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은 태양광 산업을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이를 위해 세계에서 유일하게 폴리실리콘(한화케미칼)-잉곳·웨이퍼(한화솔라원)-셀(한화큐셀·한화솔라원)-모듈(한화큐셀·한화솔라원)-발전시스템(한화큐셀·한화솔라원)에 이르는 태양광 분야 수직계열화를 갖췄다.
한화가 태양광 사업에 뛰어들었을 때 업계는 물론 재계에서도 무모한 도전이란 평가가 나왔다.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한화 역시 큰 손실을 안은 채 중도에 포기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최근 몇 년간 태양광시장은 극심한 불황이 이어졌고 수많은 기업이 중도에 나가떨어졌다. 그러나 김승연 회장은 보란 듯이 태양광 사업에 과감하게 투자했고 장남 김동관 실장을 참여시키면서 가속 페달을 밟았다.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은 올해 1분기 흑자 전환했다. 지난해 104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한화케미칼이 태양광 사업실적 개선에 힘입어 3년 만에 흑자로 전환한 것이다. 올 1분기 매출은 1조9573억원, 영업이익은 830억원이다. 한화케미칼 측은 “지속적인 원가 절감 노력과 함께 태양광 수요가 조금씩 회복돼 판매 단가가 상승했다”며 “수익성 좋은 발전사업분야가 강화돼 실적이 좋아졌다”고 밝혔다.
흑자 전환의 요인으로는 과감한 인수합병(M&A)과 성공적인 수주가 꼽힌다. 한화그룹은 글로벌 태양광 발전시장 침체와 유럽 재정위기에 파산 신청을 했던 큐셀을 2012년 10월 인수해 한화큐셀로 재탄생시켰다. 한화큐셀은 1년 만인 2013년 9월 흑자 전환하며 부활했다. 한화큐셀은 유럽과 일본을 중심으로 태양광 발전 모듈과 루프톱(지붕 발전) 분야에서 시장을 확대하고 있으며 터키·칠레 등 신흥국 태양광 시장 진출도 적극 모색하고 있다.
한화솔라원은 최근 유럽지역에 특화된 제품들을 선보이며 유럽 루프톱 시장 공략에 집중한다. 지난해 4분기 수출실적이 거의 없었던 영국에 올 1분기에는 전체 모듈 판매량의 22%를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 우시 지방정부와 신도시 지역에 100㎿ 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세우고, 스페인 태양광 기업인 코브라와 그란솔라가 과테말라의 리오혼도에 건설하는 태양광 발전소에 6.2㎿의 모듈을 공급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독일의 포크트솔라가 데번, 켄트, 매닝트리, 햄프셔 등 영국 남부 4개 지역에 설치하는 60.5㎿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에 모듈 전량을 공급했다. 60.5㎿는 1만80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기량이다. 이 같은 시장 개척을 통해 지난해 800㎿ 모듈 판매실적을 올린 한화큐셀은 올해 1~1.2GW 실적을 올릴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화솔라원의 모듈 판매는 지난해 1.28GW에서 올해 1.5~1.6GW로 상승할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봤다.
최근 한화그룹은 서울 장교동 본사 사옥을 리모델링하기로 결정했다. 27년 만의 일로, 4년에 걸쳐 15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장교동 사옥은 2011년 안전성 검사에서 수리가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건물의 남쪽 외벽엔 태양전지를 설치해 에너지 효율이 높은 태양광 건물로 만든다. 국내 태양광 산업 리더로서의 모습을 사옥에도 담겠다는 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