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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택시업계 새 바람 '쿱택시'의 박계동 이사장

출범한 지 아직 1년도 되지 않았지만 쿱택시의 영업실적은 서울의 택시업계의 평균보다 높다. 정식 명칭 한국택시협동조합의 이사장 박계동을 만나 회사를 만들게 된 계기와 쿱택시의 성공 비결에 대해 들어보았다.


2월 9일 서울 마포구 중동 한국택시협동조합(이하 쿱택시)에서 만난 박계동(63) 이사장은 바빴다. 인터뷰 내내 여기저기서 전화가 걸려왔다. 무언가를 보고 받는가 하면 지시도 했다. 그는 “지방의 택시회사 인수 건을 논의 중이라 그렇다”며 양해를 구했다. 자신의 아파트까지 팔고 조합원을 모으러 백방으로 뛰어다녔던 것이 불과 반년 전인데 이제 자립을 넘어서 확장을 꿈꾸는 단계다.


쿱택시 박계동 이사장


Q. 유명 정치인인데 택시 회사를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마침 19대 총선에서 공천될 가능성이 높지 않겠더라. 정치를 그만두고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는데 평소 관심이 있었던 협동조합을 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국회의원 낙선 후 2000년에 11개월간 서울 강서구에서 택시기사로 일한 경험을 살려 택시회사로 시작하면 좋을 것 같더라.”


Q. 협동조합 방식으로 회사를 꾸리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경제 상황이 어렵다. 소위 ‘시장만능주의’, ‘신자유주의’ 확장으로 승자가 독식하는 경제 시스템이 됐다. 대기업들이 소상공인의 경제 영역까지 침범하면서 서민들은 자꾸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타개책이 필요한 시점인데 그 해답이 협동조합에 있다고 보았다. 조합원 모두가 같은 권리를 갖고 이익을 나눠갖는 이런 공유경제 시스템이 앞으로 더 활성화될 거라고 본다.”


Q. 몇 년 전부터 협동조합 설립이 많아졌지만 이른바 ‘스타기업’이 나온 건 거의 없다. 많은 협동조합이 실패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일부 협동조합을 보면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하나는 의존성이다. 협동조합의 가장 큰 무기는 ‘자조’다. 그런데 정부나 지자체의 보조금에 의존하는 습성이 있다. ‘어떻게든 도와주겠지’라는 생각에 혁신이나 창의성이 부족하다. 누구나 하는 가게를 차려놓고 협동조합 간판만 내건다. 수익을 내지 못하는 협동조합은 존재 가치가 없다. 두 번째는 도덕성이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보조금을 타서는 자기들 빚을 갚거나 기타 다른 용도로 유용하는 경우가 많다. 실패하는 이유는 그래서다.”


Q. 반대로 쿱택시가 성공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시장 분석을 철저히 했다. 택시기사 경험을 바탕으로 택시업계가 놓치는 사각지대를 파고 들어 수익모델을 만들었다. 협동조합 시스템에 대한 조합원들의 이해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쿱택시에 들어오려면 누구나 6시간씩 교육을 받아야 한다.”


Q. 설립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뭐였나?


“아무래도 자금 마련이었다. 내가 30년 정치인생 하면서 마련한 유일한 자산이 17평형짜리 아파트 한 채인데 이걸 팔아서 택시 협동조합을 만든다니까 아내가 머리를 싸매고 한 달간 드러누웠다.”(웃음)


Q. 쿱택시 사주들이 서울뿐 아니라 전국 각지로 확대되고 있다고 들었다. 기존 택시업계의 견제나 반발은 없나?


“당연히 있다. 기사들이 이탈해서 우리 쪽에 합류하니까 신경이 쓰인다는 눈치다. 노조들도 나서서 비난할 정도다. 자기네 노조원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아니, 노동자들을 위한 세상을 만들자면서 노동자의 권익을 높인 우리를 노조가 나서서 비난하는 게 말이 되나? 솔직히 기가 막히다. 하지만 가급적 마찰을 일으키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Q. 앞으로 목표를 어떻게 잡고 있나?


“협동조합이라면 좌파나 사회주의로 치부하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지금 같은 경제구조에서는 서민들이 연대하지 않으면 어렵다. 특히 비정규직이 많은 서비스업은 더욱 그렇다. 택시를 시작으로 화물, 택배, 대학의 환경미화원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갈 계획을 갖고 있다.“


택시업계를 넘어 다양한 방면으로 사업 영역의 확장을 꿈꾸고 있는 박계동 이사장. 선진화 된 노동자의 권익 창출에 많은 사람들이 그를 응원하고 있다. 앞으로 그로 인해 바뀌어 갈 대한민국의 새로운 노동자의 기준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