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교육’의 모습을 바꿔놓았어요. 이제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아요. 어떤 대학생들은 캠퍼스 한번 가보지 못하고 졸업해요. 얼굴을 알지만 친구라고 부를 수 없는 동기생이 생겼어요. 학교 곳곳에서 자신들만의 추억을 쌓을 기회도 누리지 못해요. 이들에게 학교란 무엇이고 배움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는 코로나시대 비대면 교육이 계속될수록 교육에 근본적인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영만(58)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는 ‘만나고 만져보고 해보고 느끼는’ 교육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생태학을 교육론에 접목해 ‘지식생태학자’로 불린다. 그는 몸을 쓰는 배움을 강조한다. 지난 2012년에는 몸소 사하라사막 마라톤에 참가하기도 했다. 하반기에는 자전거 전국 일주도 계획 중이다.

 

유 교수는 자신의 배움에 그치지 않는다. 체험한 것을 중심으로 사람의 생각을 변화시키고 즐겁게 배우는 방법을 알리기 위해 집필에 힘써 지금까지 무려 93권의 책을 펴냈다. 8월 2일 그를 만나 코로나19가 교육에 미친 영향과 문제점을 들어봤다. 유 교수는 코로나19 시대 ‘접촉 없는 접속’ 교육이 계속 이어진다면 교육에 근본적인 위기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식생태학이라니, 조금 생소하다.

“생태계의 생명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지식생태학자는 각각의 생의 방식을 들여다보고 이것들을 어떻게 하면 교육에 접목하고 변화시킬 수 있을까 고민한다. 예를 들어 화초와 잡초의 재배 방법이 다르다. 교육에 접목하면 화초 재배형 교육을 하는지, 잡초처럼 길러내는지에 대한 화두를 던질 수 있다. 보통 부모는 아이들의 지성은 훈련시키지만 야생성(야성)은 기르지 않는다. 잡초가 자라는 방식과 원리를 보자. 잡초는 뽑으면 뽑을수록 계속 살아난다. 잡초는 뿌리가 80%다. 땅 위로 솟아난, 겉으로 보이는 부분이 20%다. 보이지 않는 뿌리가 보이는 줄기와 가지를 지배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밖으로 보이는 겉모습으로 판단하는데, 80% 이상을 차지하는 잡초 뿌리의 깊이가 앞으로 성장할 수 있는 높이를 결정한다. 잡초의 성장 과정에서 배울만한 메타포(metaphor·은유)를 가져와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에 설명하는 방식이다.”

지성의 상대 개념으로 야생성이란 단어가 눈에 띈다.

“야생성을 줄이면 야성이다. 길들여지지 않은, 틀에 박히지 않는 사유가 야성이다. 인류학자 레비 스트로스가 쓴 [야생의 사고]란 책에서도 야성을 강조한다. 기존 서구 지식인이 강조하는 지성에 비해 오히려 야성이 사고방식의 혁명을 일으키는 데 굉장히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면 소나무와 신갈나무가 있다. 소나무는 일반인에게 비칠 때 지조·절개 등 좋은 의미로 비치는데, 생태학자의 시각에서 보면 소나무는 독야청청, 혼자만 잘 먹고 잘사는 독주 패러다임이다. 소나무 곁에 가면 다른 나무가 자라지 못한다. 사회적으로 보면 협업의 패러다임이 아니다. 반대로 신갈나무는 더불어서 함께 잘 자라는 패러다임이다. 그래서 독창성의 시대에서 협동의 창의성, ‘협창’의 시대로 가려면 소나무 패러다임에서 신갈나무 패러다임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지식생태학은 인위적이지 않은 야생성을 비유로 들면서 다양한 의미를 사회 변화의 방식에 접목하고자 한다.”


아날로그 없는 접속만으로는 체화된 경험 어려워


코로나시대다. 언택트·비대면이 교육에 끼치는 영향은?

“지난해부터 벌써 3학기째 화상수업을 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접촉 없이 ‘접속’으로만 이뤄진다는 점이다. 확대해석하면 아날로그가 접촉이라면 디지털은 접속이다. 니콜라스 네그로폰테가 [Being Digital]이라는 책으로 디지털 담론을 펼쳤다. 저는 이 담론에 반대한다. 아날로그라는 기초 없이 디지털의 꽃을 피울 수 있을까? 한여름에 농부가 땡볕에서 쌀농사를 짓지 않았는데, 디지털에서 사이버 벼농사가 가능할까? 디지털이 발전하고 메타버스(확대된 가상세계)가 발전한다고 할지라도 아날로그에서는 누군가가 땀을 흘려야 한다. 아날로그에서 땀 흘리는 수고와 정성이 없는데 어떤 산물을 우리가 누릴 수 있겠나? 인간이 지닌 근본적인 경쟁력, 암묵적 지식, 쉽게 언어화할 수 없고 메뉴얼화할 수 없는 지식을 화상교육으로 전달하고 공유할 수 있을까? 절대 불가능하다고 본다. 접촉이 없는 접속이 계속 이어진다면 교육에 근본적인 위기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코로나19로 디지털화를 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쩔 수 없이 우리가 그렇게 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만나야 한다. 다수가 만나지 못한다면 개별적으로라도 만나야 한다. 본인이 책상에서 머리로 공부한 것을 몸을 움직여 직접 체험해봐야 한다. 체화(體化)의 경험이 필요하다. 그러한 별도의 활동이 없는 이상, 근본적으로 암묵적 지식은 절대로 배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인터넷 수능 강의의 만족도는 높지 않나?

“그 사람들이야 현란한 프레젠테이션 기법으로 엑기스만 편집해서 먹기 좋게 아이들에게 던진다. 그런 강의 방식을 대학에서 받아들여야 할까? 저는 오히려 대학은 어눌하긴 하지만 아이들에게 semi-structure(반구조화) 상태의 것을 주고 본인들이 직접 가공해 구조화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강사들이 ready-made(기성품) 상태로 던져주면 먹을 때는 좋고 수능 점수는 올라가지만 장기적으로는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을 기를 수 없을 것이다. 대학에 있는 대부분의 교수들은 아날로그에 익숙하다. 화상교육으로 상호작용을 활발하게 일으키는 교수법을 배워보지도, 연구해보지도 못했다. 저도 화상교육으로 아이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면서 강의를 진행하지만 쉽지 않다. 그러니 대학 강의가 인터넷 강의보다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비대면 교육은 사회성·연대감·협업능력 떨어뜨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가 6월 30일 J포럼에서 지식생태학과 AI, 지성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유 교수는 지금의 고용노동부의 규정이 온라인 대학교육의 질을 떨어뜨린다고도 했다. 그는 “E-러닝을 하려면 몇 프레임으로 몇 시간 동안 촬영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그 기준에 맞지 않으면 고용보험 환급금을 주지 않는다. 그러니 대다수 교수가 오프라인 교육한 것을 온라인으로 그대로 촬영해서 올린다.

 

대학은 온라인 강의가 75분 분량이 안 되면 1회 교육으로 인정을 해주지 않는다. 속된 말로 75분 동안 계속 떠들어대야 한다. 일방적으로 오프라인을 온라인화시켜놓고 통제하면서 다양한 변화의 가능성을 묶어버린다. 제도와 시스템이 자율성을 막아버렸다”고 말했다.

암기 위주 교육은 인터넷으로도 가능할 것 같다. 하지만 전문적 대학교육이 온라인만으로 가능할까.

“학생들이 온라인에서라도 다양한 사유를 하게 만들려고 커리큘럼을 대폭 수정했다. 수업을 PBL(problem base learning) 방식으로 진행했다. 프로젝트 과제를 내주면 팀 별로 일주일 내내 고민해서 제출한다. 이번 학기 수업만 해도 매주 과제가 바뀐다. 학생들은 일주일마다 새로운 과제를 해야 한다. 그래서 학생들의 제 강의 평가는 별로 좋지 않았다. (웃음) 그런데 몇 학생의 만족도는 아주 높았다. 떠먹여주는 교육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찾고 공부하니 수업 집중도와 성취도도 높았다. 다만 다수의 학생들은 귀찮아한다. 어느 정도 온라인 교육의 가능성을 봤지만 여전히 접촉 없는 접속은 허전하다는 생각이 든다.”

교육의 위기다.

“코로나시대 교육은 신체적 감수성을 현격히 떨어뜨린다. 신체적 감수성을 쉽게 설명하면, 어릴 적 수건돌리기를 하면 수건이 내 뒤에 떨어졌는지 아닌지 어떻게 아나? 놀랍게도 공기의 미세한 저항과 술래인 친구의 발의 움직임, 땅의 진동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내 뒤에 수건이 떨어지는지 알게 된다. 이것은 신체의 오감을 열어두고 오로지 신체적 감수성으로만 파악할 수밖에 없다. 디지털에서는 백날 해봐야 절대 알 수 없다. 지금 대학교 2학년 아이들은 입학한 뒤로 한 번도 서로 만나보지도 못했다. 사회성·연대감·협업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사람 간 접촉이 없는 가운데서 성장할 때 어떤 문제가 생길까? 요즘 저의 고민거리다.”

영·유아, 청소년의 신체적 감수성 결여가 우려스럽다는 분들이 많다.

“지성과 감성의 언밸런스가 일어난다. 확장해서 생각하면 요즘은 책을 안 읽는다. 300~400페이지 책을 누군가 유튜브에 5분짜리로 요약해서 올린다. 그 동영상을 시청한 아이와 직접 책장을 넘기면서 책을 해석한 아이의 뇌 구조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뇌 과학자들에 의하면 위험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책을 읽는 뇌 회로가 인간의 뇌에 생기는 데 몇천 년 시간이 필요했는데, 최근 몇십 년 만에 이런 뇌 회로가 없어지고 있다고 한다. 영상과 이미지만 머릿속으로 들락날락하면서 직접 읽고 해석하는 능력은 현격히 떨어지는 것이다. 디지털 역기능 중 하나다.”


교육은 사람을 매개로 일으킬 수 있는 가장 큰 혁명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는 사람을 매개로 일으킬 수 있는 가장 큰 혁명이 교육이라고 생각한다며 교육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다.

 

한국 교육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대학 4년 배워서 졸업했다. 요새 취업하나? 거의 안 된다. 심각하다. 그러니 오히려 사회에서 요구하는 지식을 배우는 것보다 전문대학 가서 자기 재능을 발굴해서 걸어 나가는 게 더 가능성이 크다. 그런 길이 열려야 하는데 부모님이나 정책 만드는 사람들은 대학교육의 표준화·평준화로 짜 맞춰서 아이들을 끌고 간다. 그렇게 될수록 아이들의 불행한 인생이 더 늘어날 뿐이다.

표준화·평준화는 교육의 목표이기도 하다.

“우리가 사는 목적이 무엇인가? 행복하려고 사는 것 아닌가. 이런 교육 체계와 제도가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고스톱에 ‘사사구통’이란 용어가 있다. 5끗짜리는 다섯 패를 따야 1점이고 열십짜리는 다섯 개를 얻어야 1점이다. 피(껍데기)는 10장 패를 얻어야 1점이다. 어떤 사람이 5끗짜리 4개, 열십짜리 4개, 껍데기 9개를 땄다고 치자. 가진 패는 17장이고 화려하나 쓸 만한 게 없고 정작 게임에서는 광 3개를 가진 사람에게 패한다. 광 3개를 가진 사람이 17장의 카드를 얻은 사람을 이긴다. 이게 우리 교육이다. 우리 교육 과목은 17과목을 다 잘하는 공부 ‘선수’를 기른다. 그렇게 기르고는 장렬히 전사시킨다.”

그래도 교육에 희망이 있다고 보는가.

“저도 용접하다가 대학교수가 됐다(유 교수는 용접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용접공으로 일했다. 우연히 책 한 권을 읽고 공부를 해서 대학에 진학해 박사 과정까지 공부했다). 하지만 옛날처럼 개천에서 용이 나기는 쉽지 않다. 출발선에서부터 환경이 판이하게 다르다. 그럼에도 제가 교육에 희망을 갖는 것은 사람이 사람을 매개로 일으킬 수 있는 가장 큰 혁명이 교육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무지에서 앎(지식)으로 바뀌는 게 아니라 사고방식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강력한 매개체가 여전히 교육이다.”

유 교수는 각종 입시 비리 등 부모의 도움으로 아이들의 출발선이 달라지는 우리 교육의 그늘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그는 “부모님의 도움으로 아이들이 출발할 때부터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은 어떻게 막을 수 없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부모가 잘못된 수단을 동원하는 것은 문제다. 부모들이 각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조규희 월간중앙 기자 cho.kyuhee@joongang.co.kr

사진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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