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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핵무기 없는 세상 만들기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병기는 누가 뭐라고 해도 핵무기라고 할 수 있어요. 단숨에 지구가 멸망할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핵전쟁이 발발하면 그 참상은 감히 헤아릴 수도 없어요. 핵무기가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전 세계는 국가 간의 장벽을 뛰어넘어 함께 행동하는 연대의 힘이 절실하게 필요해요.

 

이케다 다이사쿠 SGI 회장(왼쪽)이 퍼그워시회의 회장 로트블랫 박사와 ‘평화로운 21세기’ 건설을 주제로 대화하고 있다. / 사진:SGI

 

오랫동안 시민사회가 그토록 바란 핵무기금지조약이 지난 1월, 드디어 발효됐습니다. 핵무기금지조약의 기반은 조약 전문에 명기돼 있듯이 ‘모든 인류의 안전’을 지키는 데 있습니다.

핵무기 전면 금지를 국제규범으로 확립함으로써 비보유국뿐만 아니라 핵 의존국과 핵 보유국을 포함해 ‘같은 지구에 사는 모든 민중의 생존권’을 지키고 ‘앞으로 태어날 미래세대의 생존기반’을 지키는 데 조약의 주안점이 있습니다. 만일 다시 한번 핵무기를 사용하고 핵 공격으로 응수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전 세계에 미칠 참상은 헤아릴 수 없습니다.

그것은 대량파괴라는 차원을 넘어 매우 소중한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도, 지역과 사회의 영위도, 인류가 구축한 문명과 역사도 모두 한순간에 ‘무(無)’로 되돌리고, 모든 존재의 의미를 가차 없이 빼앗는, 마땅히 ‘절대 악’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사태를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제 스승 도다 조세이(戶田城聖) 창가학회 제2대 회장은 핵 개발 경쟁으로 사정거리가 전 세계에 이른 시대인 1957년 9월, 세계 민중의 생존권을 어떻게든 지켜내야만 한다는 강한 신념에서 ‘원수폭금지선언’을 발표하셨습니다. ‘원수폭금지선언’을 원점으로 해 핵무기를 전면 금지하는 국제규범의 확립을 목표로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을 비롯한 여러 단체와 함께 행동한 우리 SGI로서도 조약 발효는 큰 기쁨입니다.

‘핵무기 없는 세계’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다음 단계는 조약이 발효되고 1년 이내에 개최하는 첫 당사국 회의까지 ‘모든 인류의 안전’을 바라는 목소리를 폭넓게 모아야 합니다. 그리고 모든 나라가 참여할 수 있는 당사국 회의를 열어 조금이라도 많은 핵 의존국과 핵 보유국이 논의에 참여해 핵 시대를 끝내기 위한 연대의 기반을 만드는 일이 가장 큰 핵심입니다.

저는 첫 당사국 회의에서 의제 중 하나로 ‘핵무기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관해 논의하는 자리의 마련을 제안합니다. 핵무기 문제는 세계평화의 근간일 뿐만 아니라 조약 전문에 언급했듯이 인권과 인도주의, 환경과 개발, 경제와 식량, 건강과 양성평등 등 많은 분야에 심각한 영향을 미칩니다. 어떤 것이든 SDGs의 초석이 되는 분야이므로 ‘핵무기와 SDGs’라는 주제를 모든 나라와 관련된 공통 토대로 여겨 핵 의존국과 핵보유국이 논의에 참여하도록 폭넓게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핵무기금지조약 발효를 계기로 모든 나라가 지구 상에서 핵무기 위협을 없애기 위한 연대를 맺을 수 있는가. 역사적으로 크나큰 분기점에 선 지금, 시대를 전환하기 위한 실마리로서 오랫동안 퍼그워시회의 회장을 맡은 조지프 로트블랫 박사의 인생 궤적을 언급하고자 합니다.

박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원자폭탄 개발을 추진한 ‘맨해튼 계획’에 수많은 과학자가 참여했는데 도중에 계획에서 빠지겠다고 결단을 내린 유일한 과학자입니다. 박사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남은 인생을 핵폭탄을 두 번 다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에 바치자’고 굳게 결심하고 평화운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함과 동시에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신념에서 연구 전문분야를 방사선 의료로 바꿨습니다.

이후 ‘러셀-아인슈타인 선언’을 발표하고 퍼그워시회의 설립에 참여해 2005년 서거할 때까지 퍼그워시회의의 중심인물로 핵무기 금지와 폐기를 위해 반평생을 보냈습니다. 로트블랫 박사가 설립에 참여한 퍼그워시회의가 핵무기 폐기를 향한 첫 돌파구로 힘을 쏟은 목표는 바로 핵실험 금지였습니다.

그 노력은 쿠바 위기가 발생한 이듬해(1963년), 지하 이외의 대기권 등에서 이루어지는 핵실험을 인정하지 않는 부분적핵실험금지조약의 발효로 이어지고, 시간이 흐른 뒤 핵폭발을 동반한 모든 실험을 금지하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1996년)을 채택했습니다.

‘핵무기에 의존하는 안전보장’에서 벗어나라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은 아직 발효되지 않았지만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 준비위원회를 통해 핵실험의 조짐을 지구적인 규모로 감시하는 체제를 갖췄습니다. 또 CTBTO 준비위원회는 그 감시망을 활용해 재해의 조기경보와 원전사고 관측 등에도 공헌하고, 어떤 국가나 지역에서 발생하는 사태도 막을 수 있는 형태로 전 세계 사람들을 지키는 활동을 맡고 있습니다. 이처럼 핵 분야에 깊이 관여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해 3월 이후, 핵 연구에서 파생된 기술을 활용하는 형태로 120개 이상의 나라에서 실시하는 코로나19 감염 검사를 지원했습니다.

지금까지 IAEA는 암 치료 보급 외에도 에볼라바이러스와 지카바이러스 등의 감염증 검사를 지원한 이력이 있는데,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이번 활동에 거는 심정을 “IAEA는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위기에 직면해 지원을 요청하는 사람들을 절대 내버려 두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활동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고자 끊임없이 연구하고 행동한 로트블랫 박사의 모습과 같습니다. 지금 전 세계에 절실히 필요한 억제력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핵무기에 의한 억제력’이 아닌 기후변화를 비롯해 코로나19 팬데믹과 그에 따른 심각한 경제위기로 발생한 피해 확대를 차단하기 위한 ‘국가와 국가의 장벽을 뛰어넘어 행동하는 연대의 힘’이 아닐까요.

지금 코로나19 위기로 각국이 입은 타격의 크기에 견줘 생각해보면 인류 전체에 지극히 막대한 참상을 초래할 핵무기 위협의 뿌리를 끊어내는 일의 중요성은 핵 의존 국과 핵보유국을 비롯한 모든 나라가 자기 일처럼 느끼리라 생각합니다.

실은 냉전시대부터 계속된 이 중대한 위험을 없애는 일은 ‘핵전쟁의 위험을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는 정신에 따라, 1970년에 발효된 핵확산금지조약(NPT)과 지난 1월에 발효된 핵무기금지조약에 담긴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 두 조약을 양대 축으로 삼아 ‘핵무기에 의존하는 안전보장’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지구적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8월에 개최할 예정인 NPT 재검토회의에서 다뤘으면 하는 내용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재검토회의에서 기후변화와 팬데믹의 위기가 확산하는 데 따른 안전보장의 의미를 논한 다음, 최종 문서에 ‘코로나19 위기로 전 세계가 막대한 해를 입은 상황을 감안해 2025년에 개최할 차기 재검토회의까지 핵무기 불사용과 핵 개발 동결을 서약한다’는 구절을 넣자고 제안합니다.

본디 재검토회의는 지난해에 개최해야 했지만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영향으로 연기됐습니다. 이 1년 남짓 사이에 전 세계 사람들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느낀 ‘안전’과 ‘안심’은 어떤 것인지 돌아보면서, ‘핵전쟁의 위험을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는 NPT 정신에 비춰 어떤 행동에 나서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입니다.

※ 이케다 다이사쿠 - 1928년 1월 2일 도쿄 출생. 창가학회인터내셔널 회장. 소카대학교·소카학원·민주음악협회·도쿄후지미술관·동양철학연구소 등 설립. 유엔평화상·대한민국 화관문화훈장 등 24개국 훈장, 세계계관시인 등 수상 다수. 전 세계 대학으로부터 397개의 명예박사·명예교수 칭호 수여. 토인비 박사와 대담집 [21세기를 여는 대화]를 비롯한 저서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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