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블럼 표절 논란부터 시작된 도쿄올림픽의 난항은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건설 문제 및 막대한 빚더미로 인해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평창올림픽과 리우올림픽 처럼 순탄치 않은 준비과정일 듯 하다.
▤돈잔치가 빚잔치로! 천덕꾸러기가 된 올림픽
|일본인들이 지난 7월 24일 도쿄에 있는 도쿄 메트로폴리탄 플라자에서 공개된 2020 도쿄하계올림픽과 장애인올림픽의 공식 엠블럼 앞에서 올림픽 오륜기를 흔들고 있다. 그러나 이 엠블럼은 곧 디자인 표절 논란에 휩싸여 9월 1일 결국 사용 중지됐다.
2013년 9월 7일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제 125차 IOC총회에서 2020년 하계올림픽의 개최 도시로 도쿄가 선정됐다. 일본 열도는 때 이른 올림픽 열기로 들썩거렸다.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뿌리까지 흔들리고 있던 상황에서 전해진 희소식이라고 여겨졌다. 2016년 하계 올림픽 유치 실패 후 일군 쾌거에 고무된 아베 정권은 2020년까지의 장기집권을 조심스럽게 꿈꾸게 된다. 그로부터 2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은 어떨까? 준비과정에서부터 각종 문제가 불거지면서 2020 도쿄올림픽의 개최에 적신호가 켜지기 시작하더니 ‘올림픽 회의론’마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특히 주경기장 건설문제는 2020년 도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협하는 가장 큰 이슈로 떠올랐다. 도쿄도는 당초 1964년 도쿄 올림픽 주경기장으로 사용됐던 ‘국립경기장’을 대대적으로 개보수해 주경기장으로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후 2012년 7월, 국립경기장을 해체하여 재건축한다는 정비계획이 수립됐다. ‘신국립경기장’ 건설을 위한 ‘국제 디자인 콩쿠르’의 실시도 발표됐다. 2012년 11월 콩쿠르에 응모한 총 46건의 디자인 중 이라크 출신의 영국인 여류 건축가 자하 하디드 씨의 작품을 그랑프리로 선정, 주경기장 건설을 위한 청사진이 완료됐다. 완공 목표는 2018년 말. 2014년 여름부터 해체작업에 들어가 2015년 가을쯤에 착공한다는 계획이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 계획에 급제동이 걸린 소동이 지난 6월 19일 벌어졌다. 올림픽 개최를 준비하는 주요 조직의 책임자 회의에 참석한 시모무라 문부과학성 장관이 “주경기장의 완공 예정일은 2019년 5월, 총 공사비는 2520억 엔(약 2조5천억원)으로 예상된다”고 보고한 것이다. 당초 발표된 1300억 엔의 공사비보다 1천억 엔 이상이 늘어난 막대한 건설비용에 대해 반대여론이 일기 시작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공사를 재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90%를 넘었으며, 덩달아 아베 총리의 지지율까지 타격을 받았다.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검토”
|아베 신조 총리가 7월 17일 폐기 결정을 공표한 2020 하계올림픽 주경기장의 원래 설계안 모습. 건축비가 급등하고 ‘거북이’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결국 7월 17일 아베 총리는 “현재의 계획을 백지상태로 되돌리고 제로베이스에서부터 다시 검토한다”는 이른바 ‘백지철회’를 선언했다. 일본 정부는 8월 28일 관계각료회의를 열어 총 공사비를 1550억 엔으로 제한하고 공모를 통해 설계와 시공사를 일괄 선정한다는 방침을 결정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정안에 대해서도 역시 비관적인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우선 한때 2520억 엔까지 부풀었던 공사비를 1천억 엔이나 줄일 수 있는가 하는 현실성의 문제가 제기된다. “1천억 엔 이상 줄어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아베 총리는 객석의 냉방시설을 없애는 방법 등의 아이디어까지 제시하며 공사비를 1550억 엔까지 다운시킨 것이다. 대신 올림픽 기간 중에는 냉풍기를 설치하고 구조시설을 증설하는 등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한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에 냉방시설 없이 관객들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을까 하는 지적과 함께 날로 치솟는 물가를 감안할 때 1550억 엔이라는 공사비 예산안은 비현실적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과연 올림픽 개막 시일에 맞춰 주경기장이 완공될 수 있을지 여부다. 당초 2018년 완공을 목표로 했던 주경기장 공사는 디자인 철회로 인해 2016년 말에 착공해 2020년 4월에 완공한다고 목표를 수정했다. 이에 대해 IOC 측이 완공시점을 2020년 1월로 앞당겨줄 것을 강하게 요청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불거졌다. IOC로서는 늦어도 2020년 1월까지는 경기장이 완공돼야만 차질 없는 경기 진행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IOC는 또 이를 위해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보다 철회된 디자인을 일부 활용하는 등의 방안을 통해 2016년 10월부터 착공해줄 것”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엔도(遠藤) 올림픽 담당 장관은 “지금 단계로서는 어려운 주문”이라면서도 “요청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아베 총리와 함께 기술적인 문제 등을 포함하여 상의해보겠다”고 밝혔다.
공사일정을 계획보다 앞당기기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다수 전문가의 견해다. 지진의 위험성을 대비해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 큰 문제다. 2004년 문부과학성 소속의 지진조사위원회는 “앞으로 30년 이내에 도쿄를 포함한 남 동부지역에 M7 수준의 직하형 대형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75%”라고 발표한 바 있다. 즉 2020년까지 도쿄에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45%나 된다는 이야기다. 대형 지진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무리하게 공사를 앞당길 수는 없는 형편이다. 건설경기 붐에 따른 인력난으로 인해 공사기간이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자칫 대형 태풍이 도쿄를 강타한다면 올림픽 개최 전까지 완공은 장담할 수 없게 된다.
9월 1일 또 한 번의 ‘백지철회’ 사건이 발생했다. 이미 선정된 올림픽 엠블럼에 대한 사용중지 방침이 정해진 것이다. 지난 7월 24일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국제 콩쿠르를 통해 일본인 디자이너 사노 겐지로 씨의 작품을 도쿄올림픽과 페럴림픽의 공식 엠블럼으로 선정했다. 사노 씨는 일본 광고계를 대표하는 스타 디자이너이다. 그런데 며칠 뒤 벨기에 디자이너 올리비에 데비 씨가 자신의 SNS계정을 통해 도쿄올림픽의 엠블럼이 자신이 2년 전에 디자인한 벨기에 리에쥬 극장의 로고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며 표절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사노 씨는 즉각 기자회견을 갖고 “나는 디자이너로서 작품 표절은 결단코 한 적이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 역시 “엠블럼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전 세계의 상표를 조사했으며,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히며 사노 씨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자 데비 씨와 리에쥬 극장은 벨기에의 재판소에 IOC를 상대로 기소, 9월 22일에 첫 재판을 열 것을 통보해왔다.
▤살인적인 더위에도 강행하는 올림픽
|일본 디자이너 사노 겐지로가 7월 24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도쿄올림픽 엠블럼의 표절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도쿄 올림픽조직위원회는 결국 사노의 올림픽 엠블럼 사용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사노 씨와 조직위원회 측이 표절의혹을 부정하면 할수록 여론은 정반대의 분위기로 흘러갔다. 사노 씨의 “디자이너로서 표절한 적은 결단코 없다”는 주장이 오히려 네티즌의 분노를 사게 되면서 인터넷에는 사노 씨의 과거 디자인 작품의 표절의혹이 수없이 제기돼 올라왔다. 8월 10일에는 산토리 맥주의 캠페인 사은품으로 사용되는 30종류의 토트백 중 8종류에 대한 표절의혹이 제기돼 사노 씨가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의혹을 인정하고 사죄하기도 했다. 또한 군마현의 공공시설 로고가 미국 디자이너의 작품을 모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해당 작품의 당사자는 “매우 모욕적인 일”이라며 “변호사와 상의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다시 한 번 법정문제로 비화될 소지를 남겼다. 더구나 사노 씨가 결백을 주장하며 공개한 원안 디자인마저 독일 디자이너의 작품을 표절했다는 의혹으로 번졌으며 엠블럼 발표행사에 사용한 일부 사진이 미국인의 블로그에 있는 사진을 무단 도용했다는 의혹까지 추가로 제기됐다.
급기야 도쿄올림픽 공식스폰서가 로고사용을 기피하는데까지 사태가 발전했다. 2천억 엔의 막대한 계약료를 지불하고 메인 스폰서가 된 도요타의 홍보 관계자는 “올림픽 엠블럼은 아직 사용하고 있지 않으며 사용계획도 아직 없다”면서 도작의혹이 불거진 엠블럼 사용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스폰서들의 부정적인 기류가 조직위원회를 움직인 것일까?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9월 1일 관계자 회의를 통해 사노 씨의 올림픽 엠블럼 사용을 중지할 것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엠블럼 소동은 한 달 남짓 만에 일단락됐지만, 인터넷에서 도쿄올림픽은 ‘파쿠림픽’[파쿠리(パクリ)는 일본어로 표절이라는 뜻]이라는 야유 섞인 별명을 얻었다.
도쿄의 살인적인 여름날씨도 올림픽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요인이다. 올림픽이 치러지는 7월 24일부터 8월 9일까지, 도쿄의 올해 기온을 살펴보면 총 17일 중 최고 기온이 35도를 넘는 날이 무려 10일이나 되었다. 평균습도는 70~80%, 시간 별로 살펴보면 오전 9시30분부터 이미 30도를 넘는 무더위가 시작된다. 이런 날씨에 장시간의 실외활동은 선수들의 컨디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세계기록 갱신 등의 높은 기록은 기대할 수 없으며, 잘못하면 선수와 관객들이 열사병으로 실려 나가는 최악의 참사올림픽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일본 내 여론은 개최시기를 10월로 미룰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조직위와 주관부서는 도로에 단열도료를 덧칠하고 응급요원을 증원하는 등의 열사병 대책을 내세우며 강행을 고집하고 있다. 프로레슬러 출신의 안토니오 이노키 의원이 국회에서 “선수들의 안전은 고려하지 않는가”라고 호통을 치며 추궁했지만, 시모무라 장관은 “조직위, 환경부, 교통부, 도쿄도가 연합으로 열사병대책회의를 열어 더위와 싸우겠다”는 대답만 되풀이했다.
조직위가 가을 개최에 난색을 표하는 이유는 IOC 측에서 중계권 등의 문제를 들어 ‘절대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NBC 유니버설 방송국은 76억5천 달러를 지급하고 도쿄올림픽을 포함, 총 6번의 올림픽 독점 중계권을 획득했다. 그런데 가을은 프로 스포츠의 절정기로 유럽에서는 프로축구, 미국에서는 프로야구와 프로미식축구 리그가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시기다. 과잉경쟁으로 중계권료는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IOC는 그래서 입후보 도시에 “개최 시기를 7월 15일~8월 30일로 할 것”을 주문했다. 개최 시기를 10월로 정해 유치전에 뛰어들었던 카타르 도하가 1차 심사에서 떨어진 데에는 이런 속사정이 작용했다.
올림픽헌장에 명기된 ‘선수의 건강을 지키는 대책을 장려하며 지원한다’, ‘스포츠를 상업적으로 악용하는 데 반대한다’는 올림픽 정신은 실종됐다는 비판이 강하게 일고 있다. TV중계권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고려하는 도쿄올림픽이 전 세계인의 축제가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통제 불가능한 방사능 오염수
|지난 6월 초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요트경기가 열릴 과나바라만 해안에 온갖 쓰레기가 널려 있는 모습. 리우올림픽 역시 환경과 재정 관련 악재에 시달리며 성공적인 개최를 의심받고 있다.
도쿄올림픽 유치가 결정된 2013년 9월은 대만, 중국 등에 이어서 한국에서도 일본산 수산물 수입이 금지되는 등, 방사능 오염수에 대한 우려가 세계적으로 확산되었던 시기였다. 이를 의식한 아베 총리는 IOC총회의 유치연설에서 전 세계를 향해 “원전사고는 잘 관리되고 있다”면서 “오염수의 영향은 (원전)항만 0.3㎢ 안에서 완전히 차단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로부터 불과 일주일 뒤에 도쿄전력연구원 측은 야당 의원의 질문에 답하면서 “지금 상태는 컨트롤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아베 총리의 발언을 전면적으로 뒤집었다.
여기에 최근 일본의 일부 언론이 ‘멜트아웃’의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2015년 4월 <슈칸 플레이보이>는 후쿠시마 원전 2호기 내의 관측용 우물에서 추출한 오염수에서 새로운 핵분열반응을 나타내는 세슘 134와 트리티움(삼중수소)의 농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여기에 2호기 격납용기의 온도가 급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볼 때 원전 내에 보관돼 있는 폐연료봉이 멜트아웃 상태가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제기했다. 멜트아웃이란 폐연료봉이 격납용기의 바닥을 뚫고 지하로 녹아내리는 현상을 말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후쿠시마는 물론 전 세계에 재해선포를 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중단됐던 원전의 재가동도 단행키로 했다. 1천조 엔이라는 막대한 국가부채로 후쿠시마 재건에 사용돼야 할 예산이 2015년 현재 60%만 집행되고 있는 상태에서도 올림픽 경기장과 선수촌을 건설하는 데 1조엔 이상의 예산이 투입될 전망이다. 올 7월 모리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은 대 테러대책 등 올림픽 개최에 필요한 전체 비용이 최종적으로는 당초 예산의 3배를 넘는 2조 엔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아베노믹스의 혜택은커녕 엔저로 인한 물가상승으로 오히려 더 힘들어진 많은 일본인에게 도쿄올림픽은 ‘남의 잔치’로 인식되고 있다. 후쿠시마 재건이나 초고령화 사회의 사회복지로 사용돼야 할 국고가 올림픽이라는 1회성 이벤트에 2조 엔이나 낭비된다는 점을 납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020 도쿄올림픽은 ‘회의론’을 넘어 ‘반환론’까지 수면 위로 떠오를 만큼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지구 반대편의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남미에서 사상 처음으로 열리는 리우 올림픽은 개최까지 채 1년도 남지 않았다. 지난해 5월, IOC로부터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경기장 준비상황은 그동안 급진전됐다. 올림픽을 500일 남겨둔 시점에서 10%도 진행되지 못하던 공사가 2015년 8월 현재 80%까지 진행되고 있다. 리우시 발표에 따르면 현재 건설 중인 올림픽 경기장 14개 가운데 골프장을 포함한 7개는 올해 연말까지 완공될 예정이며 나머지 경기장도 2016년 6월까지는 완공될 예정이다.
그러나 브라질 당국의 장담을 온전히 믿기는 어렵다. 노조의 잦은 파업으로 인해 언제든지 공사가 중단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건설업체들의 자금줄이 막히면서 공사가 지연되고 있는 점도 불안요소다. 최악의 경기침체와 더불어 국영 에너지 회사인 페트로브라스의 뇌물스캔들로 인해 관련 건설업체들의 자금유통이 원활하지 않은 것이 그 원인이다. 리우시가 공적 자금을 투입하며 인프라 공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개회식 전까지 공사를 마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경기장과 리우시의 중심부를 연결하는 지하철과 버스의 전용선 건설도 지연되고 있다. 특히 시 중심부와 바하 지구를 연결하는 지하철 공사는 24시간 이뤄지고 있지만 일부는 아직 터널도 뚫지 못한 상황이다. 개통 예정일은 개막 직전의 내년 6월. 테스트 운행 없이 바로 실제 운행에 들어가는 스케줄로 인해 안전상의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 크게 문제가 불거진 것은 수상 경기장으로 사용될 예정인 과나바라만의 수질오염 문제다. 이곳은 쓰레기의 불법투척과 여과하지 않은 하수처리로 인해 심각한 수질오염이 여러 번 지적돼왔던 곳이다. 조직위원회 측은 “정기적으로 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선수의 건강에 영향은 없다”고 밝혔지만, 지난 7월 AP통신은 브라질 대학에 의뢰한 조사에서 과나바라만의 물에서 설사와 구토, 호흡장애 등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가 대량으로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세 스푼만 마셔도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이 99%”라는 미국 수질 전문가의 발언이 큰 파문을 일으켰다. 실제로 지난 8월 현지에서 열린 테스트 경기에 참가했던 우리나라 등 4명의 요트선수가 고열과 탈수증, 구토에 시달렸다. 카를로스 누스만 올림픽 조직위원장은 “내년 올림픽 이전 과나바라만의 수질이 완전히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경기를 치르는 데 심각한 문제는 없을 것”이란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더 이상 어쩔 수 없다는 체념이 깔린 발언으로 올림픽 기간 중 수상 경기 선수들의 건강관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날로 악화되는 치안도 심각하다. 지난해 1년 간 리우 시내의 강도 발생 건수는 7만9천 건 남짓으로, 2012년과 비교해서 50% 가까이 늘어났다. 빈민가에서는 총격사건이 빈번히 발생하고 올 상반기에만 172명의 시민이 경찰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살인, 강도, 그리고 과격한 시위로부터 50만 명 이상으로 예상되는 올림픽 관광객의 안전을 어떻게 지킬지도 큰 과제로 떠올랐다. 브라질 경찰당국은 중앙정부와 주정부, 리우시가 연합으로 8만5천 명의 경찰력(런던올림픽의 두배)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경기장 주변과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 지역에는 새로운 치안 거점을 만들어서 안전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일본 등 일부 참가국은 선수 안전을 이유로 개막식 직전까지 국내훈련으로 대처하고 경기에 임박해서 선수단을 보내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브라질에선 대통령 퇴진 요구까지 등장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사무실에서 2018 겨울올림픽 준비상황을 설명하는 조양호 조직위원장. 겨울올림픽 유치위원장이었던 그는 ‘결자해지’의 각오로 조직위원장을 맡았다고 말했다.
막대한 비용을 치르고 개최한 월드컵의 경제효과는 채 6개월도 가지 못했다. 올해 들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실업률은 사상 최고, 화폐 가치는 폭락하여 물가가 치솟고 있다. 치명적인 경제위기에 처한 정부는 긴축재정으로 예산을 줄이면서도 올림픽을 위해서는 또다시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경제 불안과 정책에 대한 불만은 정권교체 요구로 이어져 정치상황마저 극히 혼란하다. 지우마 호세프 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 66%가 탄핵을 찬성할 정도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는 1년도 채 남지 않은 올림픽 개최 자체가 불가능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올림픽이 치러진다 해도 2014년 월드컵보다 더한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는 냉정한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개최까지 2년 4개월을 앞두고 있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도 문제가 산적해 있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막대한 대회 비용이다. 유치 당시 8.8조원이던 올림픽 관련예산은 9월 7일 현재 총 13조5888억원으로 4조 이상 늘어났다. 이중 7조6226억원이 국고로 지원될 예정이다. 재정자립도가 취약한 강원도도 재원 마련을 위해 내년에만 190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하게 된다. IOC가 경기장 건설비용을 줄이는 방안으로 제시한 타 도시와의 분산개최안도 거부했다. ‘강원도의 재정파탄을 몰고 올 과잉투자’, ‘지역이기주의의 발로’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조양호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은 지난 7월 정례간담회를 통해 “효율적인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위해 비용절감을 계속 연구하고 이미 시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조직위 측도 “현재까지 약 1100억원의 비용을 줄였다”고 밝힌 바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경기장은 모두 12개다. 이 중 용평 알파인 스키장 등 6개 경기장은 기존 시설을 보완해 사용하며, 정선 알파인 스키장과 평창 봅슬레이 경기장 등 나머지 6곳은 6993억원을 들여 새로 짓는다. 또 개폐회식이 거행되는 올림픽플라자를 건설하는데 1226억원이 들어간다. 막대한 건설비용도 문제지만 대회 이후 시설을 유지하는 비용도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새로 짓는 7개 시설의 연간 유지비가 2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발의된 ‘국민체육진흥법 일부 개정안’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다. 개정안에 따르면 1988년 서울올림픽 시설 및 사업 등을 관리하는 ‘서울올림픽기념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명칭을 ‘올림픽기념 국민체육진흥공단’으로 변경해 평창 동계올림픽 유산도 관리하게 됐다. 평창올림픽 경기장의 사후 관리 비용까지 정부에, 즉 국민 부담으로 떠넘기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많다.
경기장 건설이 지연되고 있는 점도 불안한 대목이다. 올림픽 개최를 900일 앞둔 지난 8월 24일 올림픽 조직위가 공개한 경기장 공정률은 상당히 부진하다. 봅슬레이와 스켈레톤, 루지 경기가 열릴 평창군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는 현재까지 44.77%의 공정률을, 정선 알파인 경기장은 27.3 %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강릉 하키 센터의 공정률이 30.8%, 피겨 스케이팅 경기가 열릴 아이스 아레나가 26.8%다. 갈등을 겪었던 개폐회식장은 올해 10월 착공할 예정이다.
▤“미친 나라 아니면 올림픽 개최 안 한다”
조직위는 경기장 건설공정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며 각종 프레올림픽 이벤트도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지난 2월 국제 스키연맹의 카스파 회장은 “(준비가) 극단적으로 늦어지고 있으며, 해결되어야 할 문제가 많다. (프레대회가 열리는) 내년 2월까지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가지고 있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일본의 <산케이신문>은 7월 23일 일본빙상연맹 관련자의 인터뷰를 통해 “평창올림픽의 프레 이벤트로 예정됐던 2017년 4대륙 피겨선수권이 평창이 아닌 서울에서 열린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빙상경기장의 건설 일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개폐회식장 건설은 올해 10월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예산부족으로 토지매입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7월 린드버그 IOC 조정위원장이 평창의 준비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예정보다 한참 늦어지고 있는 경기장 건설 현황은 프레올림픽 개최에 공기를 맞출 수 있느냐는 걱정을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 밖에도 추위와 강풍 등에 대비한 선수보호 문제, 지구 온난화로 인한 적설량 감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 등도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각종 문제로 차갑게 식어버린 올림픽에 대한 국민 여론과 관심을 다시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전용배 단국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는 “IOC는 이제 과거처럼 경기장기준에 대해 엄격하지 않다”면서 “IOC와의 끈질긴 협상을 통해 경기장을 최대한 콤팩트화하고 올림픽 이후에는 시설물의 일부를 철거할 수 있도록 경기장 건설을 조절하는 등, 개최비용을 최대한 줄여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홍석표 강원대 스포츠과학부 교수는 “성공적인 올림픽은 개최 이후에 결판이 난다”며 “올림픽 시설물의 사후활용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평창올림픽은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지구촌 축제임에 분명하지만, 겨우 15일 남짓한 축제를 위해 13조원을 지불해야 하는 거대한 돈잔치이기도 하다. 그 엄청난 예산을 사실상 짊어져야 하는 국민에게 충분한 합의와 이해를 구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미친 나라 아니면 올림픽 개최 안 한다”는 극단적인 자조론이 나오는 이유를 지금이라도 깊이 성찰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