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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국민연금의 헤지펀드 투자, 과연 올바른 선택?

국민연금이 2015년부터 헤지펀드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락한 연기금의 운용 수익률을 다시 끌어올리겠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헤지펀드의 수익률이 예전같지 않아 해외의 대형 연기금들이 투자를 속속 철회하고 있어 국민연금의 판단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국민연금은 2015년부터 기금 적립금을 해외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내용의 운용계획 보고서를 확정하고, 최종 의사결정 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에 보고했다. 기금운용위원회는 이 안을 검토한 뒤 조정 의견을 다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로 내려보낼 예정이다. 이렇게 작성된 수정안은 2015년 1분기 기금운용위원회 정례회의 때 안건으로 상정된다.


이 과정에서 투자전문위원회와 기금운용실무평가 등의 투자적격심사를 거치지만, 기금운용위의 검토를 거쳤기 때문에 별 탈 없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어떤 펀드에 어느 정도의 자금을 운용할지 등의 세부안은 결정되지 않았다.



국민연금


▩ 헤지펀드 투자, 갑자기 왜?


헤지펀드는 사모로 조성된 자금을 증권·외환시장은 물론 파생·선물에 투자해 단기이익을 거둬들이는 고위험 투자신탁 상품이다. 따라서 지역이나 대상을 가리지 않고 고수익만을 노린다는 점을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국민연금이 이러한 헤지펀드에 투자하겠다고 나선 이유는 수익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2009~2010년에 연평균 10.4%의 고수익을 올렸지만, 2011년 2.3% 이후 2013년 4.2%, 2014년 4.3%(전망) 등으로 수익률이 정체된 상태다.


운용수익률이 현재 상황에 머문다면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의 영향과 겹쳐 2038년 연금 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고 2053년에는 완전히 고갈될 전망이다. 하지만 세계적인 저성장·저금리 추세에서 수익률을 올릴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연금을 제때 제대로 지급하기 위해서 고수익 투자 등 투자상품을 다변화하는 것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 국내 증시의 큰 손, 해외 주식시장으로


이전까지 국민연금은 국민연금기금운용지침에 따라 대체투자의 종류를 부동산·인프라·벤처투자·기업구조조정조합투자·사모투자·자원개발 등으로만 한정했다. 그러나 주력 투자처인 국내 주식시장의 수익률이 저조한 데다 리스크마저 커져, 이번 기회에 대체투자의 범위를 해외 주식 등으로 넓혀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수익성을 높이려는 계획이다.


국민연금


이에 대해 국내 증시의 큰 손인 국민연금이 국내 증시의 투자 메리트를 너무 낮게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국민연금은 장기 운용이고, 연금 지급 등을 감안해 예측이 가능하고 현금흐름이 원활한 상품이어야 하는데, 헤지펀드 등 해외 자산은 변동성이 크고 환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연금 관계자는 "5년 중장기 계획에 따라서 해외 주식투자를 늘리겠다는 것은 이미 시장이 알고 있는 이야기"라며 "연금의 규모가 갈수록 커지니 자연스럽게 해외주식도 늘어나는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 국제 투자 트렌드에 역행하는 헤지펀드 투자?


헤지펀드 투자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경험이 별로 없기 때문에 조급하게 성과를 내려고 하다간 오히려 원금을 까먹을 수도 있다. 사실 해외에서는 헤지펀드 투자를 줄이는 추세다. 일례로 미국 최대 연금펀드인 캘퍼스(캘리포니아공무원 퇴직연금)는 12년 동안이나 헤지펀드에 투자해왔지만 2014년 9월 돌연 투자 중단을 선언했다. 



미국 뿐만 아니라 영국, 뉴질랜드 등에서도 이와 유사한 투자 동향을 보이고 있다. 수익률이 기대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연금과 같은 공공연금펀드들이 가진 헤지펀드의 수익률은 연 3.6%에 그쳐 사모펀드와 주식은 물론 채권보다도 낮았다. 상품구조가 워낙 복잡하고 수수료가 높아 운용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도 문제다.


따라서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해외 투자 전략을 세울 때 해외 기관들의 전략 변화와 헤지펀드를 대체할 신상품 트렌드 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중국투자공사, 네덜란드공적연금 등 주요 글로벌 연기금들이 헤지펀드에 투자하고 있는 상황에서, 캘퍼스 등 주요 헤지펀드 성과 부진은 일부일 뿐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위원은 "주식을 포함한 국내 자산의 경우 포화 상태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론 포트폴리오에 변화를 줄 수밖에 없다"며 "헤지펀드의 단기 투자 성과를 두고 국민연금의 결정을 재단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