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의 시대는 끝났다는 말이 나올 만큼 투자처가 없다. 부동산 시장 분위기는 좋아지고 있지만, 사람들이 느끼는 체감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시세 차익을 기대하고 투자에 나서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요즘은 임대수익형 상품이 꾸준히 관심을 끌고 있다.
대표적인 임대수익형 상품은 상가투자이다. 한동안 시들했던 상가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나고 있다. 신규 분양상가뿐만 아니라 경매에 나온 상가도 인기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주택임대사업이 임대수익률 하락으로 매력을 잃자 상가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오피스텔과 수익형 호텔이 공급 과잉으로 수익률이 떨어지자 다시 상가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단지 내 상가는 내놓기 무섭게 팔린다. LH가 올 3~7월 신규 공급한 197개 점포는 유찰 없이 모두 주인을 찾았다.
낙찰가율(예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3월 158%였던 평균 낙찰가율은 7월 225%로 치솟았다. 예정가가 1억 원인상가가 2억 2500만 원에 낙찰된 것이다. 상가시장 비수기로 꼽히는 8~9월 낙찰가율이 다소 주춤했지만 여전히 150%를 웃돌고 있다.
경매시장에서도 상가가 인기다. 부동산경매정보업체인 스토리옥션에 따르면 올 들어 평균 상가 낙찰가율(9월 말 기준)은 69.2%로, 한 달새 4.2%포인트 뛰었다. 이는 2001년 이후 가장 높다. 평균 응찰자수도 2.8명에서 3.2명으로 늘었다. 경쟁률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상가를 지을 수 있는 점포 겸용 단독주택 용지도 잘 팔린다. LH가 올 상반기 공급한 단독주택 용지엔 5666억원이 몰렸다. 올 7월 LH가 인천 청라지구에서 분양한 점포 겸용 단독주택 용지는 최고 399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광주수완지구는 95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8월 위례신도시에서는 ‘청약 돌풍’이 불었다. 점포 겸용 단독주택 용지 45필지에 1만 7531명이 신청해 평균 390대 1, 최고 274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틀간 들어온 청약증거금(청약 때 내는 돈)만 5276억 원에 이른다. 청약자가 몰려 인터넷 청약 홈페이지가 마비돼 청약 일정도 애초보다 하루 더 연장될 만큼 관심을 끌었다. 권강수 이사는 “점포 겸용 단독주택 용지는 주거와 임대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상가는 아파트 등 집을 고를 때보다 신경 써야할 부분이 많다. 상가 투자 시 유의할 7가지 사항을 살펴본다.
1. 우선 해당 지역 상권을 꼼꼼히 살펴보고 주변 상가 임대료 수준이나 공실률을 파악해야 한다. 공실이 생기면 임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데다 관리비 등 추가 비용이 들어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
최근 가장 인기를 끄는 아파트·지식산업센터·오피스텔 등에 딸린 단지 내 상가는 상가 비율을 잘 따져봐야 한다. 배후수요가 넉넉해도 상가가 많으면 입점 업종이 겹치고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울 수 있다.
2. 아파트라면 전체 상가 면적 이 가구당 1.3㎡를, 100가구당 1개 점포를 넘지 않은 것이 좋다. 대부분 입점업종이 생활밀착형이라 주변에 대형마트가 있으면 불리하다. 전용 85㎡ 초과 중대형보다 85㎡ 이하 소형이 많은 단지가 유리하다.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자동차를 타고 나가 외부 상권을 이용하는 성향이 강한 편이기 때문이다.
3. 경쟁 입찰 방식으로 분양하는 LH 단지 내 상가는 고가 낙찰을 조심해야 한다. 낙찰가격은 예정가의 150%를 넘지 않는게 안전하다. 택지지구에선 상권이 활성화하려면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고 3~5년 정도 걸린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선 대표는 “상권이 활성화하기까지 공실 부담이 크지만 상권을 선점할 수있어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도 크다”며 “자금 계획을 넉넉히 세우고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4. 근린상가는 유동인구 확보가 중요하다. 같은 역세권 상권에 있더라도 지하철역과의 거리나 동선이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눈에 잘 띄는 저층이 유리하지만 병원이나 은행이 입점한다면 가격이 싼 중층도 괜찮다.
5. 대형 상가는 같은 층이라도 엘리베이터와 가까운 곳이 좋다. 유동인구가 많고 눈에 잘 띄기 때문이다. 콜드웰뱅커케이 리얼티 박대범 본부장은 “상가는 대출을 매입가격의 최대 60%를 넘기지 않는 것이 안전하고, 금리 상승이나 공실로 인한 추가 비용을 고려한 후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6. 점포 겸용 단독주택 용지는 4층 이하 단독주택에 상가와 주택을 섞어서 지을 수 있다. 이 땅을 산 사람들은 대개 4층에 본인이 거주할 공간을 들이고 1층은 상가, 2~3층은 원룸 4가구 정도를 들여 임대한다.
지역별로 다르지만 직접 거주도 하면서 월세로 300만~500만 원씩 벌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입지 특성상 상가 입점 업종에 제한이 있어 예상 임차업종을 꼼꼼히 따져본 후 투자해야 한다.
7. 정부가 9월 상가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상가 임차권 및 권리금 보호 방안을 내놓은 것도 변수다. 권리금이 제도적으로 인정되면서 상가 주인이 임차인을 정하는데 제약이 생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 대책엔 현재 세입자가 주선한 새 세입자와 계약을 해야 하는 ‘협력의무’가 포함돼 있다.
업종에 따라 임대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는데 주인이 임차인을 선택하지 못한다면 투자 여건이 나빠질 수 있다. 상가임대차보호법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세입자도 5 년간 계약기간을 보장받을 수 있다.
박대범 본부장은 “권리금 보호는 거래표준계약서를 활용한다는 방안인데 세금 때문에 세입자가 꺼릴 수 있고 실제로 법 시행이 돼야 하겠지만 세입자를 보호하는 만큼 주인은 불리해지기 때문에 내용을 잘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현주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기자
[이코노미스트, 125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