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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엔저현상으로 이득보는 수혜주 3가지

아베노믹스의 영향으로 엔저현상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향후 2~3년간 더 간다는 엔저현상, 휘둘리지만 말고 활용할 방법은 없을까? 엔저현상으로 수혜를 보는 기업들을 소개한다.


▤여행주·제약주·해운주에 꾸준히 관심을 


엔화 약세(이하 엔저)가 향후 2~3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최근 한 세미나에서 “앞으로 2~3년간 엔저가 지속되면서 한국의 수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원·엔 환율(100엔당 원화 값) 하락으로 발생했던 1997년과 2008년의 금융위기가 재연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한경연은 올 하반기 안으로 원·엔 환율이 800원대 중반까지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반해 대한상공회의소는 우리나라 수출기업 상당수가 감당할 수 있는 원·엔 환율이 대략 900원대 초·중반 정도인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업종별로는 철강 963원, 석유화학 956원, 기계 953원, 음식료 943원, 자동차·부품 935원, 조선·기자재 922원, 반도체 918원 등이다.


비록 엔저로 고통 받고 있는 우리 기업들에는 달갑지 않은 전망이지만, 증권시장에서 마땅한 투자 종목을 찾지 못해 고심 중인 개인투자자들에게는 힌트를 주는 전망일 수 있다. 엔저가 오래간다고 가정한다면 장기적 관점에서 ‘엔저 수혜주’에 투자해보는 건 어떨까? 증시 전문가들은 여행주와 제약주, 해운주 같은 엔저 수혜주에 주목할 것을 권한다. 첫손에 꼽히는 엔저 수혜주는 여행주다.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엔저 관련 수혜주로는 단연 여행주를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에서 중동 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으로 여행업이 흔들린다는 시각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일회성 이슈에 가깝기 때문에 주가 측면에서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엔저현상


▤일본행 관광객 > 중국행 관광객


지금처럼 엔저가 지속된다면 일본을 싼값에 여행하려는 국내 여행객 수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올 5월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은 31만54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5% 증가했다. 국내 여행 업계도 쾌재를 부르고 있다. 업계 1위인 하나투어의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일본행 관광객 수가 중국행 관광객 수를 앞지를 만큼 엔저 효과를 보고 있다”며 “통상 중국행 관광객 수가 더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 여행사를 통해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은 올 5월만 5만5100명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102.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국행 관광객은 5만2900명으로 2200명이 적었다.


하나투어를 이용한 일본행 관광객 수는 지난해 9월부터 9개월 연속으로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다. 모두 78~121%로 증가율이 컸다. 업계 2위 모두투어도 마찬가지로 엔저 특수를 누리고 있다. 올 5월 모두투어를 이용한 일본행 관광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212.1% 급증했다. 관련 업계는 일본이 한국과 가까운 여행지로서 매력적인데다, 엔저가 2~3년은 더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면서 당분간 일본행 관광객의 증가세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최근 1년간 주가 흐름이 좋다. 하나투어 주가는 7월 2일 기준 13만2500원으로 지난해 7월 6만3000원대의 2배 수준이다. 모두투어도 같은 날 기준 3만5850원으로 지난해 6월 2만2000원대에서 큰 폭으로 올랐다. 이들 여행주는 메르스 확산으로 올 6월 초에 잠시 급락했지만 이후 진정세다.


제약주도 여행주 못지않게 유망한 엔저 수혜주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엔저 국면에서는 제약주를 주목할 수 있다”며 “과거 일본 제품 원료를 수입하는 국내사가 많았기 때문에 전통적인 엔저 수혜주”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근 국내 제약사들이 자체 개발한 약품의 해외 수출 비중을 키우고 있는데다, 업종 특성상 세계 시장에서 일본 업체들과는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해 엔저의 악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주요 제약사들의 최근 1년간 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7월 2일 기준 유한양행(17만8500원→29만6500원), 녹십자(12만2500원→26만9000원), 대웅제약(5만7500원→12만8500원), 동아에스티(10만8500원)→16만7500원) 등이 각각 껑충 뛰었다. 같은 기간 종근당(6만7500원→9만3600원), 광동제약(1만900원→1만6650원), LG생명과학(3만4200원→7만5000원), 일동제약(1만4150→3만4200원) 등도 예외 없이 모두 큰 폭으로 올랐다. 한미약품은 7월 2일 기준 최근 3개월간 22만6000원에서 52만3000원으로 급등했다. 제약주의 이런 급등은 수출 증대와 같은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여행주만큼 엔저의 긍정적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만큼 엔저에서 자유로우면서 성장성은 큰 업종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물이라 할 만하다. 물론 제약주의 경우는 단기간에 큰 폭으로 오른 종목들이 많은 만큼, 매수 타이밍을 보다 신중하게 살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운주도 엔저가 길어졌을 때 유리한 엔저 수혜주로 거론된다. 국내 주요 해운사들은 일본 해운사와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경우가 적되, 엔저로 외화환산이익 증가를 기대할 수 있어 해운주에 주목할 것을 권하는 증시 전문가들이 적잖다. 한진해운 등이 대표적인 종목이다. 지난해 말 증권가는 원화 가치가 10% 떨어질 경우 한진해운은 2500억원의 외화환산이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한진해운은 7월 2일 기준 주가가 5710원으로 올 4월 한때 9000원대였던 데 비해 지지부진해져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되지만, 올 1분기 1550억원의 영업이익으로 4년 만에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사업 전망이 어둡지는 않다는 분석이다.


엔저현상


▤업황 흐름과 실적도 살펴야


한편 엔화 부채가 많은 기업이나,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물량이 많은 기업을 엔저 수혜 대상으로 예상하며 눈여겨보는 경우도 있다. 전자로는 포스코·롯데제과·현대제철 등이 있고 후자로는 두산인프라코어·현대위아 등이 있다. 다만, 실적 부진 등의 여파로 이들 기업의 최근 1년간 주가 흐름은 좋지 않다. 7월 2일 기준 포스코는 30만1000원에서 22만9000원으로, 현대제철은 7만3900원에서 6만6900원으로, 현대위아는 19만2000원에서 10만500원으로 나란히 하락했다. 롯데제과도 202만2000원에서 192만4000원으로 오르락내리락하며 투자자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이 경우 엔저에 따른 수혜보다는 업황 악화나 실적 부진 등의 요인에 투자심리가 더 민감하게 반응했음을 알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엔저 수혜가 예상된다는 막연한 이유만으로 종목을 골라서는 안 된다”며 “엔저가 오래갈 것으로 예상된다면 엔저 수혜주의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