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인가? 수묵화인가? 단순히 흑과 백만으로 이루어진 사진에, 굵은 붓으로 휘갈겨놓은 듯한 섬들. 웅장함과 섬세함이 동시에 나타나는 사진이다. 김우일 작가의 사진전 '섬같은 사진 섬같은 사람' 의 작품들이다. 6월 27일 까지라고 하니 서두르자.


섬 탐험가이자 사진 평론가 이영준은 말한다. “섬이 사라지고 있는 이 시대에 섬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사물이 사라지기 전에 찍어서 남겨놔야 하는 사진의 본래 임무에 충실한 일이다.” 육지에도 설악산이다 북한산이다 바위가 센 산들이 있지만 거친 바다를 뚫고 솟아 있는 섬의 바위는 그 존재감이 다르다. 항상 거친 파도에 시달리며 짠 소금기를 머금은 그 바위는 마치 바다와 투쟁하는 존재 같다. 바위 표면에 난 주름들이 그 투쟁의 훈장이다.


섬은 작을지 몰라도 우주를 담고있다.



김우일 사진전

독도

검은 실루엣만 남은 김우일의 사진<독도>(위의 작품)에는 거친 바다 그리고 사람들의 편견과 싸워 온 처절함이 있다. 그런 처절함에서 오는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 사람들은 멀미를 해가면서도 거친 파도를 이겨내고 오늘도 여전히 독도를 찾는지도 모른다. 김우일의 작품 속 섬들은 작을지 몰라도 그 섬에는 다 봉우리들이 있고, 각각의 봉우리들은 하나의 소우주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그 봉우리를 이루고 있는 바위의 주름들속에는 더 작지만 만만치 않은 소우주가 들어 있다. 아래 작품 <흑산도1>에서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수묵화 기법

▷흑산도1

존재만을 드러내는 단순함


김우일과는 20년 지기인 평론가 박담회는 이를 김우일이 살아온 삶과 결부시켜 설명한다. 김우일은 천성이 단순한 것을 좋아하는 소년이라는 것이다. 그의 사진 속 색상도 그렇고 구도 역시 간단하고 단순하다. 계산된 절제함이 아니라 그냥 그의 삶 자체가 그렇단다. 작가의 사진은 작가를 닮을 수 밖에 없는 법이다. 흑백으로만 보여지는 김우일의 섬은 처음에는 하얀 바탕에 하나의 점으로만 보인다. 


존재한다는 사실만 확실하게 드러내는 까만 점은 망망대해에도 그 무엇이 있다는 자기외침이다. 아무것도 더 이상 없을 것 같고 누구도 더 이상 찾지도 않을 것 같은 그 곳에 홀연히 나타나 공간을 확보하고 모습을 드러내는 ‘무엇이 있다!’ 하는 그 외침이 우리의 고개를 돌리게 하고 우리의 시선을 한번쯤 옮기게 한다. 그 ‘드러냄’은 동시에 우리에게 존재한다는 사실에 형체를 부여하고 점차 더 큰 모습으로 자신의 자태를 보이다 어느새 하얀 바탕 위에서 분명한 조화를 구성한다. 그리하여 자신을 위치한다. 


그것이 김우일의 ‘섬’이다. 그런 점에서 김우일의 섬은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고 정현종 시인이 갈파했던 인간의 본질적 그리움을 일깨우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섬

▷백령도 대청도1

▨주목해야할 점은 무엇일까?


이 전시회에 평단이 주목하는 것은, 사진에서 보이는 묘사법이 옛날 산수화를 닮았다는 것에 있다. 대가들이 전통의 산수화를 그릴 때 바위를 묘사하는 갖가지 준법(峻法)이 있었다고 한다. 김우일의 사진에 나오는 바위들에도 준법이 있다. 


거친 흑산도의 바위는 도끼로 크게 쳐낸 듯 해서 대부벽준(大斧劈峻)이라고 부른 그 준법으로 묘사돼 있다. 독도의 바위들은 이보다는 잘게 부서져 있어 소부벽준(小斧劈峻)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의 섬들이 김우일의 사진을 통해 수묵화의 기법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한반도의 아름다운 섬들이 거친 파도를 맞으며 살아 있다는 것을 그의 사진을 통해 알게 된다는 것은 축복이라는 평가다.



도시의 복잡함과 산만함에 지쳤다면, 단순함과 자연스러움을 느껴보러 떠나는 건 어떨까? 바다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사진전은 잠실에서 열리니 말이다. 6월 27일까지 제 2 롯데월드 잠실 월드타워점 6층 에비뉴엘 아트홀에서 열린다. (문의 02-3213-26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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