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를 이어오는 메이저리그의 광팬들은 어떻게 생기는 걸까? 단발성 상품 판매보다 100년을 약속하게 하는 감동 마케팅이 기업의 미래를 결정한다.
‘세계 최고의 고객만족’에 포함된 TARP(Technical Assistance Research Programs)의 조사에 따르면 불만이 있는 고객의 4%만이 기업에 불평을 한다. 하지만 불만이 있는 고객 중 90%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그 기업과 거래하지 않는다. 고객 중 상당수는 쓴소리를 하기보다 아예 발길을 끊어버리는 식으로 불만족을 표출한다는 것이다.
‘안 가면 그만’이라는 고객의 속마음. 기업의 입장에서 이만큼 무서운 말이 있을까? 조금만 섭섭해도 등을 돌리는 고객의 태도는 기업 입장에서는 마치 ‘속마음을 말하지 않는 첫사랑’을 대하는 심정일 것이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한 고객의 54%는 우수 고객, 즉 충성 고객이 된다.
우수고객이라. 메이저리그의 팬은 충성도라는 측면에서 거의 무시무시하다고 할 정도의 우수 고객들이다. 메이저리그 구단은 지난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전력을 다해왔다. 그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바로 구장 관리다. 더 정확히 말하면 구장 시설에 구단은 엄청난 자본을 쏟아붓는다.
메이저리그 구장은 단순히 경기만 관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휴양시설, 구단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박물관, 허기진 관중을 사로잡을 만한 특별한 음식이 제공되는 간이 식당 등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그들 손에 이끌려 온 지역 주민들까지도 만족시키는 지역의 놀이터다.
기업의 경우, 충성스러운 고객은 제품을 사고 또 사고, 제품을 선전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그 기업의 고객임을 자랑해주기까지 한다. 자동차 회사의 경우는 재구매율, 이동전화나 보험업은 고객 유지율, 은행이나 백화점 등은 카드로 긁은 소비 정도에 따라 고객의 충성도를 단번에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애플은 아이폰의 고객 충성도 1위를 지금까지도 자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삼성의 광고 속에서 ‘벽 붙박이들(wall huggers)’이란 조롱을 받으면서도 아이폰6를 줄을 서서 가장 먼저 구매하는 사람들이 이들이다. ‘아이빠’들은 아이폰을 떠받든다.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 제품은 ‘무슨 무슨 성분이 들어가 있습니다’라는 마케팅 1.0의 품질 논리 대신, ‘고향의 맛’이나 ‘고독마저 감미롭다’ 같은 감성으로 공감을 자극하는 마케팅 2.0을 내세울 때, 애플은 세상에 흔적을 남기자며,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라는 철학적 기치를 내세웠으니까.
그 결과 아이폰에 대한 고객의 정서적 몰입도는 극대화된다. 다르게 생각하는 기계를 쓰는 자신들은 특별한 사람이 된다. 그러니 최면에 걸린 아이폰의 광팬들이 ‘아이폰의 가격이 비싸다, 아이폰이 휘어진다, 배터리 수명이 짧다’고 아이폰을 외면하겠는가.
충성도 하면 또한 빠질 수 없는 기업이 바로 오토바이 제조 업체인 할리 데이비슨이다. 할리 데이비슨은 ‘호그(HOG,Harley-Davidson Owners Group)’라는 독특한 고객 커뮤니티를 갖고 있다. 호그에는 전 세계 130만 명 이상의 할리 데이비슨 열혈 팬이 가입해 있다.
할리 데이비슨은 호그 회원들에게 마일리지 보상, 무료 모터사이클 잡지 제공, 보험 혜택 등을 주며 이들을 할리 데이비슨 공동체의 주역으로 만들어 낸다.
호그 회원들의 할리 데이비슨 사랑은 상상을 초월한다. 회원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기꺼이 연회비 45달러를 내고, 연간 150차례 열리는 오토바이 랠리에도 참가한다. 이 랠리에 참가하기 위해 일부 회원은 비행기에 할리 오토바이를 싣고 태평양과 대서양을 건너가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할리 데이비슨은 호그를 통해 브랜드 애호가의 결속을 다지는 동시에 브랜드 홍보 효과도 톡톡히 누린다. 50대 남성들은 10대 소녀처럼 할리 데이비슨 스티커와 배지를 모은다.
그렇다면 영혼을 자극하는 마케팅 방법 외에 어떻게 고객들의 충성도를 이끌어낼 것인가? 당연히 고객들은 제품을 사고 제품을 소비하는 경험을 통해 즐거움을 만끽해야 한다. 상품과 연관된 즐거운 경험은 고객의 내면 깊숙이 하나의 개인적 기호로 각인되어, 사람들은 그 제품이 최선이 아니더라도 그 제품을 다시 고를 수밖에 없게 된다.
물론 고객의 영혼을 파고 들기 위해서는 스토리 마케팅이 빠질 수는 없다. 흔히 시장에서 만나는 기업의 마케팅 전략은 ‘1+1’ 전략이다. 덤으로 무언가를 더 주는. 그러나 이 점에 관한 한 메이저리그는 ‘1+多’ 전략을 일관한다. 경기장을 찾는 주목적은 야구관람이지만, 구단에서는 그 이상의 수많은 감동과 즐거움을 관객에게 선사하려 노력한다.
나이키에는 나이키 타운이 있고, 소니에는 소니 스타일이 있다. 단발의 상품 판매가 아닌 100년을 약속하는 ‘관계 마케팅(Relationship Marketing)’. 고객의 소리를 듣고, 고객의 기억 속에 파고 들고, 고객의 심장 안에 안착하라. 그 순간 고객의 사랑이 바로 당신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