이 때문에 딥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해 사람처럼 사물을 인식하는 기술을 산업에 적용한다. 제조업계의 제품 판별, 보안 위험물 인식, 유통분야에서 상품 인식 등 ‘정확한 인지’ 기술은 분야를 넘나들며 광범위해졌다.

 

인공지능은 이미지, 소리, 텍스트 등 인간보다 훨씬 많은 표본을 학습하고 추상화한다. ‘오류의 최소화’를 위해서다. 좋은 품질의 ‘학습 데이터 세트(training data set)’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마치 어린 시절부터 좋은 책을 접하는 게 성장에 도움 되듯 좋은 데이터를 학습해야 인공지능이 똑똑해질 수 있거든요.” 김현수 대표가 설명했다.


분산된 인공지능 기술 한데 묶어

 

슈퍼브에이아이 공동창업자 다섯 명은 일요일마다 마라톤 회의를 한다. 사무실 곳곳에 아이디어 회의를 위한 화이트보드가 눈에 띄었다.

 

문제는 아직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는 점이다. 예컨대 푸들의 특징을 미리 인식한 인공지능이 바삭하게 튀긴 치킨 사진을 보고 푸들로 인식하거나, 눈·코·입 위치에 건포도가 박힌 머핀을 치와와로 인지하는 어처구니없는 에러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인공지능의 ‘섬세하지 못한 학습’ 때문이다.

인공지능 개발의 병목현상도 여기에서 일어난다. 수많은 데이터를 여러 사람이 함께 구축하는 과정에서 이메일, 엑셀, 자체 개발한 라벨링 툴 등 도구를 번갈아 사용하다 보니 생산성은 떨어지고, 휴먼에러(humanerror)가 발생한다. 오히려 데이터 품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 셈이다.

처음부터 마지막 데이터분석 단계까지 분산된 수요를 한데 묶어 시간과 비용을 1/3로 줄이고, 정확도를 고도화한 플랫폼을 자체적으로 개발한 기업이 바로 슈퍼브에이아이다. 슈퍼브에이아이가 개발한 스위트(Superb AI Suite)는 인공지능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 구축, 관리, 분석 전 과정을 지원하는 올인원(All-in-One) 플랫폼이다. 2019년 12월 기업용 소프트웨어 베타버전으로 출시됐다.

회사의 비전인 ‘데이터 민주화(Democratize AI)’와 맞닿은 부분이기도 하다. 아웃소싱 인력과 개발자를 섭외할 수 있을 만큼 자본과 규모를 가진 대기업 중심이 아니라, 개인부터 기업에 이르기까지 각자 알고리즘을 만들고 가공할 수 있도록 데이터 구축 작업을 돕는 것이다.

시장 초기 진입이라는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슈퍼브에이아이 기술의 자신감은 현장 경험에 있다. 김 대표는 “이 분야의 문제점을 직접 겪었고 이해하고 있다는 점”을 회사의 강점으로 꼽는다.


데이터 관리의 비효율 절감해


그가 업무 과정에서 결함을 뼈저리게 경험한 건 기업 연구원으로 일할 때였다. 이때 창업도 결심했다. 자율주행, 인공지능 스피커, 게임로봇 등 실생활 적용 연구에서 숱한 문제를 발견했다. 무엇보다 ‘비효율’이 발목을 잡았다. 알고리즘을 상황에 새롭게 적용하려면 개발 시나리오에 맞는 데이터를 매번 새로 구축해야 했다.

 

김 대표는 “한국 기업의 자율주행 데이터 세트를 구축하는 데 한국의 교통 상황이나 신호체계 등이 해외에서 수집된 것과는 달라 실정에 맞는 도로 데이터부터 다시 수집해야 했다”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만든 인공지능이 비효율을 거듭하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회사 동료로 만난 다섯 명은 머리를 맞댔다. 공유 오피스에서 밤낮으로 연구했고 짧은 시간에 두각을 나타냈다. 팀 호흡 덕이다. 회사 운영은 확실한 역할 분담하에 이뤄지지만 다섯 파운더는 매주 일요일 약 7시간에 이르는 격렬한(?) 마라톤 회의를 한다.

 

“인신공격이 배제된 건강한 토론”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김 대표는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끼리 ‘파편화된 인공지능 개발 과정을 한 번에 해결할 플랫폼을 만들어보자’, ‘전 세계 인공지능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공통의 비전이 동력이 됐던 것 같습니다.”

이들은 영역별 프로들이다. 모교 듀크대에서 전자공학과와 생명공학과를 수석 졸업한 김현수 대표는 석사를 건너뛰고 컴퓨터공학 박사 과정을 합격한 뒤 SKT 연구원으로 영입됐다. 이정권 CTO는 논문 피인용만 4000회에 달할 정도로 인공지능 분야의 전문 연구자고, 이종혁 공동창업자는 국제대회 수상 이력을 가진 ‘프로그래밍 천재’로 불린다.

 

차문수 공동창업자는 인공지능 연구, 웹 개발, 기술 인프라 등 전 분야를 커버하는 올라운더 플레이어로 거의 모든 슈퍼브에이아이의 서비스에 기여한다. 이현동 공동창업자도 20대 초반부터 아프리카에서 사업을 직접 일구고 매각하는 등 타고난 사업가 기질을 발휘해왔다.

 

팀워크는 각기 다른 개성과 조화로 완벽해진 셈이다. 김 대표는 창업을 결정하며 듀크대 박사과정을 자퇴했다. 어쩌면 보장된 미래를 과감히 포기한 것이다. 후회하지 않냐는 질문에 “애플 초창기에 스티브 잡스도 ‘해군이 될 바에야 해적이 되는 게 낫다’고 했다”며 웃었다. 밀레니얼 세대다운 답이다.

가시적인 성과는 서서히 드러났다. 일례로 슈퍼브에이아이의 고객사인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Go’를 개발한 나이앤틱(Niantic)은 스위트를 활용해서 포켓몬이 등장하는 위치에 주변 인물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했다. 포켓몬이 등장했을 때 바위, 나무, 건물 등은 인식하지 않지만 화면 속 행인의 얼굴은 인공지능이 모자이크(블러) 처리를 해 초상권 침해 위험을 줄이는 방식이다.

국내 기관 연구에도 기여했다. 지난해 슈퍼브에이아이는 한국정보화진흥원(NIA) 공로상을 수상했다. 국내 최초 한글 OCR 인공지능 이미지 학습 데이터 780만 글자 구축에 성공한 덕이다. 지금까지 글로벌 기업(구글 등)이 제공하는 OCR 활용 인지 서비스에는 한국어로 된 글자체 이미지 데이터 세트가 없어 기관, 기업 연구개발에 차질이 있던 터였다.

결과론적으로 기업 성장은 순항 중으로 보이지만, 어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다. 김 대표는 미국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실리콘밸리의 투자자 설득이 결코 쉽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워낙 기술적으로 설명이 필요한 측면이 많은 데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특히 의구심이 많았다”는 그는 “작게는 비자 문제부터 한국인에 대한 편견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아시아 내에서도 따라잡기 힘든 규모의 경제도 문제였다. “미국의 벤처 투자자들이 보기에 중국은 오히려 AI분야 성장 가능성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 있는데 한국은 아직 생소한 거예요. 서울에 본사가 있는 것, 실력파 개발자 유무, 실리콘밸리 문화 이해도까지 의문을 많이 제기했어요. 우리로선 업계 선례가 없어서 답답한 측면도 있었죠.”

자연스레 업계의 모범이 되겠다는 포부가 생긴 건 다행으로 꼽는다. “한국에 우수한 개발자가 정말 많다”고 강조한 그는 “후배 창업자들이 해외에 진출할 때 가이드로 삼을 수 있는 회사가 되면 좋겠다”고 말한다. 모토 ‘솔선수범하라(Lead by Example)’는 조직관리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직원들 연령이 비슷한 덕인지 회사 분위기는 대학의 과방(학과별 친목 공간) 같기도 하다. 직원들은 “현수야”라고 대표를 부르기도 하고, 대표는 직원에게 “이거 작업 마무리됨?”이라고 묻는다.

팀원과의 소통은 ‘피드백’ 중심이다. 한 달에 한 번 김 대표는 직원과 1:1 미팅을 잡는다. “일이 행복한지, 회사가 커리어 개발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느끼는지, 회사에서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는지, 회사가 해줘야 하는 게 뭔지, 궁금한 건 없는지 다섯 가지 질문을 해요. 리더는 직원이 최고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도록 제도나 환경을 제공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거든요.” 시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김 대표 자신도 직원들과 함께 성장한다고 느끼는 중이다.

슈퍼브에이아이는 코어 아워(core hour)도 운영한다. 아침 10시 30분부터 12시 30분까지,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만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나머지 시간은 자유롭게 어디에서든 일을 하면 된다.

베타 버전으로 지난해 말 출시됐던 슈퍼브에이아이의 플랫폼은 올해 3분기 내 정식 출시된다. 완성도를 높인 형태로 마무리 작업 중이다. 국내 외 클라이언트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현수 슈퍼브에이아이 대표는 인공지능 산업에서 주춧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 플랫폼이 인공지능을 개발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를 관리하고 가공하는 도구로 잘 정착하면 좋겠어요. 앞으로 구글 클라우드, AWS 등 트레이닝 분야에 성과를 낸 글로벌 기업과 연동해서 인공지능 개발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고 싶습니다.”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사진 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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