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람들을 사로잡는 양념감의 하나로 향채(香菜)라 하여 거의 모든 음식에 넣어 먹는다. 또 잎이 푸를 때는 빈대 냄새가 나지만 황갈색으로 익은 열매에서는 달콤하고 매혹적인 향기가 난다. 중국에서는 이 씨를 먹으면 불로불사(不老不死)한다고 믿는다.
중국요리를 먹을 때 눈에 띄는 풀이 하나 있습니다. 독특한 향과 맛을 내는 바로 '고수'입니다. 사람마다 호불호가 구분되는 고수는 비타민 A·B·C, 마그네슘, 철은 물론이고 항(抗)세균 물질도 가득한 풀입니다. 그 효능에 대해 알아봅니다.
고수(Coriandrum sativum)풀은 미나리과의 한해살이 풀로 ‘호유(胡荽)’, ‘향유(香荽)’ 또는 잎에서 고약한 빈대 냄새가 나기에 ‘빈대풀’이라고도 하며, 서양인들은 그것을 비누 냄새(soapy)로 느낀다고 한다. 생김새는 미나리를 닮았으나 미나리보다 잎이 더 잘고 가느다랗게 찢어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절에서 많이 재배하고, 멀리까지 강한 향기를 풍긴다. 원래 ‘풀’이란 뜻인 허브(herb)로, 키가 30∼60㎝로 자라고, 줄기는 곧고 가늘고, 속이 비어 있었다. 고수에 꾀는 특별한 해충은 없으나 제비꼬리나비(swallowtail butterfly)가 고수잎을 갉아먹는다. 꽃은 6∼7월에 가지 끝에서 넓적하게 부채형으로 나와 끝마디에 꽃이 달리며, 각 꽃차례는 3∼6개의 작은 꽃자루로 갈라져서 10개 정도의 흰 꽃이 달린다. 꽃잎 5개, 암술 1개, 수술 5개이고, 열매는 구시월에 맺으며, 처음에는 녹색이다가 차츰 황갈색으로 익는다. 둥글고 황갈색인 꼬투리 속에 10개의 등성이(능선, 稜線)가 난 씨가 2개 맞붙어 있다.
▧ 불로불사(不老不死)의 씨앗
고대 이집트에서도 약용과 조미료로 식용하였고, 유럽·인도·중국에 널리 보급되었다. 유럽에서는 소스·향료로 쓰고, 인도·태국 같은 데서도 카레나 수프에 향신료로 널리 쓰인다. 그런데 동남아 국가에서 먹는 것은 월남고수(Vietnamese coriander)라 하여 조금 다르다고 한다.
한방에서는 열매를 호유자(호유실)라 하여 위장을 튼튼하게 하고, 소화를 잘되게 하며, 기침을 멎게 하고, 구취(口臭)를 없애준다고 한다. 어린 줄기와 잎은 고수강회(고수나 따위를 데쳐 엄지손가락 정도의 굵기와 길이로 돌돌 감아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음식), 고수김치, 고수 쌈 등으로 먹는다.
또 잎이 푸를 때는 빈대 냄새가 나지만 황갈색으로 익은 열매에서는 달콤하고 매혹적인 향기가 난다. 중국에서는 이 씨를 먹으면 불로불사(不老不死)한다고 믿는다. 처음 먹는 사람은 느끼한 냄새가 비위에 맞지 않고 역겨움을 느끼지만 습관이 되면 오히려 이것 없이는 음식을 먹지 못할 정도가 된다고 한다. 필자 또한 이제 와서는 허브 넣은 중국음식을 그리 마다하지 않는다.
고수풀에는 비타민 A·B·C에 마그네슘, 철은 물론이고, 씨앗에 든 기름 성분에는 올레인산, 리놀레인산 등의 지방산이 풍부하다. 또 항(抗)세균물질인 알파 피넨(alpha-pinene), 시네올(cineole), 보르네올(borneol) 등이 들었다.
고수·초피·방아·마늘·고추·후추 등의 양념에는 세균을 죽여서 부패를 방지해주는 성분이 들어 있다. 특히 더운 지방에서는 음식을 오래 보관하는 방법으로 소금·간장에 짜게 절이거나, 쉬는(또는 썩는) 것을 막는 살균제 역할을 하는 양념거리를 듬뿍 넣었던 것이다.
우리나라도 남도 지방에는 흔히 ‘방아’라 부르는, 꿀풀과의 배향초(排草香)를 열무김치·된장·장떡에다 순대에까지 잎사귀 한 움큼씩 잔뜩 집어넣어 먹는 같은 이치로 중국의 더운 지방에서는 고수를 즐겨먹게 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