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가 삼성전자와 애플을 모두 넘어섰다. 시장조사업체 캐 널리스는 올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가 점유율 14%를 차지해 12%의 삼성전자를 누르고 1위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3위는 중국의 레노보가 차지했다.
애플은 힘이 빠져 아예 5위권 밖으로 밀렸다. 기술력과 혁신의 상징인 스마트폰마저 중국 업체에 밀렸다는 점에서 이날 뉴스는 한국 경제계에 충격이었다. 샤오미는 한국 기업들이 ‘짝퉁 애플’이라 얕잡아 보던 중국 업체다. 그런 샤오미의 초고속 비행에 입을 다물지 못하는 형국이다. 지난해 2분기 중국 시장 점유율이 겨우 4% 남짓했던 샤오미는 불과 1 년 사이에 그 3.5배 규모인 14%로 성장했다.
샤오미 돌풍의 주인공은 창업자인 레이쥔(雷軍·45) 회장 이다. 레이쥔은 중국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주요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 테크의 창업자 겸 CEO인 것은 물론 중국내 최대 소프트웨어 업체의 하나인 킹소프트의 이사회 의장이기도 하다.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는 지난 8월 레이쥔의 재산이 41억 달러에 이르러 중국 19위, 세계 375위라고 보도했다.
중국에서 샤오미는 ‘중국의 애플’로, 레이쥔 회장은 ‘중국의 스티브 잡스’로 불린다. 레이쥔은 스티브 잡스의 경영 스타일을 철저하게 연구한 전문가로 알려졌다. 특히 신제품 소개 행사 때 마다 직접 등장해 잡스가 하는 방식 그대로 따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검은색 청바지와 터틀넥이라는 복장은 물론 프레젠테이션 하는 방식도 흡사하다. 말을 하는 방식, 질문을 받는 방법, 심지어 걸음걸이까지 그대로 따라 한다.
잡스를 철저히 모방해 그를 따라잡겠자는 것이다. 중국 매스컴은 물론 샤오미폰 사용자들도 그를 중국의 스티브 잡스라고 부른다. 지난 2분기 샤오미폰이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하면서 레이쥔은 단순하게 스티브 잡스의 겉모습만 따라 하는 게 아니라 그의 집념, 추진력, 철저한 시장 분석과 미래에 대한 혜안까지 갖춘 파워 경영인으로 새롭게 평가 받고 있다.
그의 인생의 대전환점은 2010년 4월 6일로 기록된다. 바로 샤오미 테크를 창업한 날이다. 2010년 4월 레이쥔은 구글차이나, 모토롤라 베이징연구센터, 베이징과기대 공업설계학부의 교수, 킹 소프트의 전 대표 등 6명을 끌어들여 샤오미 테크를 창업했다. 그는 6개월 동안 중국 전역을 돌며 창업 멤버를 모았다. 그는 “태풍의 길목에 서 면 돼지도 날 수 있다”라는 말로 지금이 샤오미를 창업할 기회임을 역설했다.
잘 나가는 소프트웨어업체 대표이사 출신인 그가 41세의 나이에 창업에 나선 것은 그 자체로 커다란 화제가 됐다. 중국에서도 IT벤처 창업은 주로 20대 초반에 하는 일이다. 40세가 넘은 나이에 창업하는 일은 드물다. 하지만 그는 주저하지 않았다. 레이쥔은 젊은이처럼 ‘중국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베이징 IT클러스터 중관춘에 둥지를 틀었다.
회사 이름 샤오미(小美)는 레이쥔이 제안했다. 좁쌀이라는 뜻의 중국어와 같은 이 이름은 사실 좁쌀 이상의 의미가 있다. 샤오(小)는 ‘한 알의 작은 곡식알이 높은 산만큼 위대하다’라는 불교의 가르침에서 따왔다고 한다. 비록 완벽함을 갖추지 못하고 작은 일에서 시작하지만 꿈을 크다는 의미다. 미(米)는 모바일 인터넷(Mobile Internet)과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의 두음을 따왔다고 한다. 이 회사의 스마트폰은 미1·미2·미3·미 4·홍미·홍미노트·미패드 등 ‘미(Mi)’시리즈로 이름을 붙이고 있다. 실제로 샤오미는 모바일 인터넷 분야에서 혁신을 일으켜 미션 임파서블을 이뤘다.
채인택 중앙일보 논술위원
[이코노미스트, 125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