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 <미생>이 몇 달째 화제를 모았다. 주인공은 살기 위해 바둥거리는 비정규직 청년이다. 드라마는 노동시장 구조를 볼 때, 우리사회가 여전히 1997년 외환위기 상황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누구나 완생을 꿈꾼다. 하지만 몇 년동안 우리 사회는 완생을 꿈꾸는 미생들로 가득차 있었다. 불균형한 사회 발전은 꿈을 잃어버리게 만들었고, 도전하는 청년을 지원하는 사회와 도전할 장소를 찾지 못한채 방황하는 청년들은 서로 점점더 괴리되어가는 것 같았다. 88만원 세대 이야기는 2015년의 트렌드를 살펴볼 때도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진입 인구가 저출산으로 인해 급감했지만, 여전히 청년들에게 취업의 문은 좁기만 하다. 실제로 '좋은 일자리'를 대표하던 제조업의 고용 비중은 1988년 27.8%에서 2013년 16%로 뚝 떨어졌다. 취업유발 계수(10억원어치 재화를 생산할 때 창출되는 고용) 역시 2000년 18.1명에서 2011년 7.3명으로 하락했다. 기록적인 무역흑자와 상대적으로 견고한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청년층은 갈 곳을 잃고 있다.
위기에 처한 것은 청년 뿐만이 아니다. 장년층은 다른 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일찍 퇴직하지만, 빈약한 노후 준비로 인해 다시 노동시장으로 돌아온다. 노동시장으로 다시 편입한 55세 이상의 경제 참여 비중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을 정도다. 은퇴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노후 준비도 어려운 현실이 장년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은 '미생'의 삶을 살아가면서 '완생'을 꿈꾼다. 새해에 한국을 완생의 나라로 만들기 위한 정부와 사회의 역할은 무엇일까?
1.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고질적인 경제 문제에 직면했던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과 영국의 대처 수상. 이들의 개혁이 성공한 것은 '소통'에 있다. 이들은 개혁의 비전을 국민에게 설득하는 소통에 탁월했던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정부는 집권 3년차인데도 국민들과의 공감이 매우 부족하다. 현 정부를 생각하면 경제민주화, 규제개혁, 그리고 창조경제가 떠오른다. 그러나 정작 국민이 원하는 것은 일자리, 내수 활성화, 그리고 노후 보장과 복지 확대다.
이제 정부는 보다 구체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희망을 제시하며 국민의 지지를 유도해야 한다.
2. 이익집단의 이해관계를 벗어나 고용 확대를 추구하는 것이다.
한국 제조업의 고용 비중이 선진국 수준 이하로 내려온 지금, 양질의 일자리는 서비스산업에서나 가능하다. 하지만 서비스산업의 성장은 더디기만 하다. 의료산업은 의료법인 규제로 인해, 금융산업은 정부의 통제로 인해 막혀있다. 또한 금융위기 이후 수년째 구조조정의 고통 속에 있다.
국토의 70% 이상이 산악 지형인 나라지만 산의 경제적 활용은 원칙적으로 금지이며, 부동산 컨설팅이나 삶의 질 위주의 지역개발, 관광자원화에도 진전이 없다. 진전이 없는 것은 교육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교육부는 방어적이고 수세적인 정책을 동원하고 있을 뿐이다.
이들 문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특정 이익집단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부의 과잉 규제'다. 정부는 '손톱 밑의 가시'를 뽑아주겠다고 하지만, 진정한 규제개혁은 단순히 불편을 해소하는 차원이 아니라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여 글로벌 산업으로 키워내는 일이다.
글. 이병태(카이스트 경영대학교수)
이코노미스트 1368호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