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위한 상품과 서비스가 ‘고급화’와 ‘전문화’라는 키워드 속에 나날이 다양해지고 있다. 이제 단순히 ‘사료 종류가 과거보다 다양해졌다’는 얘기 정도로는 펫코노미를 설명할 수 없게 됐다.
사료의 경우, 종류가 더 다양해진 것은 물론이고 고급화 바람이 거세다. 반려동물용 수제 간식의 인기가 대표적 예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기존 사료는 맛도 없고 반려동물의 건강에도 해로울지 모른다는 생각이 만연하면서 온·오프라인 수제 간식 전문점이 등장했다. 이들은 고급 식재료를 사람 손으로 다듬어 요리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영양제 등 반려동물을 위한 건강 보조 식품도 인기다. 효능도 다양하다. 유산균 함유, 관절 보호, 피부 재생, 모근 강화, 눈 건강 증진 등 없는 것이 없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반려동물의 관절을 보호해주는 영양제가 특히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며 “고령 반려동물의 관절염 예방과 회복에 효과적인 성분이 함유됐다”고 말했다.
▒ 반려동물 건강 보조 식품도 인기
기업들은 반려동물 상품 인기에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KGC인삼공사는 지난해 10월 반려동물용 건강식 브랜드 ‘지니펫(GINIPET)’을 새로 출시했다. 회사 연구진이 3년 간 맛과 성분을 연구해 특허를 출원한 상품이다. 1.2㎏짜리 한 봉지 가격이 2만4000원으로 일반 사료보다 10배 넘게 비싸지만, 출시 3개월 만에 판매량 1만 세트를 달성했다.
반려동물 생활용품도 인기다. 온라인에서 15만원대에 판매되는 ‘애견 가구 풀세트’는 이른바 ‘개집’을 고급화한 상품이다. 20만원대의 ‘반려동물용 욕조’도 있다. 가정마다 있는 샤워기를 연결해 쓸 수 있는 상품이다. 30만 원대 ‘프리미엄 캣타워’도 있다. 고급 인조 모피를 깔아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고양이용 놀이터다.
▒ 반려동물 상조 서비스·보험 서비스까지
펫코노미의 진화는 서비스 분야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 동물병원은 방문객 급증에 지난해 말 병원 공간의 3배가량 증축 공사에 들어갔다. 사람의 암 치료에나 쓰이던 방사선 암 치료기도 도입할 예정이다. 아픈 반려견의 요양을 위한 호스피스 시설도 최근 등장했다. 세상을 떠난 반려동물을 위한 상조 서비스도 나날이 발달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위한 보험 서비스 시장도 커지고 있다. 삼성화재가 지난 2008년 처음 출시한 반려견용 보험 상품은 출시 첫 해 41건 판매되는 데 그쳤지만 지난해는 1000건 가까이가 판매됐다. 만 6세 이하 반려견을 대상으로 각종 상해와 질병을 보상해주는 보험이다.
이밖에 애견 유치원, 고양이 카페 등도 갈수록 인기다. 대형마트들은 반려동물 상품을 전문으로 판매하거나, 반려동물을 위한 유치원과 호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을 마련, 운영하면서 호응을 얻고 있다. 롯데마트 ‘펫가든’, 이마트 ‘몰리스펫샵’, 홈플러스 ‘아이러브펫’이 대표적이다.
▒ 저출산·고령화 문제 심화와 상관관계 높아
이 같은 펫코노미의 진화는 계속되는 저출산, 고령화, 1~2인 가구 증가 등 사회적 변화와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다. 국내 인구 자연증가 건수는 2000년대 초반부터 10여년 간 20만 명대를 가까스로 유지하다가 2013년부터는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아이를 낳지 않는 가정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자녀 대신 애정을 쏟는 사례가 많아졌다.
정부도 최근 민·관 합동의 ‘반려동물 산업 육성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진화하는 펫코노미를 적극 활용키로 했다. 펫코노미는 창업 아이템으로도 주목할 만하다. 아이디어와 전문성으로 잘만 파고들면 블루오션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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