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카는 12세기 무렵부터 러시아에서 전통적으로 마셔 온 술로, ‘생명의 물’이라는 뜻이다. 밀·보리·호밀 등 곡류를 발효시킨 증류주로 40도에 육박하는 높은 도수가 특징이다. 보드카는 1933년 금주법이 폐지된 미국으로 제조기술이 건너가면서 세계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19세기 중엽 연속식 증류기가 도입되면서 양산됐다.
최근 한국 주류 시장에 많은 보드카가 출시되면서, 보드카를 즐겨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요즘. 보드카의 종류와 맛있게 마시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지난 5월 10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티 라운드 바. 자정이 넘은 시간에도 매장에는 빈자리가 드물었다. 이 바는 보드카가 많기로 소문난 곳인데, 손님 연령층은 주로 30~40대이다. 여기에는 8명의 믹솔로지스트(mixologist)가 있다. 믹솔로지스트는 창작 칵테일을 만드는 사람으로 기존 바텐더의 새로운 명칭이다.
손님들은 대부분 칵테일을 마신다. 믹솔로지스트로 잘 알려진 김봉하 바카디 코리아 팀장은 “예전과 달리 각자 개성에 따라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요즘에는 40~50대도 믹싱주(섞어 마시는 술)를 즐긴다”고 했다.
최근 한국 주류시장에 보드카가 많이 나오고 있다. 수입 주류업체들이 앞다퉈 보드카 시장에 뛰어들기 때문이다. 젊은 사람들이 많은 홍대나 이태원뿐 아니라 특급 호텔이나 청담 동·한남동 일대 고급 바에서도 판매한다. 보드카 수요가 많아지면서 2012년 말 13개였던 보드카 브랜드는 올해 초 20여 개로 늘었다.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자료에 따르면 2013년은 전년보다 44% 증가한 23만 상자(한 상자는 700㎖ 12병)의 보드카가 판매됐다. 2011년 10만 상자와 비교하면 2년 사이 2.3배가 성장한 것이다.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보드카는 러시아산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온 제품이다.
더불어 신규 사업자들이 앞다퉈 보드카를 출시하면서 시장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재 보드카 시장 점유율 1위는 페르노리카의 앱솔루트, 2위는 디아지오의 스미노프다. 앱솔루트는 다양한 맛과 패키지를 시즌마다 선보인다. 올해는 복숭아 맛의 ‘어피치’, 블루베리와 석류가 섞인 ‘베리 아사히’를 출시했다. 스미노프는 집에서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용기가 담긴 ‘스미노프 타워’를 내놓았다.
보드카는 믹서(술에 섞는 음료나 재료)의 종류에 따라 여러 가지 맛이 난다. 취향에 따라 토닉워터나 소다수 같은 탄산음료, 오렌지·자몽·크렌베리 등 새콤달콤한 과일주스 등을 넣으면 된다.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방법은 두 가지다. 일반 위스키와 같이 스트레이트 잔에 따라 마시거나 냉동고에 얼려 마신다. 도수가 높은 보드카는 냉동고에 넣으면 얼지 않고 점성을 지닌 젤 상태로 변한다. 젤 상태로 변한 보드카가 상온에서 녹으면서 시원하고 알싸한 풍미가 난다. 스트레이트로 마실 때는 혀에 닿지 않게 목으로 단숨에 넘긴다. 그러면 목과 가슴, 배가 금세 타는 듯 뜨거워지면서 취기가 오른다.
프리미엄 보드카가 출시되면서 스트레이트로 즐기는 사람도 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을 두 고 김일주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대표는 “위스키나 코냑 같은 무거운 술을 즐기던 사람 들이 프리미엄 보드카를 마시고 있다”며 “보드카는 최근 1, 2년 사이 주류문화의 새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사진출처 : geishaboy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