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간편결제 서비스에 ‘후불 결제’서비스가 논란이 되고 있어요. 한도액이 거의 100만 원에 달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어 신용카드 업계가 긴장하고 있어요. 실질적인 여신사업이 되기 때문이에요. 수천만 명의 가입자를 가진 네이버와 카카오가 금융업에 뛰어들자 금융사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어요.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모두 금융법의 규제에서 비껴갈 수 있기 때문이에요.
“핀테크·금융·결제, 네이버와 카카오만 눈에 들어온다.”
최근 금융업계에서는 이런 말이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인터넷 검색시장과 SNS 시장을 대표하는 두 기업이 금융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기존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대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미 확보한 수천만명의 이용자를 바탕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으면 얼마든지 금융 생태계를 뒤흔들 잠재력을 가졌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국회도 스타트업과 IT기업이 금융시장에 들어와 ‘메기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하며 규제 완화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문제는 특혜와 역차별 논란이다. 엄격한 규제를 받는 금융사업자들은 공정 경쟁이 필요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네이버 참여한 ‘마이데이터 사업’에 들러리 우려
가장 논란이 되는 것 중 하나는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의 ‘후불 결제’ 서비스다. 후불 결제란 물건을 미리 사고 나중에 물건값을 지불하는 것을 말한다. 신용카드 정산 방식이다. 소비자가 산 물건값은 카드 회사가 먼저 내고, 소비자는 따로 정한 결제일에 카드회사에 그 돈을 갚는 식이다. 계좌에 미리 넣어둔 돈으로 결제하는 선불 결제 방식의 체크카드와 차이가 있다.
그런데 최근 금융당국이 간편결제 서비스업체에 후불 결제 사업을 허용하는 전자금융거래법 전면 개정안을 추진하면서 카드회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사실상 신용카드업을 허용해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후불 결제 한도가 100만원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며, 비판의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카드사 고객 1명당 한 달 평균 신용카드 사용액이 60만원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00만원 상한의 후불 결제 허용은 사실상 여신사업 허가라는 것이다.
카드사들이 ‘여신사업’을 강조하는 이유는 규제가 엄격하기 때문이다. 결제 업무를 대행하는 카드사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을 따라야 한다. 자기자본과 레버리지(대출) 비율 등 건전성 규제를 받고 총자산이 자기자본 대비 6배를 넘을 수 없다.
하지만 네이버페이 같은 간편결제 업체는 전자 금융업자로 분류돼 여전법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 건전성이나 영업행위 규제도 받지 않는다. 미상환 잔액 대비 자기자본비율을 20% 이상 유지하도록 하지만 강제성은 없다. 카드사의 주장대로라면 간편결제 업체가 후불 결제 서비스를 통해 사실상 여신사업을 하면서 까다로운 규제는 피해간다는 것이다.
간편결제 업체들은 후불 결제에 대해 간편결제 앱에 충전한 돈이 부족할 때 모자란 금액만 먼저 회사가 지급하는 방식으로 일반적인 카드 결제와는 다르다고 설명한다. 100만원짜리 TV를 사려고 할 때 충전금이 80만원만 있으면 모자라는 20만원만 신용 결제하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금으로 80만원을 내고 카드로 20만원을 결제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며 “기존 카드 사업을 혁신이라는 말로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여신사업에 진입장벽을 높이자는 게 아니라 적어도 같은 사업을 하면 같은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의 마이데이터 사업 참여를 두고도 논란이 만만찮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금융사들이 각각 가지고 있던 이용자의 금융정보 장벽을 없애는 게 핵심이다. 이용자가 동의하면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은행, 보험, 카드, 증권 등 이용자의 모든 금융기관 사용 정보를 가져와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그런데 네이버파이낸셜이 마이데이터사업을 준비하면서 대형 금융사와 보험사들은 자신들의 수십 년에 걸쳐 쌓은 정보만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네이버에서 분사한 네이버파이낸셜은 일부 결제 정보만 공유하면 되기 때문이다.
금융사들은 네이버의 방대한 데이터는 지키고, 금융사 정보만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가져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네이버가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얻은 금융정보와 자사의 데이터를 결합한 서비스를 내놓으면 기존 금융사와 다른 핀테크 업체들은 마이데이터 사업의 들러리가 될 수 있다는 걱정이다.
대형 금융사의 위기감은 네이버와 카카오 사용자들이 쏠림 현상을 보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한다. 검색창이나 카카오톡 등 SNS에서 모든 금융서비스를 해결하면 은행이나 카드사가 설 자리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 사용자는 약 3000만명,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월 사용자는 1250만명 수준이다. 카카오뱅크도 6월 기준 1254만명의 고객을 확보했다.
“손쉽게 돈 벌던 금융사의 혁신 필요” 지적도
금융당국은 네이버의 움직임을 응원하는 분위기다. 규제보다는 지원을 통해 금융산업의 발전을 꾀하겠다는 것인데, 일종의 ‘메기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대형 은행사와 카드사들이 장악한 금융시장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네이버와 카카오가 더 이상 ‘메기’가 아니라고 평가한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경제학과)는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네이버와 카카오는 ‘빅테크’ 기업으로 대형 금융사나 카드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경쟁 기업”이라며 “같은 사업을 하는 상황이라면 같은 잣대로 규제하는 게 맞다”고 했다.
김 교수는 “그동안 정부가 IT 기업들의 금융 진출을 장려하기 위해 금융사들을 옥죄는 부분이 있었던 것이 사실인데 이제는 공정한 경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7월 8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네이버 시가총액은 46조4044억원, 카카오 28조7984억원으로 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지주·우리금융 등 우리나라 4대 금융사의 시가총액 합계 43조3056억원를 훨씬 웃돌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사들이 먼저 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대마진과 수수료로 손쉽게 돈을 벌던 금융사들이 빅테크 기업이 등장하자 앓는 소리부터 한다는 것이다. 최근엔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라임자산운용펀드 사태, 디스커버리자산운용 펀드 사태가 잇따라 터지면서 은행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에도 금이 갔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경영대 교수는 “그동안 은행과 카드사들이 정부의 보호 아래 편하게 돈을 벌면서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 개발에는 인색했던 측면이 있다”며 “빅테크 기업과의 공정성을 주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를 위해 스스로 혁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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