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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오체불만족 작가로 드러난 일본의 '불륜'

신년벽두부터 인기 스타 벳키의 불륜 스캔들을 시작으로 자민당의 젊은 유망주 미야자키 겐스케에 이어 밀리언셀러 <오체불만족>의 저자인 오토다케 히로타다(39)까지 일본 열도는 연이은 스캔들로 떠들썩하다.


비열 불륜


일본사회는 전통적으로 불륜에 대해 너그러운 분위기가 있지만, 상대가 유명인이나 정치가라면 반응이 달라진다. TV가 반복적으로 자극적인 정보를 쏟아내면서 사회 분위기가 이들을 단죄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흘러간 것이다. 더구나 매스컴들이 불륜에 ‘게스이(ゲスい=저속하다, 비열하다)’라는 단어를 덧붙임으로써 ‘불륜은 역시 비열하고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는 점이 강하게 부각되어 불륜에 대해서 비교적 리버럴한 입장이었던 일본 사회 분위기마저 반전되고 있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


올해 2월에 ‘매치알람’이라는 인터넷 연애정보업체가 1465명의 20~30대 독신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앙케이트에서도 남성의 39.9%, 여성의 36.2%가 “좋아한다면 (불륜이라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비슷한 시기에 치러진 주부 대상 잡지인 <후징코론(婦人公論)>의 독자 앙케이트에서도 “바람을 핀 경험이 있다”는 주부가 65.5%이며, 이들 중 70% 이상이 “바람을 피운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반면 바람을 핀 경험이 있는 남성의 80%는 죄책감을 느낀다고 대답, 정반대의 반응을 보였다. 편집장인 미키 테츠오 씨는 “아내 측은 대부분 죄의식이 없었다. 아내들의 입장에서 보면 남편의 바람기는 더럽지만, 자신의 경우는 어쩔 수 없는 ‘순애’이며 비극의 여주인공이 된 듯한 감각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불륜하면 기혼남성과 미혼여성의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최근 일본에서는 기혼자들끼리의 불륜이 압도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에 주부들을 중심으로 불륜을 지칭하는 ‘혼외연애’라고 하는 신조어가 유행한다. 논픽션 작가인 가메야마 사나에에 따르면 혼외연애란, 어감이 좋지 않은 ‘더블불륜(W不倫=기혼남과 기혼녀의 불륜)’을 대체하기 위해 매스컴이 만들어낸 신조어다. 혼외연애의 당사자들은 자신이 ‘불륜’이 아니라 배우자 이외의 상대와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남녀 문제를 전문분야로 삼고 있는 가메야마는 15년간 자신이 취재한 내용을 정리한 저서 <혼외연애>에서 일본 주부들의 적나라한 혼외연애 실태를 밝혔다. 우선 혼외연애에 빠지는 연령층은 40대 전반이 가장 많다고 한다. 자녀들이 어느 정도 성장해서 손이 덜 가게 되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등 집 밖에서의 활동이 늘어나는 나이다. 신체적으로는 폐경기 전조증상이 나타나면서 노화에 대한 두려움과 여성으로서의 자신의 존재에 대한 불안감을 많이 느끼는 시기이기도 하다. 만남의 기회와 장소로는 직장(상사 혹은 동료), 문화센터, SNS, 동창회, 같은 동네 등이 많다고 한다. 특히 같은 동네처럼 가까운 곳에서 시작된 만남은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있듯이 오히려 발각되기 어렵다. 언제든지 쉽게 만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감정을 키워나가기에 유리하다고 한다.


▒  간통제 폐지, 그 후


한국 사회로 눈을 돌려보자. 지난해 2월 26일 헌법재판소는 간통을 저지른 당사자들에게 2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하는 형법 241조에 대해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제한한다”는 이유로 위헌판결을 내렸다. 1953년 대한민국 형법 제정 후 62년간 존속됐던 ‘간통죄’가 폐지된 순간이다. 당시 간통죄 폐지에 대한 국민정서는 반대 의견이 훨씬 우세했으며 간통죄가 폐지되면 불륜이 성행하고 이혼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로부터 1년 우리 사회는 불륜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민사소송


우선 당초의 우려와는 달리 간통죄 폐지로 이혼소송이 늘어나는 일은 없었다. 대법원에 따르면 2015년에 접수된 이혼 소송은 3만 9372건으로 2014년 4만 1050건보다 오히려 약 4%가 줄었다. 한 법조 관계자는 “예전엔 간통죄로 인한 형사 처벌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민사상 책임만 물을 수 있다. 


더구나 정신적인 상처에 비해 위자료 액수가 비현실적으로 낮고 자녀에 대한 친권·양육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배우자에 대한 이혼소송이 줄어든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추정했다. 김앤서 부부법률사무소의 김병조 변호사는 “이혼은 소송보다는 협의나 합의로 가는 경향이 있는 반면, 상간녀(상습 간통녀)나 상간남(상습 간통남)에 대한 민사상의 위자료 청구소송이 많이 늘어났다.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상간자들이 반성은커녕 오히려 뻔뻔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에 (불륜) 피해자들은 배우자보다 상간 상대가 더 밉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자칫하면 피해자가 가해자로 전락


대법원 판례 검색에서 확인되는 불륜 상대방에 대한 위자료 청구소송은 간통죄 폐지 이전에는 매월 10건 미만이었지만, 2015년 봄부터 점차로 늘어나 11월부터는 매달 30~40건이나 된다. 자녀문제와 경제적인 문제 등 다양한 이유로 이혼 소송을 꺼리는 불륜 피해자들이 배우자가 아닌 불륜 상대를 상대로 정신적 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다.


최근에는 불륜 상대방의 신상을 털어 인터넷이나 SNS 등에 공개해 망신을 주는 방법으로 복수를 꾀하려는 불륜 피해자들도 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공개적인 복수는 자칫 명예훼손에 휘말려 오히려 불륜 피해자가 가해자로 전락할 수 있다. 실제로 2014년 8월 서울중앙지법은 남편과 회사 동료와의 불륜관계를 사내에 폭로한 여성에게 명예훼손 유죄판결을 내려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판례도 존재한다.


김병조 변호사는 “명예훼손행위와 더불어 배우자의 비밀번호를 취득해서 동의 없이 핸드폰의 잠금장치를 풀어서 메일이나 SNS 등을 열어보고 증거를 확보하려 하는 것 역시 형법상 ‘비밀침해죄’로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형법상 비밀침해죄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당사자 간의 대화나 문자 등은 증거로 인정될 수 있으니 불륜이 의심되는 경우는 착실하게 이런 증거들을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기혼자들의 책임의식 필요


불륜


기혼남성의 39.9%, 기혼여성의 10.8% "외도경험 있다"
남성 특징 : 50대, 월급 700만원 이상, 직업은 관리경영직, 자녀는 3명 이상
여성 특징 : 40·50대, 월급 100만원 이상~300만원 이하, 직업은 서비스 혹은 판매직, 자녀는 2명 
                                                                                          -서울신문 2015년 9월 14일 기사


정신과 병원과 법원에서 오랫동안 부부 문제를 상담해온 곽소현 경기대학교 교수는 중년층에서 외도가 많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중년 여성들은 자녀들이 부모로부터 심리적으로 독립하면서 엄마에서 여성으로 다시 돌아오지만 남편이 더 이상 자신을 여성으로 대해주지 않는 듯한 공허함과 외로움을 느낀다. 일에 몰두하던 남성들도 중년이 되면서 직장과 가정에서 정서적인 연대가 약화되는 듯한 두려움을 많이 느끼게 된다. 이러한 중년의 공허함을 메우기 위해 배우자가 아닌 다른 상대에게 정신적, 육체적으로 의지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저서 <사랑의 기원>에서 현대인의 사랑과 결혼, 불륜에 대해 심리적인 분석을 꾀했던 곽 교수는 불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혼자들의 책임의식을 강조했다. 그는 “불륜에 빠지기 않기 위해서는 사랑은 과거, 현재, 미래에 있어서 다른 형태로 변화되며 신혼의 사랑과 중년의 사랑, 노년의 사랑은 다르다는 점을 받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불륜은 두 사람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고 재정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아내는 누나의 심정으로 남편의 마음을 보듬어주고 남편은 아내의 노력과 희생에 대한 감사와 아내의 여성성을 칭찬한다면 관계는 시나브로 회복될 것이다. 아름답다거나 사랑스럽다 등의 말을 싫어하는 여성은 없다. 빈말이라도 아내의 외모를 자주 칭찬해주고 남편의 기운을 북돋워주는 한마디를 오늘부터 실천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