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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디지털 문명 속 포노 사피엔스의 시대가 열렸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것들이 바뀌었어요. 그중 한 가지가 바로 회사문화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재택근무를 시작으로 언택트(비대면), 온택트(온라인) 등의 새로운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이 생겨나고 있어요.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 속 어떡하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슬기로운 직장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까요?

 

카카오뱅크 직원이 휴게실에서 해먹에 누워 시집을 읽고 있다.

 

코로나19는 이제 생활의 일부가 되어가는 중이다. ‘확진자 0’의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소리 없이 퍼져가는 확진자 발생 소식은 그칠 줄을 모른다. 교회에서, 클럽에서, 탁구장에서, 방문판매업체에서 끊임없이 보이지 않는 감염은 진행 중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이제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는 이 생활이 끝나지 않을 거라고 체념하며 일상의 변화를 준비한다.

 

전 세계 감염자 770만 명, 사망자는 43만 명에 이르지만, 아직도 바이러스의 기세는 등등하다. 최대 발생국 미국은 지금도 매일 2만 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유럽이 잠잠해지자 겨울을 맞이하는 남미에서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우리에게 닥칠 올가을의 예고편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렇게 코로나19는 서서히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반년을 코로나와 함께 생활하면서 많은 경험도 축적했다. 불편함 속에서도 애프터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기도 하고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언택트 생활을 새롭게 정의하면서도 한편 조심스럽게 온라인으로 교류하는 온택트 문화도 만들어 가고 있다.

 

이제 ‘코로나와 함께’라는 대 전제 아래 새롭고 슬기로운 표준 생활 방식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동안 우리가 축적한 경험 속에서 성공적인 사례를 찾아 배우며 모든 영역에서 생각지 못한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한다.

오늘은 애프터 코로나 시대의 슬기로운 회사 생활은 어떤 모습일까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사실 많은 사람이 재택근무로 뒤죽박죽되어버린 일상의 변화에 대해 불평불만을 늘어놓는다. 당연한 반응이다. 오랜 기간 익숙했던 업무 환경과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겼는데 불편할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어서, 출퇴근 전쟁으로부터 해방되었다면서 재택근무를 반겼던 사람들도 오히려 일상과 분리되지 않는 업무로 인해 피로도가 높아졌다고 호소하고 있다. 어차피 살아내야 한다면 이 새로운 환경에서 마음의 표준을 어떻게 세팅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기준이 달라지면 보이는 모든 것의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내가 디지털 플랫폼으로 기존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면 모든 게 잘 해결될까? 아니면 근본적인 업무의 프로세스 변화가 필요한 건 아닐까? 내 마음은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그 답을 한번 찾아보자.


마음의 기준부터 포노 사피엔스로

 

서른두 살의 젊은 지휘자 진솔은 인기 게임 음악을 연주하는 스타트업 플래직을 창업해 주목을 받고 있다. / 사진:진솔 페이스북

 

애프터 코로나 시대에 디지털 플랫폼 기반 비즈니스가 대세로 부상하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많은 기업이 디지털 플랫폼도 열심히 학습하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아마존 같은 대표적인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디지털 사업 모델도 기획한다. 그런데 성공하기가 참 어렵다. 심지어 코로나로 인해 강제로 하는데도 잘 안 된다.

 

사실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새로운 디지털 문명에 대한 조직 구성원의 이해가 부족해서다. 그래서 우선 마음속 깊이 정리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우리가 굳게 믿던 표준을 내려놓고 새로운 포노 사피엔스 문명의 표준을 마음에 심는 일이다.

기성세대에게 포노 사피엔스 문명은 매우 낯선 경험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가장 먼저 사회적으로 부각된 것이 스마트폰의 부작용이다. 지난 10년간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많은 법과 제도를 만들어왔고 그러다 보니 우리 상식 속에서도 ‘스마트폰 문명은 부작용이 참 크다’는 생각이 고착했다.

 

그로 인해 회사 생활에서도, 비즈니스 모델 기획에서도 무의식중에 스마트폰 문명과 관련된 것들은 부작용이 많다는 생각이 지배한다. 그러니 강제로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을 기획한다 한들 좋은 생각이 나올 수 없는 풍토가 자리 잡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 편견부터 버려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관점으로 신문명의 혁신성을 흡수해야 한다.

지난해 4월 KBS홀에서 특이한 오케스트라 연주회가 있었다. 진솔(33)이라는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프로그램을 모두 게임 음악으로 채웠다. 객석은 매진됐고 관객은 열광했다. 지휘자이자 스타트업 플래직의 창업자 진솔. 그녀는 음악을 전공한 부모 밑에서 자랐으면서도 부모와 사이가 안 좋아 음악을 멀리하고 게임과 PC방에 푹 빠져 중·고 시절을 보낸 보통 청소년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그녀가 지휘의 매력에 취해 한국예술종합학교 지휘학과에 들어가고 재능을 뒤늦게 살려 수석으로 졸업한다. 그리고 자기가 좋아하던 게임음악에 빠져 게임 음악만 전문으로 연주하는 회사 플래직을 창업한 것이다.

플래직은 와우(WOW, 월드 오브 워 크래프트)를 만든 블리자드를 비롯해 많은 기업의 게임 음악을 오케스트라로 연주해주고 또 콘서트도 여는 독특한 기업이다. 자신의 재능과 게임에 대한 애정을 살려 슬기로운 신문명의 일자리를 창조한 사례다.

 

이런 성공을 자꾸 눈여겨보고 배워야 한다. 음악을 업으로 삼은 진솔은 평소 좋아하던 게임 음악이 어떻게 제작되는지 궁금해 프로세스를 파악했고, 충분한 가능성을 인지해 새로운 스타트업을 탄생시켰다고 한다. 그녀가 게임을 좋아하는 포노 사피엔스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게임도, 유튜브도, 새로운 트렌드일수록 이렇게 부작용의 이면에 숨은 진주를 일부러 찾아내야 한다. 그래야 불편한 마음이 좀 수그러들 테니까.

자, 다시 슬기로운 재택근무로 돌아가 보자. 최근 재택근무로 가족 간 갈등이 심해졌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그럴 만도 하다. 요즘은 집집마다 1인 크리에이터가 꿈이라는 아이, 프로게이머로 성공하겠다는 아이가 한둘씩 있는 세상이다. 그러니 아이들의 그런 모습을 재택근무하며 눈앞에서 보고 있으면 천불이 나게 마련이다.

 

아이들과 갈등도 커진다. 잘나가는 유튜버와 프로게이머, 그리고 위에 언급한 진솔 같은 인물을 떠올리며 마음을 가다듬어 보자. 깊이 공감하긴 어렵지만, 지금의 문명 기준으로 보자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옛날 같으면 9시 뉴스 앵커가 되겠다, 프로 바둑기사가 되겠다고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꿈이다.

 

우리 모두 그런 꿈을 한 번씩은 꾸지 않았나. 더구나 돈 쓰고 백 써서 만드는 자리도 아니고 오로지 실력으로 승부하는 직업이다. 격려는 하되 얼마나 어려운지도 알려주면 된다. 까짓거 함께 그 길이 어떻게 가는 건지 찾아보며 아이들과 시간도 보내 보자.

기준이 말랑말랑해지면 ‘부작용’ 뒤의 ‘혁신성’을 찾아낼 수 있다. 예를 들면 회사 생활에서 신세대와의 의사소통 방법이 그렇다. 젊은 세대들이 SNS로 대화하는 걸 보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1980년대 이후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는 어려서부터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디지털 문명에 대한 정체성을 확립했다.

 

1990년대 생들은 아예 말할 것도 없고. 그들은 톡으로 해야 할 이야기, 에티켓, 말투, 유행어를 모두 뇌 속에 적립하고 있고 지금도 새로운 소통 방식을 계속 창조해내는 중이다. 그래서 이들은 트렌드 변화에 대한 이해가 매우 빠르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도 잘 찾아낸다.

지금의 리더 세대인 50대는 어려서 인터넷 기반의 소통을 경험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카톡 같은 도구를 통해 대화를 나누긴 해도 새로운 세대와의 소통도, 젊은 소비층에 대한 트렌드 파악도 매우 어렵다. 문제는 이 스킬이 꼭 필요하다는 거다. 그래서 억울하지만 리더 세대가 젊은 세대에게 신 문명의 소통법을 배워야 한다. 도구만 디지털 플랫폼으로 바꾸면 되는 게 아니라 본질을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 회사의 목표가 소위 밀레니얼, Z세대 고객을 사로잡는 거라면 꼭 그렇게 해야 한다. 재택근무를 하게 되니 거의 모든 대화는 단톡방 아니면 온라인 회의 플랫폼이다. 기왕 강제로 하게 된 거라면 잘 보고 배우자. 모르는 건 물어서라도 배우면서 새로운 소통의 리더십을 길러야 한다. 리더는 직급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력이 만드는 것이다.


부작용 뒤에 숨은 혁신을 찾아내자

 

마화텅 텐센트 회장. / 사진:바이두

 

조직에서 리더가 포노 사피엔스 문명에 맞춘 시선을 갖는 건 매우 중요하다. 조직의 디지털 혁신에 필요한 건 디지털 도구의 도입이 아니라 포노 사피엔스 문명을 조직의 DNA에 심는 일이다. 리더의 마음속 표준이 바뀌어야 모든 조직이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리더뿐 아니라 모든 조직 구성원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그 생각과 능력에 따라 얼마나 더 오래 좋은 인재로 일할 수 있느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랜 세월을 수직적인 조직문화에 익숙한 채 살아왔다. 그래서 신입사원은 대리에게 배워야 하고 대리는 과장에게, 과장은 부장에게 부장은 이사에게 이사는 사장에게 배우는 게 상식이었다. 그런데 시장에 혁명이 일어났다. 소비자의 표준이 바뀐 것이다.

 

포노 사피엔스 시장에 맞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새로운 아이디어 발굴이 필요해졌다. 젊은 사원은 시대 트렌드는 잘 알지만, 비즈니스 경험이 일천하다. 역발상의 소통을 무기로 신입사원의 아이디어에 조직의 경험을 더 하면 성공 확률은 더 높아진다. 이것이 진정한 디지털 플랫폼으로의 전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부터 달라져야 한다. 생각은 똑같은 채 디지털 도구를 이용한 재택근무를 한다고 애프터 코로나 시대의 인재가 될 수는 없다. 내 마음의 기준부터 두루두루 바꿔야 한다.

요즘 회사에서는 과거에 볼 수 없던 여러 갈등이 발생한다. 20대 직원의 태도가 무례하단 불만이 터지는가 하면 40대 부장님이 단체 카톡방에 올린 글이 꼰대스럽다며 블라인드 앱(회사원들끼리 서로 비밀리에 대화를 나누는 전 세계 최고의 ‘뒷담화’ 인기앱)에 올라온다.

 

사장이 갑질을 하다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하고 과거에 관행이라고 여겨지던 회식 문화가 질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과거에는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발언들이 성추행, 언어폭력이라며 사회적 문제가 되고 회사의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사태에 이르기도 한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과거의 사회적 기준과 포노 사피엔스의 문명의 기준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애프터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면서 디지털 소통의 체계를 구축하고 온라인으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혁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부 조직의 표준을 새로운 문명의 표준과 맞추는 게 더욱 중요하다는 메시지다.

대중이 생각하는 문명의 기준은 이미 크게 달라졌다. 기업문화도, 조직문화도 이에 따라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이에 맞춰 기업들도 이미 많은 동영상 자료를 만들어 고쳐야 할 과거의 잘못된 관행들을 교육하는 중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새롭게 혁신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 하지 말아야 할 일들만 이야기한다. 여전히 기성세대 기준으로 고쳐야 할 것을 찾아내는 중이라는 것이다. 물론 필요하지만 충분치 않다. 수동적으로 불합리한 관행만 철폐할 게 아니라 공격적으로 새로운 표준 문명을 조직문화로 흡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만으로는 혁신을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항상 그 이면에 숨겨진 혁신의 힘을 어떻게 조직 전체의 역량으로 체화할지 생각해야 한다. 새로운 직장에서의 인간관계, 업무 처리 방식, 근무 태도는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자발적으로 조직 문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소비자 문명과 눈높이를 같이하자는 대원칙을 전제로.


공감 능력이 있어야 킬러 콘텐츠를 만든다

 

국내 최대 중고 물품 거래 장터로 성장한 당근마켓의 김재현 대표와 사무실.

 

조직의 혁신이라는 혁명적 변화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데이터’다. 신입사원과 고참 부장의 생각은 하늘과 땅 차이일 수밖에 없다. 아무리 포노 사피엔스라지만 무조건 신입사원이 옳다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경험 많은 부장이 항상 옳을 수도 없다.

 

그렇다면 판단은 데이터가 하게 해야 한다. 회사의 생존이 고객과의 소통에 달려있고 그들이 원하는 킬러콘텐츠를 만드는 게 핵심이라고 동의했다면 조직 운영의 기준도 그에 맞춰야 한다. 우리 회사의 고객들이 어떤 미디어를 소비하고 있는지, 어디서 물건을 구매하고 있는지, 어떤 라이프 스타일을 가졌는지, 어떤 문명의 기준을 만들어가고 있는지 끊임없이 데이터를 통해 확인하고 이것을 조직 문화에 반영해야 한다.

사실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 중심 비즈니스를 추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신소비 문명이 회사에 스며들게 된다. ‘사장부터 신입사원에 이르기까지 고객의 마음(고객 데이터)을 중심에 두는 기업으로 간다.’ 이것이 정해진 혁신의 방향이다. 그래서 사장부터, 임원부터 열심히 새로운 문명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고 부지런히 전 방위로 전파해야 한다.

 

그렇게 기업 내 의사결정 문화가 달라졌다는 걸 모든 조직원에게 알려야 한다. 우리 회사의 DNA가 달라졌다는 걸 모든 조직원이 인지해야 혁신이 비로소 시작될 수 있다. 혁신은 개선이 아니라 모든 걸 바꾸는 일이다.

디지털 혁신을 하기 위해서 먼저 조직의 DNA가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하는 이유는 이 시대 기업의 가치가 팬덤을 만드는 킬러콘텐츠이기 때문이다. 포노 사피엔스 소비자들은 광고에 의한 소비보다 자발적 팬덤에 의한 소비를 더 즐긴다.

 

따라서 디지털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성공 여부는 팬덤에 의해 결정된다. 소비자 빅데이터를 끊임없이 학습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서 성공의 요인을 찾아 킬러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사실 빅데이터를 열심히 분석한다고 해서 누구나 킬러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팬덤을 만드는 킬러콘텐츠는 정말 만들기가 어렵다. 분명한 건 소비자와의 공감대가 클수록 킬러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확률은 높아진다는 것이다. 또한 이미 성공한 기업의 전략을 카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텐센트의 창업주 마화텅은 아예 모든 직원에게 좋은 모델이 있으면 카피하라고 이야기한다. 단 카피를 하더라도 다르게. ‘고양이를 보고 호랑이를 그려라’, 이게 마훠텅의 사훈이다. 기술적인 부분, 기능적인 부분은 카피가 가능하다. 그러나 고객을 생각하는 마음은 카피할 수 없다.

폭발적 팬덤을 일으키는 킬러콘텐츠의 디테일은 바로 그 마음에서 나온다.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는 ‘신을 데려와라. 신이라면 내가 믿을게. 신을 데려올 수 없다면 데이터를 가져와라’라고 이야기한다. 사업을 기획한다면 데이터, 곧 고객의 마음만을 믿으라는 뜻이다. 고객의 마음을 읽어내려는 그의 집착이 지금 아마존의 성공을 만든 것이다.

 

도서만 판매하던 아마존이 짧은 기간에 오픈마켓의 강자들을 꺾고 심지어는 오프라인 유통의 최고봉인 월마트를 꺾은 것은 바로 팬덤의 힘이다. 아마존이 직원을 평가할 때 사용하는 KPI(Key Performance Indicators, 핵심 성과지표) 항목 중 80%는 고객과 관련된 내용이라고 하니 얼마나 고객에 집중하도록 조직문화를 만들었는지 엿볼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마존의 경영방침을 고객중심 경영을 넘어선 ‘고객집착경영’이라고 이야기한다. 애프터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아마존을 벤치마킹하고 있다면 이런 근본적 DNA를 어떻게 심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개인도 회사도 고객을 중심으로 문명의 축을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디지털 시대, 실력이 승부처

 

SK텔레콤이 자체 개발한 ‘그룹 영상통화’ 솔루션을 활용해 그룹 면접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SK텔레콤

 

디지털 소비 문명계에는 카피할 만한 기업들이 작은 기업부터 큰 기업까지 도처에 깔려있다. 지금 막 새로운 도전을 준비한다면 우선 그들의 성공비결을 먼저 읽고 카피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것은 중요한 학습의 과정이지만 겉모습만 보아선 안 된다. 그 내면에 깃든 고객과의 소통까지, 그 마음 씀씀이까지, 팬덤을 만들어낸 디테일까지 철저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포노 사피엔스 시대의 성공비결을 고객중심을 넘어 고객집착으로까지 표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팬덤은 결국 형식이 아닌 진정성에 기초한 마음이 만들어내는 이 시대 최고의 자산이다. 그것을 향해 도전하는 것이 곧 디지털 혁신의 본질이다.

많은 플랫폼 기업들은 이미 스펙이나 시험성적보다 오로지 실력에 기초해 인재를 선발하는 중이다. 그리고 그 실력은 한 분야의 전문성을 넘어 협업 능력, 의사소통 능력, 프로젝트 경험 등 매우 다면적인 잣대로 평가한다. 애플이나 구글의 경우 열 번이 넘는 다양한 조직원과의 인터뷰, 3개월간의 면접은 기본이라고 알려져 있을 정도다. 인재 한 명이 엄청난 실적을 낼 수 있는 시대인 만큼 그런 특별한 인재를 뽑고 싶은 마음이 프로세스에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이 뽑는 인재는 당연하게도 포노 사피엔스 문명에 익숙한, 그래서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해낼 사람들이다. 어려서부터 유튜브를 즐겨보고 킬러콘텐츠를 보유한 유튜버들의 특성이 무엇인지 이미 잘 알고 있는 사람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을 잘 활용해서 그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잘 경험한 사람들, 크게 유행한 게임의 특성과 소비자를 끌어들인 성공요소를 잘 인지하고 있는 사람들, 아마존이 왜 다른 플랫폼에 비해 매력적인지 다각도로 분석하고 경험한 사람들, 이런 인재들을 찾는 중이다.

 

거기에 소프트웨어 기획이나 개발 능력을 갖췄거나 신산업 론칭을 성공한 경험의 보유자라면 너무나 좋다. 디지털 플랫폼 비즈니스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인공지능 프로그램 개발 경험을 갖고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어떻게든 스카우트하고 싶은 인재가 된다. 우리 회사는 이런 인재를 얼마나 찾고 있는지, 그런 인재들이 오고 싶은 회사인지도 깊이 성찰해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성덕’(성공한 덕후)을 꿈꾸자


최근 KB국민은행에서 카뱅(카카오뱅크)에 파견했던 직원 15명이 모두 복귀하지 않고 카뱅에 남기로 하면서 금융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안정된 직장, 대한민국 최고 은행에서 심지어 멋진 승진의 미래가 보장돼 있는데 이를 거부하고 신생 벤처기업에 남겠다니. 그것도 15명 모두가.

 

사실 최근 네이버, 카카오 같은 플랫폼 기업들은 금융가의 IT 인재들을 쓸어 담고 있다. 실력도 인정받고 조직의 문명 눈높이도 안성맞춤이니 이를 거부할 젊은 인재는 없다. 능력 있는 IT 인재를 확보 못 해 고민인 제조업과 금융업은 고민에 휩싸였다고 한다.

 

혁명의 시대라는 것을 모든 데이터가 가리키고 있다. 그리고 그 데이터는 기존의 기업들에 이제 살아남기 위해서는 바꿔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애프터 코로나 시대를 맞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준비하는 모든 기업, 그리고 직장인들에게 시장이 전하는 메시지는 명백하다. 내 마음의 표준을 바꿔야 한다. 내 회사의 표준을 바꿔야 한다. 문명의 교체 시기가 도래하였다.

최근 당근마켓의 창업자 김재현(41) 공동대표가 성덕한 사업가로 주목받고 있다. 성덕은 ‘성공한 덕후(오타쿠, 매니어)’라는 뜻이다. 자기가 꿈꾸고 좋아하던 취미를 살려 사업체로 만들고 큰 성공까지 거뒀다는 뜻으로 모든 포노 사피엔스의 ‘드림’이라고 할 수 있다. 김재현 대표는 카카오와 네이버를 섭렵하고 그 어렵다는 벤처를 두 번이나 성공시킨 벤처업계의 신화 같은 존재다.

 

그런데 왜 성덕이라는 걸까? 그가 창업한 당근마켓은 중고거래장터 플랫폼이다. 2015년 창업한 이 기업이 누적 다운로드 1900만 건, 한 달 이용자 700만 명. 거래액 7000억원(2019년)을 기록했으니 엄청난 성공을 거둔 것이다. 왜 중고장터를 만들었느냐는 질문에 원래 집 안에 있는 물건을 사람들과 나눠쓰는 데 관심이 많았다고 하니 덕후의 징조가 보인다. 그는 소위 명문대 출신이 아니다. 그 이유는 어려서부터 컴퓨터에 빠져 학교 공부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란다. 덕후가 분명하다.

그보다 더 심한 게 회사의 조직 문화다. 아예 호칭 없이 영어 이름을 쓴다고 한다. 예를 들어 신입사원이 그를 “폴 이리 좀 와보세요” 이렇게 부른다고 한다. 그러한 수평적 의사소통 방식으로 이 거대한 성공을 이뤘으니 가히 ‘성덕’이라 할만하다.

 

어려서 푹 빠졌던 컴퓨터를 기반으로 관심 많던 중고 거래 아이템을 사업화하고 꿈꾸던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회사를 창업해 엄청난 성공을 일궈냈으니 그야말로 진정한 포노 사피엔스 문명의 창조자다. 슬기로운 회사 생활의 전형이다. 우리가 본받아야 할 신문명의 계승자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도 어려운 판에 코로나까지 우리를 덮쳤다. 이 힘든 시기도 우리는 슬기롭게 헤쳐 나가야 한다. 그것이 사피엔스라는 이름의 무게다. 마음의 표준을 바꾸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자. 코로나와 함께 찾아온 신문명은 위기라는 이름표를 달고 찾아온 우리 인생 최대의 기회일 수도 있다. 대한민국의 모든 청년이 이 기회의 발판을 뛰어올라 성덕의 꿈을 이루는 멋진 미래를 기대해본다.

※ 최재붕 - 성균관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캐나다 워털루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와 서비스융합디자인대학원 학과장을 겸직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신인류 포노 사피엔스 시대의 시작이라고 정의하면서 융합을 기반으로 문명을 읽는 공학자로 알려져있다. 저서로는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 포노사피엔스] [엔짱]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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