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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bes Korea

드레스 대여업체 렌트 더 런웨이의 공유경제

우리는 누구나 멋진 드레스를 입고 싶어한다. 아니, 명품 드레스를 입고 싶어한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캘빈 클라인이나 베라왕 드레스는 여성들의 워너비 아이템이다. 하지만 누구나 구입할 수는 없다. 드레스 대여업체인 렌트 더 런웨이는 여성들의 꿈을 이루어 주었다. 공유경제 모델에 패션을 입혔다. 


스타트업 ‘렌트 더 런웨이(Rent the Runway)’는 디자이너 드레스를 도매가에 구입한 뒤 인터넷으로 고객의 신청을 받아 하루나 이틀 드레스를 빌려주는 사업이다. 하이만이 유명 디자이너의 드레스를 몇 벌 확보할 수 있는지 설명하려던 찰나에 한 남자가 끼어들었다. 


“큰 옷장에 온갖 드레스를 모아놓고 이 옷 저 옷 입으면서 놀면 정말 재미있을거야.” 비아냥대는 그 남자를 보고 하이만은 오기가 생겼다. “성차별에 불만을 터뜨리는 대신 아이디어로 승부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공유경제


렌트 더 런웨이는 미국 뉴욕의 로워 맨해튼에 있다. 데이터 전문가와 패션 스타일리스트, 앱 개발자, 의류 상품기획자(MD) 등 280명의 직원이 바쁘게 돌아다닌다. 매일 6만5000벌 이상의 드레스와 2만5000개가 넘는 귀걸이, 팔찌, 목걸이를 미국 전역의 회원 500만 명에게 배송한다.



드레스 대여 공유경제


렌트 더 런웨이는 캘빈 클라인의 2295달러짜리 드레스를 70달러, 베라왕의 1295달러짜리 드레스를 30달러에 대여한다. 최근에는 매달 75달러만 내면 선글라스, 가방, 재킷 등 3가지를 원하는 기간 동안 대여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개시했다. 하이만은 “우리는 고객이 돈이 없거나 돈 낭비라고 생각해 구입하지 않는 물건을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하이만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유행하면서 여성은 더 부담을 느끼게 됐다”고 설명했다. “친구들이 SNS를 통해 자신이 어떤 옷을 입었는지 보기 때문에 같은 옷을 계속 입기 어려워졌다. 그 때문에 우리 사업은 번창한다.”


드레스 대여 시스템


드레스 대여 시스템


공유경제 모델에 패션을 접목시킨 것은 매우 사업가치가 높다. 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렌트 더 런웨이의 기업가치는 7억5000만 달러 이상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하이만은 “드레스는 트로이의 목마일 뿐”이라고 말했다. “내구성이 떨어져 가장 대여하기 힘든 상품인 옷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이제 우리는 세상의 어떤 제품이든 대여할 수 있다.” 하이만은 소매상과 의류 업체가 재고를 할인매장에 팔지 않고 렌트 더 런웨이를 통해 고객에게 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드레스 대여 공유경제


“처음 투자 유치 설명회에서 드레스 평균 대여횟수를 12번이라고 했다. 투자자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8번만 해도 대단한 사업으로 성장할 거라고 했다.” 현재 렌트 더 런웨이의 드레스 평균 대여횟수는 30회다. 30번 이상 입는 옷도 있다는 뜻이다. 


그렇게 여러 사람이 입으면 불결하지 않을까. “하이만과 플리스가 대단한 것은 드레스를 빌려 입는 것이 멋진 행동이라는 생각을 여성에게 심어줬다”고 렌트 더 런웨이 이사인 댄 로젠스웨이그는 말했다.


남성이 지배하는 기술업계에서 렌트 더 런웨이의 존재는 마치 다른 세상에서 온 것처럼 신선하다. 렌트 더 런웨이의 인력 성비는 실리콘밸리(페이스북과 트위터 직원의 70%가 남성이다)와 정반대다. 


렌트 더웨이


주요 고객이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남자 임원이 많은 기업이 적지 않다. 하지만 베스카플란이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를, 카밀 포니어가 최고 기술책임자를 맡고 있는 렌트 더 런웨이에는 하이만과 플리스를 제외하고도 여성 임원이 많다.


하이만은 격무에 시달리지만 일에만 매달리지 않는다. 영국 런던에서 스텔라 매카트니, 알렉산더 맥퀸 같은 디자이너들과 회의를 한 뒤 밤 비행기로 뉴욕에 도착한 그는 오전 9시에 회의를 주재했다. 기술 인프라와 변동 가격모델, 이메일 마케팅, 홈페이지 리모델링, 모바일 앱에 대한 여러 회의에 참여하면서도 그는 지친 기색이 없다.


하이만은 회의석상에서 마돈나 노래를 여러 번 열창한 것으로 알려졌다. “난 비욘세 노래에 맞춰 춤추고, 가라오케에서 노래 부르고, 전략을 짜고 데이트까지 다 할 수 있다”고 하이만은 말했다. “그리고 수십억 달러짜리 회사를 만들어내 여자도 큰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겠다.”


STEVEN BERTONI 기자

[포브스코리아, 2014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