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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인공지능 붐, 얼마나 더 똑똑해질까?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이 있었던 3월 이후 서점가에서는 인공지능 관련 서적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다. 지금 전세계의 미래는 인공지능에 달려 있다고 할 만큼 인공지능 붐이 일고 있다.


인공지능


인공지능 분야의 발전을 통해 세계 최고 기술대국의 자리를 되찾겠다는 각오가 남다른 일본의 사례를 보자. 일본 최대 기업인 도요타 자동차는 지난해 12월 ‘인공지능 특화’ 벤처기업인 PFN(프리퍼드 네트웍스)사에 10억 엔(약 100억원)을 출자해 업무제휴를 맺었다. 그리고 올해 1월 세계 최대의 가전 박람회인 ‘CES 2016’에서 이 PFN사와의 업무제휴 성과를 발표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른바 ‘충돌하지 않는 차’를 선보인 것이다. 전시대 위에 인공지능을 장착한 6대의 도요타 미니어처 카를 자유롭게 주행시킨다.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6대의 자동차가 각각 충돌하지 않는 방법을 스스로 ‘학습’해 나가며 절대로 부딪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전기자동차가 주류가 될 시대에 대비해 자율주행 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첨단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 명실상부 불멸의 ‘기술대국’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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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대만의 홍하이(鴻海) 그룹에 매각이 결정된 전통의 가전왕국 ‘샤프’ 역시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5년 10월 자사가 독자적으로 개발해온 인공지능 기술을 가전에 융합한 ‘AIoT(인공지능+사물인터넷)’ 제품의 본격출시를 발표했다. 그리고 올해 4월 14일, AIoT 프로젝트의 제 1탄으로 인간형 로봇과 스마트 폰을 결합한 ‘로보혼(RoBoHoN)’의 발매를 발표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감시 카메라와 슈퍼컴퓨터 등을 생산하는 통신전기업체 NEC 역시 AI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동사는 1980년대부터 카메라를 비롯한 센서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해·인식’, ‘예측·추론’, ‘계획·최적화’ 등의 작업을 수행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했다. 4월에는 오사카대에 차세대컴퓨터 개발연구소를 설립, 방대한 계산을 필요로 하는 인공지능의 이용촉진을 위해 소비전력을 극소화하는 정보처리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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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의 대기업들도 인공지능을 비즈니스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히타치제작소는 생산능률을 높이기 위한 인공지능 관리시스템을 올해부터 생산라인에 본격 도입해 종업원들의 작업태도 개선과 불량품 억제에 활용하고 있다. IBM의 왓슨이라는 인공지능을 도입해 소프트뱅크가 개발한 인간형 로봇 ‘페퍼’는 올해부터 전국의 소프트뱅크 판매점 2000여 곳과 미즈호 은행의 100여 개 지점에도 전격 도입될 계획이다.


일본 정부에서는 인공지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노인의 간병이나 어린이를 돌보는 일뿐 아니라 공장이나 가정의 노동 대부분을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이 대신할 수 있게 되면 노동력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일본은 인공지능 산업개발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첨단기술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출발은 다소 늦었지만 일본인의 주특기인 섬세함과 집중력을 발휘한다면 인공지능 선진국가로 발돋움할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다.



▒ 후발주자 한국, 시행착오 통해 기술 축적중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현대경제연구원의 ‘AI시대, 한국의 현주소는?’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기술은 미국 대비 75% 수준에 머물고 소프트웨어 응용 기술은 74%에 불과하다. 국내의 인공지능 관련 업체수는 세계 인공지능 관련 스타트업 수와 비교할 때 2.5~6.7% 수준으로 미비하다. 인공지능 관련 특허에 있어서도 미국의 5%, 일본의 10% 수준이라고 한다.


이처럼 인공지능의 불모지였던 한국에 알파고의 승리로 인공지능 열풍이 불고 있다. 당장 올 하반기 대기업 공채시험에서 인공지능 관련 문제들을 다수 출제됐다. 주식시장에서는 인공지능 테마주가 폭등하면서 코스닥이 연 중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전장(전자장비) 사업팀을 신설하면서 자율주행차 등의 스마트카 사업에 뛰어들 것을 공식화했다. 로봇을 포함한 인공지능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선정, 주력 분야로 삼으려는 계획이다. 최근 소프트웨어 연구센터 산하에 인공지능 연구팀을 신설했다고 전해진다. 올 4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2016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에서는 IoT가 적용된 프로토타입(시제품) 개인비서 로봇 ‘오토’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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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인 LG전자는 가전부분에서의 인공지능 기술응용에 힘을 쏟는다. LG전자는 올해 초 최고기술책임자 산하 미래정보기술융합연구소의 명칭을 인텔리전스 연구소로 바꿨다. 약 200명의 연구인력이 인공지능과 가전, 인공지능과 스마트폰을 접목하는 기술을 연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는 인공지능과 가전을 접목한 지능형 IoT 서비스를 올 하반기부터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자율주행 전기차 사업 진출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 밖에 SK텔레콤은 인공지능 개인화 플랫폼 ‘에고 메이트(EGGO Mate)’를 개발 중이다. 스마트폰에 정보를 입력하지 않아도 주변 기기의 각종 센서를 통해 사용자의 일상 패턴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해 상황에 맞는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는 2013년부터 ‘네이버랩스’라는 연구개발 조직을 설립, 향후 5년간 1000억 원을 투자한다. 딥러닝·음성인식·음성합성·기계번역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청계천 일대를 한국형 인공지능 메카로 만들자”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면서 성장동력을 상실하고 위기에 빠졌던 우리 정부 역시 인공지능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들기 위한 각종 계획을 쏟아내고 있다. 지능정보산업 관련 연구개발, 전문인력 확충과 더불어 대기업 6개사에 300억원의 지원금을 투입해 ‘지능정보기술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인공지능 중심의 4차 산업혁명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조급함이 보이는 정부발표에 대해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노무현 정부 초기, 정보통신부가 미래성장 동력 사업의 하나로 지능형 로봇산업의 육성을 추진하면서 로봇분야가 각광받았던 적이 있다. 하지만 10여 년 전 겨우 태동했던 관주도의 로봇사업이 지금은 흔적을 찾아보기조차 어렵다. JRC로봇은 그간 연구소와 대학, 대기업 등으로부터 수주를 받아 수많은 사업에 참여해왔지만, 그 결과물이 산업화로 연결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인공지능과 IT의 메카인 미국 실리콘밸리의 수많은 성공 신화는 국가주도의 거대한 연구소나 화려한 외관의 빌딩숲에서 태동한 것이 아니다. 조그마한 창고에서 의기투합한 젊은이들의 아이디어와 열정에서 비롯되었다. 우리에게도 실리콘밸리와 같이 인공지능과 로봇, IT분야의 다양한 인재들이 열정을 투자하고 그 노력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